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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이례’라고 불리면 안 되는

 서울 강서구 한 공동주택에서 김씨의 딸이 마당에서 빨래를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이씨는 ‘야’라고 불렀고 김씨 딸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씨가 김씨 딸에게 ‘어른을 보면 인사 좀 해라’고 다그치자 김씨의 딸은 ‘아빠’라고 부르며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이씨는 욕설을 하며 김씨 딸의 팔을 잡았다. 집에서 잠을 자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깨어난 김씨는 현관에 있던 죽도를 들고 밖으로 나와 이씨의 머리를 때렸다. 이후 이씨를 더 때리려 했으나 이씨 모친 송씨가 아들을 감싸면서 송씨의 팔도 수차례 가격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넘어진 이씨는 갈비뼈가 부러졌다. 결국 김씨는 이씨에 대한 특수폭행치상, 송씨에 대한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단은 김씨의 행동이 형법 21조 3항에서 정한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만장일치로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이씨의 갈비뼈 골절 부상도 김씨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는 데 모두 동의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행동은 모두 피고인 딸에 대한 위협적 행동이었다’며 배심원단 의견을 반영해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법원에서 정당방위는 상대방이 들고 있던 무기를 빼앗는 수준에서나 인정받을 만큼 요건이 까다로웠다’며 ‘국민 법감정과 실제 법 적용의 괴리가 커 사법부 비판의 단초가 돼 왔는데, 이번 사건은 피고인이 먼저 위험한 물건인 죽도를 들고 공격했는데도 법원이 배심원 평결을 받아들여 정당방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례적 판결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우리가 기억하는 사건들을 회상해보면 된다. 지난 2014년 강원도 원주에서 자신의 집 거실에서 서랍장을 뒤지던 도둑을 빨래 건조대로 가격해 붙잡았지만 도둑이 뇌사 상태에 빠져 ‘과잉방위’로 보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재판부는 도둑을 제압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도망가려던 김씨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것은 방어 행위의 한도를 넘은 것이라고 말하며 1심에서 최 씨에게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자신을 흉기로 찌르는 상대방으로부터 흉기를 뺏어 반격하다가 상해를 입힌 사건(83도1873), 이혼소송 중인 남편이 찾아와 가위로 폭행하고 성행위를 강요하는데 격분해 처가 칼로 남편의 복부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2001도1089). 이 모든 사건이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이번 사건은 대단히 ‘이례적’ 판결임에 틀림 없다.

 형법에 명시된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며 정당방위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나와 내 주변인이 위협을 느낄 때 따져야 할 ‘상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우리는 이번 판결이 ‘이례’라고 불리며 ‘당연’하다고 불리지 않는 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발견되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으며 결국 그것이 해결될 것이다. 일차원적 생각으로 그저 이례적 판결이구나 받아들이지 말자. 적당한 선에서 비판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말자. 그러다 보면 아주 희미한 빛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 빛을 찾은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세상은 변한다. 이번 사건 판결을 ‘이례’라고 부르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온다.

서정화 편집국장  12182947@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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