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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놀이의 탈을 쓴 노동, 키즈 크리에이터

 최근 유명 키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 가족이 강남 고액 빌딩을 매입해 화제가 됐다. 1인 미디어가 확장되면서 그 중 하나인 키즈 콘텐츠 영상 산업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 영상 제작이 부모와 아이의 소소한 일상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과도한 영리를 추구하는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이 일어난다. 특히 부모가 아이에게 무리한 행동을 시키는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아이가 잠든 아빠 지갑을 훔치도록 연출했다. 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귀여운 장난처럼 보이지만 부모가 아이의 도둑질을 눈감아준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다. 따라서 윤리나 정서 교육상 문제가 된다.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이런 식으로 아이의 도덕 의식이 왜곡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강도로 분장한 아빠가 아이에게 ‘엄마를 잡아가겠다’고 겁을 줬다. 아이가 울면서 아빠 말에 따르자 ‘눈물의 몰카 성공’이란 자막을 영상에 사용했다. 또 다른 키즈 채널에서는 부모가 6살 쌍둥이에게 10㎏짜리 대왕문어를 통째로 먹게 해 논란이 됐다. 시청자들은 성인도 씹기 힘든 음식을 ‘먹방’으로 활용한 것은 가학적이라며 부모를 향해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 2017년 국제구호 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일부 키즈 유튜브 채널 운영자를 아동학대로 고발한 바 있다. 해당 채널 운영자들이 ‘유아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행동을 했고, 이러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해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은 본 사항을 아동학대로 판결하고 해당 부모에게 아동 보호 전문기관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 처분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국제노동기구 조약 근로기준법 제69조에 따라 15세 미만은 노동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업종에 종사할 수 없다. 단, 13세 미만 아이들이 임금을 받으려면 예외적으로 취직인허증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오늘날 키즈 유튜브 채널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별다른 허가 없이 아이들의 영상을 찍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실질적인 규제 없이 개별 운영자에게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건전한 영상을 찍으라고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1939년부터 ‘쿠건법’을 제정해 아동의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등 아역 배우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키즈 채널에 적용할 수 있는 ‘한국판 쿠건법’ 도입이 시급하다.

 자극적인 영상 제작을 위한 무리한 연출은 키즈 크리에이터에게만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아동발달 전문가들은 ‘이런 영상을 시청하는 아이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신체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것, 폭언을 쏟아내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다. 키즈 영상산업이 과연 아이를 위한 놀이인지 부모의 돈벌이 수단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김예은 기자  1219347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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