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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낙태죄(1953~2020)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낙태 행위를 처벌하는 현행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은 출산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까지도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7명 재판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시 법을 없애면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까지 법률을 잠깐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현행 낙태죄 조항의 효력은 내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되고, 그 이전에 국회는 낙태의 허용 범위 등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낙태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이로써 낙태죄는 1953년 형법에 규정된 지 66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우리나라 낙태죄의 역사는 1953년, 법전편찬위원회가 내놓은 형법은 낙태죄 조항을 포함하고 있던 것부터 시작된다. 당시 낙태죄는 인구 조절을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로 인식됐다. 한국전쟁 이후 낙태는 개인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 범죄로 취급되는 게 당시 사회 분위기였다.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한 특별법인 ‘모자보건법’ 8조는 1973년 제정돼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1970년대 이후 산아제한 정책이 추진되면서 낙태는 암묵적으로 비범죄화됐지만 1985년 대법원은 사문화돼 가던 낙태죄를 부활시켰다. 이후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임신중절 시술을 69차례 했다가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가 2017년 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이 헌법소원이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자기낙태죄’에 해당하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의사낙태죄’라 불리는 형법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한다. 낙태죄의 문제는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임신으로 인해 부모가 되는 것을 결심하는 일은 굉장히 큰 결정이다. 특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임신중지를 결정해서 본인과 연결돼있던 생명체를 떠나보내는 것 또한 큰 결심이 필요하다. 어느 여성도 결코 쉽게 임신중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여성이 무슨 결정을 내리든, 자신의 몸에 관한 결정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69%인 25개국에서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오늘날에서야 낙태죄 폐지 논의가 시작됐다. 모든 국민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는 국가에서 법을 제정해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던 것이니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필자는 이번 헌법불합치 판결을 통해 이제서라도 세상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는 아주 작은 발걸음일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올바른 방향이다. 낙태의 허용 범위, 재생산권, 의료인 교육 등 구체화해야 할 내용이 태산이다. 여성이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올바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박유진 편집국장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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