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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동물보호의 사각지대, 동물카페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관련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동물카페 또한 늘어나고 있다. 동물카페가 생겨난 초기 흔히 찾아볼 수 있던 강아지, 고양이 카페뿐만 아니라 현재는 야생동물 카페까지 등장했고, 체험형 실내 동물원 등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동물카페 운영과 미흡한 위생 관리, 관련 규정 부재 등으로 동물카페가 동물학대로 이어지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동물권 인식이 성장하는 만큼 바람직하게 동물과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전시되는 동물들 

 현재 동물카페는 사람들의 여가와 힐링 장소로 자리잡았다. 귀여운 반려동물과 교감하며 쉴 수 있다는 점에 큰 인기를 끌었다. 동물카페를 방문한 고객들은 음료를 즐기면서 동물들을 쓰다듬고, 만지고, 촬영한다. 이러한 도심 속 동물카페는 동물과 더 가까워지게 해주는 장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물카페에는 그림자 또한 존재한다.

 동물카페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다. 별도의 동물 전용 휴게실이나 은신처가 갖춰진 카페도 있지만, 영업 시간 내내 동물이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는 매장이 대다수다. 동물들은 카페가 영업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무분별하게 다뤄지는 등 외부 자극과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심한 경우 하루 10~12시간동안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별다른 규제는 찾아볼 수 없다. 한 동물카페에서 좁은 사육장 내의 토끼, 데구, 친칠라들은 사람을 보자마자 앞다퉈 먹이 구멍에 입을 들이밀었다. 하루종일 사람들에게 전시되고 간식을 받아 먹는 것이 학습돼 일어난 행동이다.

 심지어 사육사 등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지 않은 점포도 많아 동물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다.

 홍대의 한 매장은 소수의 직원들이 다수의 동물들을 관리하고 손님 응대 및 음료를 판매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었다. 2명의 직원이 카운터와 동물 사육 공간을 오가며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입장 시 동물 관련 주의사항을 공지했으나 손님들이 주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아도 CCTV나 사육 공간 내 상주하는 직원이 없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굴을 파는 습성이 있어 사육장 바닥을 긁는 미어캣

우리는 ‘야생’동물입니다

 사람들이 점점 더 희귀한 동물을 찾게 되면서 쉽게 접하기 힘든 야생 동물을 도입한 카페가 유행이다. 사람들은 라쿤, 미어캣 등 평소에 보기 힘든 이색 동물들을 만나기 위해 동물카페를 찾는다. ‘이색 데이트 코스’, ‘아이들 교육에 좋은 체험형 야생동물카페’등 광고 문구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야생동물 카페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

 야생동물은 그 고유한 특징으로 인해 실내 공간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동물카페는 야생동물이 적응 하기 힘든 환경을 가지고 있다. 부천의 한 동물카페는 야행성인 라쿤을 낮에 전시하고 사육했다. 라쿤이 생활하는 사육장 안에 사람의 손길을 피할 은신처는 없었다.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습성이 있는 미어캣은 톱밥이 조금 깔린 플라스틱 바닥을 긁거나, 케이지 좌우로 빠르게 왔다갔다하는 정형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스트레스에 과다 노출돼 나타나는 정형행동은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이상행동으로, 우리에 갇혀 사육되는 동물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또,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합사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휴메인벳과 어웨어가 발간한 “2019 전국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이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 매장에서는 라쿤이 함께 사육되는 미어캣을 공격해 미어캣 꼬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야생동물을 한데 모아 사육하는 동물카페의 경우 동물별 특징 숙지가 꼭 필요하나, 매장 내 생물종 별 특성을 알리는 안내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직원이 주의사항을 안내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허술한 규제, 부족한 지침

 이처럼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동물카페에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이유는 2017년부터 시행된 ‘동물원수족관법(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동물원수족관법 제 3조 (등록 등) 에 의하면 ▲전문인력의 현황 ▲보유하고 있는 생물종 및 개체 수 ▲보유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및 개체 수 ▲보유 생물의 질병 및 인수공통 전염병 관리계획 ▲적정한 서식환경 제공 계획 ▲안전관리계획 ▲휴/폐원 시의 보유 생물 관리계획 등 8개 조건을 충족한 시설은 동물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

 현행법 상 반려동물 6종을 이용해 전시·사육을 할 경우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전시업’으로, 그 중 10종 50개체 이상의 동물을 사육하는 곳은 ‘동물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야생동물카페는 사육하는 동물 개체 수와 종류가 적어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대부분 ▲자유업 ▲식품접객업 ▲휴게음식점 등으로 등록되고 있다.

 ‘동물원’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동물원수족관법에 명시된 조건을 갖추지 않고도 동물을 사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수의사 등 전문인력을 갖추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동물 사육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거나 질병을 관리하는 등의 법적 의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또한, 동물원수족관법 자체에도 ▲위생 상태 ▲접종 여부 ▲사육 시설 관리 등에 관한 구체적 내용 부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동물원수족관법 제 6조(적정한 서식환경 제공)에는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보유 생물에 대하여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라는 내용만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위생 관련 지침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기존 동물원수족관법을 개정하고자 올해 4월 박대출 의원 외 14명은 기존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동물원의 요건을 ‘1종 이상 또는 5개체 이상 보유 및 전시하는 시설’로 조정하고 대통령령에 따라 보유 생물의 건강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는 동물산업 종사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작년에는 야생동물카페와 관련된 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이용득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 금지 ▲야생동물 판매 허가제 도입 ▲야생동물 통신판매 금지 조항을 명시한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건·위생 문제

 동물카페 내 위생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야생동물들은 대부분 외래 수입종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예방접종 여부 등이 명시되지 않은 점포가 많아 사육되는 동물의 인수공통전염병 접종 여부를 알지도 못한 채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등 위험성이 가중된다. 동물카페에서 도입한 야생동물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라쿤은 광견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 확인서를 부착하지 않은 매장도 멀쩡히 라쿤을 사육하고 있었다.

 또한 치료받지 못한 동물들이 무분별하게 다른 동물과 함께 사육, 전시되기도 한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 조사에서 세균성 골수염에 감염된 왈라비가 전시되고 만지기 체험에 사용되고 있었다.

 현재 동물카페에는 동물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위생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도 없다. 야생동물은 인수공통전염병을 옮길 수 있으나, 이와 관련된 보건·위생적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카페 내 사육 시설도 마찬가지로 관련 규정이 미흡하다. 좁은 점포 내에 다수의 동물이 함께 생활하고 방문객도 많다. 대구의 한 매장에서는 카운터와 사육 공간 사이 안전문이 설치되지 않아 동물들이 사육 공간 밖으로 빠져나가고 문에 낄 뻔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물에게 필요한 위생 시설 관련 규제가 없고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사람을 보자마자 먹이 구멍에 연신 입을 밀어넣는 토끼들

동물카페의 나아갈 길

 동물카페 내 동물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선 허울만이 아닌 실질적 해결책이 시급하다. 특히 다양한 종을 사육하는 야생동물카페에서 생물종별 특성을 고려한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면 동물들의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물의 특징에 맞는 구체적인 사육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동물카페 관련 법 개정 역시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동물과의 더 나은 공존을 위해 법적 규제를 강화했다. 예로 미국은 연방법인 동물복지법에 따라 동물을 이용한 전시업을 하거나 공연 등에 사용하는 경우 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 특히 뉴욕 시에서는 상업적으로 동물을 전시하려면 보건정신위생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전시동물의 판매 및 수입 금지, 일반인과 동물과의 직접적 접촉 금지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현행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을 꾸준히 발의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의 ‘등록제’가 ‘허가제’로 바뀌어 환경부나 해양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자만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물산업 종사자와 고객들의 인식 변화다. 동물산업 종사자는 무조건 상업적 이익을 좇으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동물과의 진정한 공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야생동물을 도입하고 교배하는 대신 매장 차원에서 동물을 존중하고자 하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들도 무턱대고 동물카페를 소비하지 않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동물카페는 동물학대라는 부정적 관점과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입장이 대립해왔다. 긍정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동물카페가 단순한 체험을 넘어 동물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교육 기회라는 입장이다. 또, 동물카페는 새로운 여가 생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내에서 편하고 쉽게 동물들을 접하고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만의 편리함일 수 있다. 진정한 동물과의 공존을 꿈꾼다면 우선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정민 기자  1218230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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