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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비 내리는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노래 한 곡으로 국내 관광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여수. 수많은 젊은이와 예술가들이 찾는 낭만의 거리. 일렁이는 바다 옆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와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하는 여수에 다녀왔다. 그날은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알록달록한 여수의 한 초등학교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바닷가 마을

 여수엑스포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여수의 풍경은 서울과 다를 바가 없다. 크고 독특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길에는 많은 차가 지나다닌다. 그러나 역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들이 눈에 띈다. 어느새 높은 건물들은 사라지고 옥칠을 한 기와지붕의 옛날 집들이 가득하다. 이런 지붕을 본 적이 언제인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차도를 따라 길을 걸으면 형형색색으로 덮여 있는 예쁜 건물을 만나기도 한다. 창틀은 노랑 초록으로 색칠해 한 눈에 띄었다. 여수 한 초등학교였다. 날이 추워서인지 공을 차고 흙을 만지며 노는 아이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마을이 품고 있는 학교 그 자체로도 예뻐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둘러보느라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 길이었다.

 

 마을은 바닷가로 바로 연결이 돼 있어 그리 멀리 가지 않고도 여수 앞바다에 도착할 수 있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어업에 나갔다 돌아온 배 여러 척이 정박해 있었다. 그 위로는 여수의 명물 해상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마치 연등을 달아놓은 모습 같았다.

 

바위 사이로 보이는 여수 바다는 한 폭의 그림같다.

섬 안 작은 숲, 오동도

 여유롭게 여수 앞바다를 걷다 택시를 잡아타면 10분도 안 돼서 오동도에 도착할 수 있다. 오동도는 겨울과 초봄에 예쁜 동백꽃을 피워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여수 대표 관광지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여름날이라 동백을 볼 수 없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섬 안 자동차 출입은 제한되기 때문에 입구에서 내려 오동도 전용 동백열차를 타고 섬 안으로 들어갔다.

 

 충무공의 도시 여수답게 도착하자마자 거북선과 판옥선 모형을 볼 수 있었다. 열차를 타고 내린 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오동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누구나 상상 가능한 섬의 모습과는 달리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숲을 걷다 보면 섬 속에 있다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피톤치드 향이 강렬하게 뿜어 나온다.

 

 섬 안의 숲에 있는 많은 관광 명소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곳은 ‘바람길’이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고 경사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바닷가가 나온다. 바닷가 양옆 우뚝 서 있는 바위는 그 자체로 액자 역할을 한다. 숲과 바다의 조합은 이색적이고 아름다워 자연스레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관광지를 방문하면 카메라를 꺼내는 일이 먼저지만 바닷길에 서 있는 그 순간만큼은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시 숲길 계단을 따라 내려와 조금 더 걷다 보면 오동도 최남단에 위치한 등대와 만날 수 있다. 보통 등대 기둥은 각 없이 매끄럽지만 이 등대는 각진 흰색으로 돼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등대 옆엔 달팽이 모양 느림보 우체통이 있는데 엽서를 적어 넣으면 1년 뒤에 받을 수 있다. 1년 뒤 나에게 편지를 써 부쳐 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문난 맛집 여수

 여수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여수까지 왔으니 전국 팔도 중 손맛으로 소문난 전라도 맛을 안 볼 수가 없었다. 특히 명품 간장게장이 유명하다. 여수에는 소문난 간장게장 맛집들이 많아 발 닿는 곳 어느 곳을 들어가든 맛있는 게장을 맛볼 수 있다.

 

 필자 역시 여러 음식점 중 한 곳에 들어갔다가 메뉴판을 보자마자 ‘여수의 맛’ 하면 간장게장만 떠올린 것을 반성했다. 간장게장, 양념게장뿐만 아니라 갈치조림, 꽃게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으니 안 시키고 배길 수가 없었다. 특히 시원하고 진한 꽃게탕 국물이 일품이었다. 누구든 여수에 방문한다면 게장과 함께 다른 꽃게 요리를 맛보길 바란다.

 

 환상적인 게 요리를 먹고 나오니 여수에는 비바람이 몰아쳤다. 비 내리는 여수는 제법 쌀쌀했다. 추위를 피하려면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하기에 키조개관자삼합을 먹으러 이동했다. 갓김치와 관자, 고기 삼합은 여수에서 간장게장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음식이다. 여수 시내 곳곳에 맛집이 위치하니 기호에 맞춰 음식점을 고르면 된다.

 

 불판에 키조개관자와 고기, 야채 등을 올린 후 자글자글 구워지면 갓김치와 함께 먹는다. 추적추적 비 오는 소리에 지글지글 음식이 익는 소리가 더해져 감성을 자극했다. 여수 갓김치는 톡 쏘는 맛이 일품이라 구운 고기와 해산물과 찰떡궁합이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불판이 비워지고 눈앞에는 문어라면이 놓여있다.

 

여수 밤바다 낭만포차 거리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여수 밤바다

 ‘여수’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노래 ‘여수 밤바다’이다. 이 노래가 유명해진 후 여수 ‘밤바다’는 지나칠 수 없는 관광의 한 부분이 됐다. 여느 작은 마을들이 그렇듯 어둠이 짙어지면 여수의 거리는 고요하고 지나가는 사람 한 명 보기 어렵다. 바글바글 몰려있는 사람 구경을 하려면 이순신 광장이 위치한 시내로 나가면 된다.

 

 여수 앞바다와 맞닿아있는 이순신광장에 도착하면 어두컴컴한 거리는 어디로 갔냐는 듯 밝은 조명에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인파가 몰려있는 곳에 이끌려 가보니 젊은 밴드가 버스킹을 하고있었다. 음악을 하는 자는 즐기고 듣는 자 역시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음악에 몸을 맡겨 춤을 췄다. 앞에선 파도가 일렁이고 옆에선 버스킹이라니. 여수에 오면 왜 ‘낭만, 낭만’ 외치는지 알 것만 같다.

 

 음악에 홀렸는지 분위기에 홀렸는지 바닷가로 난 길을 따라 끝없이 걸었다. 노랫소리가 끊길 즈음 또 다른 버스커가 등장하고 여수 낭만포차 거리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마주했다. 여수 낭만포차 거리는 또 다른 여수의 관광 명소 중 하나다. 바닷가로 난 길에 포장마차가 줄지어 서 있고 사람들은 거리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낭만에 취한다. 그들 모습이 얼마나 즐거워 보였는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모두 여수 밤바다를 바라보는 이 순간에는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다.

 

 한없이 길을 걷게 만들고 싶은 곳, 오래 머물고 싶은 곳, 뒤 돌면 생각나는 곳. 그곳이 바로 여수다. 비 내리는 여수가 필자에게 선물한 낭만은 나이가 들어 주름이 질 때까지도 늙지 않은 채로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엄현수 기자  12172975@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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