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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회용품 줄이기 자율협약’ 1년 후
“드시고 가시면 내부용 컵으로 드려도 될까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1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매장 내 고객에게는 1회용 컵(플라스틱 컵)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음료를 주문하기 전 카운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시행해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 사용을 규제했다. 따라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은 테이크아웃 목적이 아니라면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제공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에게는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매년 증가하는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매장 내에서만이라도 다회용컵(머그잔, 유리잔)을 사용하는 친환경 생활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일회용컵을 포함한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 ▲일회용 접시 ▲일회용 용기 등 총 6가지 품목이 규제 대상이다.

 

매장 내 일회용컵 금지 포스터

‘일회용컵 제로’를 목표로

 정부가 일회용컵 사용 규제를 본격화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을 중심으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설거지옥’과 같은 혼란을 겪었던 도입 초기와 달리 환경부는 일회용컵 제한책이 의미있는 성과를 나타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환경부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협약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회용컵 수거량이 지난해 7월 206톤에서 올해 4월 56톤으로 약 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체마다 재질이 달라 재활용에 어려움을 겪던 일회용컵의 재질이 페트(PET)로 단일화됐다. 다만 테이크아웃 주문까지 집계한 전체 일회용컵 사용량은 지난해 7억 137만개에서 6억 7,729만개로 전년 대비 14.4% 감소한 데 그쳤다.

 일회용품 사용과 관련한 소비자 의식 개선도 눈에 띈다. 과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당연시했던 소비자들도 다회용컵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받아가는 소비자도 증가했다. 업체마다 개인 텀블러 사용 고객에게 100원에서 최대 400원까지 할인혜택을 제공한 효과다. 엔제리너스 커피에서는 개인 텀블러 사용 시 4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스타벅스를 포함한 카페베네, 커피빈 등 다수의 커피 브랜드들은 300원 가격 할인을 통해 다회용컵 사용을 촉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나요?”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나요?’라는 질문은 주문과 동시에 이뤄진다.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본격 시행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일회용컵은 매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다수 사람들은 매장 내 머그컵 또는 유리잔을 사용해 음료를 마신다. 이처럼 일회용컵 제한책은 예상보다 빠르게 생활 속에 안착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중 사용’을 비롯해 테이크아웃 주문 후 매장에 머무는 ‘얌체족’문제, 고객이 밖으로 가지고 나간 일회용컵은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 등 일회용컵 자율협약의 한계점도 찾아볼 수 있다. 매장 내에서 다회용컵을 쓰다 나갈 때 일회용컵에 옮겨 담는 ‘이중 사용’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테이크아웃 주문을 한 후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를 들고 슬쩍 매장 내에 앉는 이른바 ‘얌체족’도 적지 않다.

 마포구에 위치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매장 내에 머무르던 손님이 머그컵을 쓰다가 음료가 남아 일회용컵에 옮겨 달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생각보다 일회용컵 사용이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테이크아웃 주문 후 매장에 머무는 고객들이 일회용컵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고객이 밖으로 가지고 나간 일회용컵은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도 큰 문제다. 테이크아웃한 일회용컵은 이물질이 묻은 채 분리수거가 되지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밖에서 버려지는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ㆍ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과 함께 17개에 이르는 전용 수거함을 설치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뿐만 아니라 매장 밖에는 일회용컵 사용자들이 여전히 많다. 규모가 큰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은 물론 본교 근처 골목을 걷다 보면 휴지통에 먹다 남은 음료가 담긴 일회용컵이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매장 내에서만 일회용컵을 규제하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자율협약체결, 잘 지켜지고 있나

 자체적인 모니터링에 따르면 규제를 피해 일회용컵 대신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곳이 오히려 늘었다. 일회용품에 플라스틱만 포함되기 때문에 종이컵은 같은 일회용품이지만 단속 대상이 아니다. 필자가 직접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는 매장 내에서 뜨거운 음료는 물론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더라도 다회용컵이 아닌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줬다. 뜨거운 음료의 경우 종이컵 두 개가 겹쳐서 나오기도 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일회용품 규제까지 겹쳐 영업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소규모 카페 매장 내 일회용컵 단속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데 환경부는 프랜차이즈점처럼 규모가 크거나 자율협약을 체결한 곳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커피전문점의 경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해 국내에서 사용하는 종이컵 양은 230억개다. 이 중 재활용되는 종이컵은 1.5%에 불과하다. 또한 종이컵은 재활용하기 용이하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재활용이 어렵다. 일회용 종이컵은 수분으로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쪽을 플라스틱으로 코팅 처리하기 때문이다. 종이컵만 따로 모아서 버리지 않는 한 재활용이 불가능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플라스틱컵과 비슷하다.

 

플라스틱 빨대, 또 다른 규제 사각지대

 종이컵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도 일회용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여전히 많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는 매장 내 빨대 거치대를 없앴지만 빨대는 사용억제나 무상제공 금지 등 규제대상이 아니므로 사용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는 2027년까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단계적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플라스틱 빨대가 일회용품이라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빨대사용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자발적으로 빨대가 필요 없는 컵뚜껑이나 종이빨대를 도입한 업체도 나타났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종이 빨대와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 뚜껑을 도입했으며 엔제리너스 커피는 빨대가 필요 없는 컵을 출시했다. 그 밖에 던킨도너츠와 베스킨라빈스는 지난해부터 빨대 거치대를 제거하고, 요청하는 소비자에게만 빨대를 제공함으로써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여러 나라들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일회용품 대상에 포함하고,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를 제정하거나 이미 시행 중에 있다. 영국과 프랑스, 스위스에서는 올해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다. 이러한 규제에 따라 해외 기업은 먹는 빨대, 종이 빨대 등을 개발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으로 보급된 종이빨대나 빨대가 필요 없는 컵뚜껑 등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카페 이용 고객도 적지 않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촉감이 이질적이고 액체에 닿으면 쉽게 모양이 변한다는 것이다.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 주세요!

반쪽짜리 환경보호 NO

 과태료 규정에도 실제 단속에 적발되는 커피전문점은 많지 않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적발 건수가 적은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별로 일회용컵 사용을 단속하는 인력은 평균 1~2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회용컵 사용 단속을 결정한 후 별다른 예산 확충이나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일회용컵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 대부분이 개인 카페 등 소규모 매장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런 곳은 적발이 어려운 데다 위반 시 과태료도 크지 않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종이컵이나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가져갈 때 ‘컵 보증금’을 내는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2003년 환경부와 커피업계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어 컵 당 50~100원의 보증금을 받았다. 이 제도는 일회용컵을 매장에 다시 가져올 경우 보증금을 환급해주고 일회용컵을 한데 모아 재활용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반환된 보증금 사용 용도가 불분명하다는 점과 오히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비난으로 2008년 3월 폐지됐다.

 소비자 인식이 빠르게 전환돼야 하는 것도 남은 숙제다. 일부 업체가 자발적으로 빨대 없는 뚜껑이나 종이 빨대를 도입했지만 소비자의 거부감으로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개인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홍보가 필요하다. 여전히 사용량이 많은 커피 전문점 일회용컵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종이컵에 대한 사용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

 일회용품 자율협약 1년 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재활용 쓰레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지속적인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통해 효과적인 일회용품 저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연진 기자  121822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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