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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스타 피드 속, 감성이 뭐길래

 한국 카페산업의 규모는 함부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거대해졌다. 여러 프렌차이즈는 물론이고 개인 카페들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사 후 ▲미팅을 위해 ▲공부를 위해 ▲친목을 위해 이용하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카페라는 공간은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 됐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감성카페, 빈티지카페 등 여러 다채로운 수식어를 붙인 카페에 대한 피드가 줄지어 올라온다. 망리단길로 부상한 망원동, 연남동 등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들은 ‘감성카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카페투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단지 SNS에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카페에 방문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한국의 거대한 감성카페문화 주역에 방문해 속칭 ‘인스타 감성’을 느껴봤다.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너도나도 감성카페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감성카페’만의 향기는 다소 익숙하다. 빈티지함을 보여주고자 하는 여러 카페에서 분명 맡아본 듯한 디퓨저 향기가 느껴진다. 노랫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곡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느 감성카페에서 들을 수 있는 재즈 음악이 잔잔하게 깔린다. 카페 분위기를 좌우하는 인테리어 역시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감성카페라고 하면 금세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한정적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미지다. 인더스트리얼을 특징으로 하는 철제 의자를 배치하고 어두운 조명을 달아 레트로와 빈티지를 표현한다. ‘예쁜카페’를 검색하면 흔히 볼 수 있는 하늘하늘한 레이스로 온 내부를 두르고 밝은 조명과 예쁜 머그잔이 감성을 더한다. 그러한 유행을 좇는 특색 없는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감성카페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작년에는 감성문구를 내세운 네온사인이 달린 카페들이 유행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인더스트리얼 카페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컨셉의 카페가 유행할지 모르지만 많은 카페가 의미없이 그저 수요에 맞춰 유행을 따를 것은 분명하다.

 

괜찮아, 감성이야

 감성카페에서 인테리어는 각 카페만의 감성을 표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시멘트의 벽과 천장의 파이프, 전선들이 그대로 노출되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공사장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직접 방문하여 살펴본 빈티지카페들은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 얼룩, 상처들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듯 했다. 몇몇 카페들은 마감을 덜한 듯한 인테리어가 아닌 실제로 마감을 덜 해 위생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 완성되지 않은 느낌만 내는 것이 관건인데 문제는 시공비를 절약하고자 빈티지라는 포장지를 씌운다는 것이다. 이에 벽이 갈라져 콘크리트가 보이고 먼지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도 자주 제기된다. 실제로 카페에 방문해 살펴본 내부의 천장과 벽은 위생을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매장에서 판매중인 디저트류는 덮개 없이 먼지로부터 방치가 돼 있었다. 감성카페에 종종 방문한다는 한 소비자는 “대부분의 공장컨셉을 한 카페들에 대해서 위생적인 문제를 느끼지 못했는데 언젠가 방문했던 카페 중 곰팡이가 피어있던 곳이 있어 놀란 적이 있다”며 위생문제에 공감했다.

 심지어 얼마전 한국에 상륙한 미국의 프리미엄 커피전문점인 ‘블루보틀’도 한국에 현지화된 과정에서 선택된 디자인이라며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내부를 꾸몄다. 블루보틀의 입점을 기대하고 있던 소비자들은 “오래기다렸던 블루보틀마저 공장형 인테리어로 지어져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같은 높이의 의자와 탁상

불편함을 팔아 감성을 산다

 본격적으로 카페를 이용하고자 앉을 자리를 찾으면 사진 찍기에 좋은 구도로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들이 눈에 띈다. 한눈에 봐도 인테리어를 위해 놓여진 듯한 것들은 카페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킬 수는 있어 보인다. 식탁의 역할을 못하는 지나치게 작고 동그란 테이블도 있고 커피와 디저트가 올려진 테이블로 손을 뻗으려면 허리를 한참은 구부려야 하는 낮은 테이블도 여럿 있었다. 음료를 놓아두는 용도가 아니라 그저 감성적인 인테리어를 위한 도구로써 배치돼 있는 것 같았다. 불편한 자세를 감수하면서 카페의 감성을 느끼며 셀카를 찍고 카페의 내부를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테리어와 가구로써의 기능이 주객전도 된 듯 한 느낌이었다. 내부 인테리어와의 조화를 위해 녹이 슨 철제의자를 배치한 곳도 있었다. 인테리어 소품이라는 외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놓아 둔 것이다.

 

얼음이 가득 들어있는 4천 5백원 상당의 아메리카노

가성비?! 이젠 가심비

 감성카페의 메뉴판을 보면 감성카페들이 주로 판매하는 비슷한 가격대의 커피들이 보인다. 카페는 흔히 아메리카노를 적게는 3천원대 후반에서 많게는 5천원대 중후반의 가격으로 판매한다. 평균적으로 감성카페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5천원 이내로 판매하고 있다. 직접 방문해 본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는 아메리카노 이외에 7천원을 훌쩍 넘는 커피들과 제조음료들도 있다. 가성비도 옛말이 돼 버린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가심비를 찾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페에 지불하는 비용에 자릿세를 포함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니 그 가격을 함께 지불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비싼 가격에 너그러워졌다. 기꺼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카페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수요는 카페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가격에 상향평준화를 불러왔다.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질 좋은 원두를 사용해 정성스럽게 만든 커피를 판매한다는 카페들에 대한 많은 수요가 증명됐으니 이제는 너도나도 감성카페라는 이름을 달고 비싼 가격의 커피를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의 대표주자 격인 카페들이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던 당시 스타벅스 커피를 구매하는 것은 사치라는 시선이 있을 정도로 가격에 대한 회의적인 판단이 만연했다. 그러나 이제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커피가격은 너무나 익숙해졌고 몇몇의 감성카페들에서는 우유 한 팩 정도 크기의 아메리카노를 프랜차이즈 카페의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컵에 담긴 6,500원 가량의 커피를 보고 용량을 물으니 “대략 350mL”라고 답했다. 가득 채워진 조각 얼음들이 차지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어오던 프랜차이즈 카페를 비웃듯 그 가격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커피의 가격도 비싸게 판매되는데 디저트의 가격이라고 상황이 다를 일은 만무하다. 이에 한 소비자는 “카페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같이 온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데에 소비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지불하는 편이다”며 비싼 가격이 익숙하다고 이야기한다.

 

 SNS에 예쁜카페의 사진과 카페에서 찍은 셀카를 담은 피드를 업로드한다. 어느새 감성카페는 약속장소를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을 가지게 됐고 수요는 날로 늘어난다. 수많은 감성카페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유행의 유통기한은 매우 짧은데도 한가지 컨셉이 유행하면 여러 카페들은 무작정 유행을 따라가기 바쁘다. 카페산업의 규모는 날로 증가하는데 그 모습은 점점 획일화된다. 어쩌면 유행이 카페의 본질을 헤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감성카페를 원치 않는데도 대다수의 카페들이 유행을 따라 감성카페의 모습으로 탈바꿈을 한다.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하기 위해 찾았던 카페의 역할이 오히려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가격은 또 어찌나 부담스러운가. 규모의 확장만을 보고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는 획일화에서 벗어나 특색을 찾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김선경 기자  12182872@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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