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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나 혼자 산다’ 열풍 아닌 문화로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혼족’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시청자는 이에 공감하며 관심을 보인다. 2017년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약556만 가구로 2인 가구, 4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가 ‘혼족’인 것이다. 이렇게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나 혼자 산다’가 보편화 됐다.

 혼자 사는 것, 혼자 하는 것이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영향으로 다가와 그 범위를 넓혀 감으로써 하나의 트렌드가 만들어진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는 것들을 특별하게 여기던 이전과는 달리 이젠 혼밥, 혼영, 심지어 혼자 여행을 가는 혼행까지 익숙한 문화가 됐다. 신제품들의 출시부터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까지 1인 가구가 불러온 변화를 살펴보자

 

새로 출시된 3인용 밥솥

시장의 큰손 1인 가구

 우리 사회에서 혼자 하는 활동은 더이상 이상한 시선을 받지 않는다. 한 끼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혼밥족’은 ‘혼밥 레벨 테스트’까지 등장시킬 정도로 보편화 됐다. 이에 따라 요식업계는 ‘혼밥족’의 선호에 따라 형태를 변화해 나간다. 버거 전문 프렌차이즈들은 1인 가구를 공략해 치킨 사이드 메뉴를 강화했다. 혼자서 식사를 차려 먹는 것이 부담스러운 1인 가구를 위해 맞춤형 소스와 각종 재료로 양념된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또 즉석 섭취, 편의 식품, 배달음식의 산업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 각종 업계에서 1인 보쌈과 삼겹살 등 이전에 혼자 먹기 어려웠던 메뉴마저 1인용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제품들의 크기를 줄여나가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제주 삼다수’는 휴대가 간편한 330mL 제품과 일반 생수의 절반 크기로 작아진 1L 용량의 물을 출시하기도 했고 과자 업계도 ‘혼술족’ 증가에 따라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스낵 신제품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과자 업계 관계자는 가벼운 안주에 어울릴 것을 기대하며 소형 포장 제품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러가지 소형가전

 크기가 줄어든 것은 식품류뿐만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면서 덩달아 가전제품의 크기도 작아졌다. 세탁기와 청소기는 물론이고 라면 포트, 전기 그릴 등의 제품이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크기를 줄이고 있다. 먼저 몸집을 줄인 것은 밥솥이다. ‘쿠쿠전자’에 따르면 6인용 이하 밥솥 판매 점유율은 2018년 기준 52%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PN풍년’에서는 미니멀 용량의 미니밥솥을 출시했다. 0.36L의 용량으로 약 2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어 많은 양이 필요치 않은 1인 가구에 적합하다. 2000년대 중반 소형가전제품에서 철수했던 제품들도 늘어난 1인 가구들을 위해 다시 출시됐다. 집에서 혼자 영화를 즐기는 ‘혼영족’을 위한 미니 빔프로젝터도 출시되고 있다.

 가구 산업에서도 역시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큰 가구들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1인 혹은 2인만을 위한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출시된 소파와 침대 겸용의 다용도 침대가 등장했고 1인용 소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혼밥족’을 겨냥하고 출시된 식품들

새롭게 등장한 1인 가구 맞춤 서비스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서도 혼족을 겨냥한 상품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있다. 영화관엔 ‘혼영족’들을 위한 ‘1인 전용 좌석’이 도입됐다. 이는 일반 좌석과 다르게 좌우와 뒤쪽까지 3면에 파티션이 설치돼 혼자서 방해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혼영을 즐긴다는 한 관객은 “이젠 키오스크로 티켓을 발권할 수 있어 민망함도 없고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을 위한 자리도 생겨 ‘혼영’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변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혼영족’ 뿐만 아니라 나 홀로 여행을 즐기는 ‘혼행족’도 늘어나면서 여행사들도 1인 여행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생활 환경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생활서비스들도 등장했다. 집을 비운 시간에 택배를 받아 둘 수 있는 무인 택배 보관함이 상용화됐고 비대면으로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해주는 세탁 서비스도 등장했다.

 부동산 및 금융시장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KB금융그룹은 ‘KB일코노미 청춘 패키지’라는 1인 가구 생활 전반에 밀접한 금융상품을 내놨다. 여행, 주말과 관련된 보험 서비스를 부가혜택으로 제공하는 ‘1코노미 스마트 적금’을 비롯해 1인 가구의 주거안정에 중점을 둔 ‘1코노미 오피스텔 전세자금 대출’, ‘KB국민 청춘대로 1코노미 카드’ 등 일코노미를 포인트로 1인 가구를 노린 상품들을 대거 출시했다.

 이렇게 ‘혼밥’, ‘혼영’, ‘혼행’ 등 혼자 하는 일상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시장도 그에 발맞춰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던 혼자 하는 것들이 서서히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일코노미의 본격화

 이러한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일코노미’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1인과 경제의 이코노미를 합쳐 만들어진 신조어 ‘일코노미’가 불러온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그저 ‘혼밥’, ‘혼영’이라는 단어에서 더 나아가 혼자서 경제생활을 꾸려나가는 일을 의미하는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자 ‘일코노미’를 타깃으로 한 여러 상품들과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상품을 대용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비용적으로는 더 합리적일 수 있지만 1인 가구 입장에서는 제품을 다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처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작은 용량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다. ‘일코노미’의 핵심은 가격 부분에서 가구 형태의 변화에 발맞춰 소비ㆍ판매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일코노미를 이끌 주역 밀레니얼 세대

 새로운 경제지도의 등장은 일코노미와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코노미와 이를 이끌게 될 밀레니얼 세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 1인 가구 시장에서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재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는 1인 가구는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가치 지향적 소비를 추구한다’며 ‘식료품과 주거비 지출이 적지만 오락, 문화, 음식, 숙박, 교통 분야의 지출 비중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소비 형태 변화는 실제로 각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인 가구의 주를 이루게 될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을 위해 소비하며 넓은 인맥보다는 가까운 사람들과 깊이 있는 사귐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심화되고 있다. 다른 지출을 줄여서 나만의 여가, 취미활동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들의 소비 형태 변화는 실제로 각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체들은 1980년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의 1인 가구가 이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활동 인구가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계층으로 이들의 소비 규모가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1인 가구, 그중에서도 밀레니얼 세대가 가지고 있는 비혼이나 만혼 같은 인식으로 미혼 인구가 늘어나 이들이 1인 가구의 한 축이 된다.

 대부분의 1인 가구는 직장, 학교 등 비자발적 사유로 1인 생활을 시작하지만 최근에는 1인 생활을 나이가 들면서 겪는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감지된다. 실제로 한국의 생애 미혼율은 남녀 모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결혼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며 자유로움과 시간적 여유라는 장점을 가지는 것이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포미족’의 등장, 새로운 지표를 열다

 1인 가구 중 밀레니얼 세대는 나를 위한 소소한 사치를 즐기며 자신을 위해 소비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에 이들을 일컫는 ‘포미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포미’(FOR ME)란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은 다소 비싸더라도 과감히 투자하는 소비 행태를 뜻하는 말이다. 포미족은 좁은 평수의 자취방을 꾸미는 것에 열중한다. 지나가는 과정으로 여겨지던 1인 가구 형태의 주거 형태가 인생 전반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으면서 칙칙한 자취방이던 좁은 방은 셀프 인테리어와 같은 트렌드와 함께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TV 프로그램 등 여러 매체에서도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과정을 담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셀프 인테리어를 위한 앱도 등장했다.

 또 이들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투자한다. 여행이나 외식 등의 체험 소비에 더욱 적극적인 경향을 보이게 돼 스몰 럭셔리도 하나의 소비추세가 됐다. 명품 자동차, 의류, 가방을 사는 대신 식료품, 화장품 등 비교적 작은 제품에서 사치를 부리는 스몰 럭셔리는 나를 위한 소소한 사치를 즐긴다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행복을 제공하기에 적합하다.

 하나의 유행으로 비춰지던 혼자서 하는 것들은 1인 가구의 증가와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이 함께하면서 시장경제의 새로운 지표를 열게 됐다. 1인 가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각 분야에서 다양한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김선경 기자  12182872@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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