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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영화] 엑스 마키나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의심해라.’

 유능한 프로그래머 칼렙은 치열한 경쟁 끝에 인공지능 분야에서 천재 개발자인 네이든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외부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네이든의 비밀 연구소로 초대받은 칼렙은 그곳에서 네이든이 창조한 A.I. ‘에이바’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에이바의 인격과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프로그래밍 된 것인지를 밝히는 튜링 테스트를 진행한다.

 에이바는 인간처럼 보이는 얼굴에 로봇의 몸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에게 할당된 방에서만 머무른다. 에이바와 마주한 칼렙은 점점 그녀와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에이바와 칼렙은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에이바는 칼렙에게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다고 말하고 일시적으로 정전을 일으켜 네이든의 감시를 피한다. 이윽고 칼렙에게 ‘네이든은 신뢰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라 충고한다.

 이후 2차, 3차 테스트를 거치며 칼렙과 에이바는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테스트를 거칠수록 칼렙은 에이바를 인간으로 보게 되고 이성적으로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정신이 혼란스럽기 시작한다. 에이바가 자신을 유혹하자 칼렙은 네이든을 향해 ‘에이바가 자신을 좋아하게끔 프로그래밍했느냐’고 질문한다. 그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에이바와 대화를 지속할수록 칼렙 역시 네이든의 거친 행동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그는 네이든이 에이바를 업그레이드한 후 수많은 인격체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와 협력해 네이든을 죽여 그녀가 연구소로부터 탈출하게끔 돕는다.

 영화를 통해 살펴본 에이바의 모습은 단순한 인공지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능뿐만 아니라 외모, 그리고 성격까지 정말 사람 같다. 그렇다면 에이바는 칼렙의 말을 분석해 얻은 데이터를 통해 반응을 만들어냈던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사고해 칼렙을 상대방으로 자유롭게 인식한 것일까.

 <엑스 마키나>는 우리가 하는 행동이 본능에 의한 결과라면 본능은 저절로 생기는 것인지, 혹은 조물주의 프로그래밍인지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우리 인간이 이성 혹은 동성을 좋아하는 것도 프로그래밍 된 것일 수 있다. 인간이 사고하는 것들도 프로그래밍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는데 왜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가. 이는 학습이 아닌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행하는 행동이 아닐까.

 또 영화 안에선 관객들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하며 창조자 네이든을 믿지 말라 말하는 A.I. 에이바. 그런 로봇에게 끌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칼렙. 그리고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네이든. 과연 인간이 인간을 만들 수 있을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인간을 만들고 그 지능과 감정을 만든다면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영화는 감정이 고조될수록 관객에게 인간다움, 그리고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사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엄현수 기자  12172975@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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