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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新’聞

 기성 신문사들이 변했다. 이제는 줄글로만 뉴스와 의견을 전달하지 않는다. 한국일보는 ‘한여름의 연쇄살인, 사회적 재난 폭염’이란 기획 기사를 영상과 결합해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한겨레는 탐사팀 기자와 영상 PD가 협업해 지난 6월부터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를 영상으로 보도했다. 아울러 ‘한겨레 라이브’를 통해 취재 뒷이야기를 방송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 학보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유가 나타난다. 학보는 아직도 종이에만 힘을 쏟고 있다. 세상은 변했지만 학보는 멈춰 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건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 없는 잔잔함은 편하다. 그 안에서 기사를 써 내려 가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흐르지 않는 물은 머지않아 썩은 내가 진동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그 물에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다. 정체한 신문도 마찬가지다. 결국 독자 없는 처지가 되고 말 것이다. 어쩌면 벌써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 봄이 오면 신문은 '잔막'을 위해 엉덩이에 깔고 앉는 용도로 쓰이며, 여름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머리를 가리는 우산 대용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실제로 소나기가 온 날 가판대엔 신문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그 날에’만’ 말이다.

 정기자가 된 후 학보의 현실을 깨달은 순간 벌게진 눈 겨우 뜨고 밤새 글을 쓰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수차례 이뤄지는 회의와 끝없는 원고 수정의 실효성에 의심을 품었다.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누가 먼저 나서서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순탄치 않은 계약 결재, 지속되는 회의와 수정작업은 꼬인 실타래를 푸는 것만큼이나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림없이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근 두 달 동안 판을 바꾸며 사실 혼돈 그 자체였다.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속 썩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혼돈은 명료함 이전에 나타나는 경이로운 상태라는 말을 유념하며 기자들이 머리 모아 ‘新’聞을 만들었다. 16년도 베를리너판으로의 변화에 힘입어 이젠 타블로이드판으로 새로이 판을 제작했다. 웹 신문을 병행하며 글 기사와 함께 영상, 카드 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실을 계획도 세웠다. 종이 신문엔 독자 투고란을 새로이 만들고 평범한 인하인의 특별함을 찾는 ‘인하인을 만나다’ 코너도 신설했다. 독자와 함께 신문을 만들자는 기자들의 소망이 실현됐다.

 1958년 대판 신문이 2016년에 베를리너판으로 바뀐 것과 비교해봤을 때, 2019년에 또다시 새 판을 만들게 된 것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은 급하고 격렬하게 일변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중 하나인 인디펜던트는 3년 전 이미 ‘윤전기는 멈추고, 잉크는 말랐다. 더는 종이가 접히지 않게 됐다’라고 말하며 종이 신문 발행을 멈췄다. 이제 변화는 모든 미디어의 숙제다. 누가 더 날쌔게 변화하느냐는 이제 생존이 달린 문제다. 시대는 우리에게 지루함을 벗어나길 요청하고 있다. 학보도 시대에 걸맞게 새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우리의 궤도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인하대학신문은 우리만의 신문이 아닌 우리 모두의 신문이다. 학보와 독자의 길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학보가 언도를 벗어나지 않게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학보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서정화 편집국장  12182947@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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