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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행복한 페르소나

 흐트러진 방을 열심히 정리하고 사진을 찍는다. 음식이 나오면 먹지 않는다. 우선 사진을 찍는다. 오랜만에 놀러 간 여행지에선 최대한 웃어 보인다.

 인스타그램 속엔 행복뿐이다. 절망, 좌절은 찾아보기 힘들다. 흔히 청년 삶의 이야기에 대한 주제가 학점, 취업 등 고민들로 이뤄지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의아하게 느껴진다. 사회에서 청년들에 대해 다루는 이슈만 봤을 때도 이들의 삶은 온전한 행복과는 멀어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그들의 삶이 얼마나 어렵고, 그로 인한 우울감과 좌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문제시된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SNS에는 이러한 흔적이 없다. 참 아이러니하다.

 방학이 되면 수많은 청년은 여행을 떠난다. 동남아, 유럽, 미국 등 해시태그 하나면 전 세계를 여행하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 지역의 랜드마크 앞에서 활짝 웃음 짓고 있다. 해시태그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여행을 부추기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다. 혹자는 해외여행에 갈 처지가 아닌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가슴 속에 키워내고 있을지 모른다.

 유명 맛집과 흔히 말하는 감성 카페 등은 젊은 청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SNS에서 유명세를 탄 음식점은 몇 시간씩 줄을 서 들어가지만, 실망을 하고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비싸다 한들 청년들을 타깃으로 한 SNS 광고를 잘 활용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제품을 완판할 수 있다. 하룻밤에 적게는 십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호캉스’를 즐기는 것도 대부분 청년의 일이다. SNS에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큰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청년 세대가 가지고 있는 최대 ‘딜레마’다. 현실은 아프고 쓰리지만 남들 앞에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뒤에선 눈물 마를 새 없을지라도 말이다.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밝은’ 모습을 청년들에게 강요한다. 따라서 우린 언제나 밝고 행복한 이들이 가진 겉모습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어둡고 우울한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기엔 SNS라는 공간이 너무나도 가식적인 가면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이들이 이용하는 SNS의 간극은 쉽게 좁혀질 리 없다. 타인들이 형성하는 이미지 속에서 사회는 종종 우리가 가진 것들의 진정한 의미를 잃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가식적 내면인 가면 ‘페르소나’를 앞세운다. 타인이 전시한 이미지를 본 후 나도 새로운 이미지를 전시하고, 누군가는 내 이미지를 모방해 또 다른 이미지를 전시한다. 이들이 전시한 이미지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거대한 사슬을 형성한다.

 진짜 내가 아닐 수 있는 가면을 좇으며 시간을 할애하고 보유한 자산과 권력을 모두 쏟아 타인이 설정해 놓은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삶. 사회로부터 만들어진 청년들의 삶은 그들이 가진 상처를 더욱더 아프게 찌르고 썩게 할 것이다. 우리는 삶과 사회가 만들어낸 간극을 좁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엄현수 기자  12172975@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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