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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영화산업의 독, 스크린독과점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어벤져스4)이 한국 개봉 영화 사상 역대 최단기간 1천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개봉 11일 만이다. 최근 관객 1천만 600만명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과 한국 흥행 영화 부동의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량’보다도 빠른 속도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대한민국의 관객들을 매료하게 됐을까?

 

 물론 어벤져스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음이 한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번 시리즈는 어벤져스 스토리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개봉 날짜에 맞춰 영화관람권을 예매했고 예매가 시작된 이후 빠른 시간 내에 1주일간의 많은 극장의 자리가 매진 행렬을 이었다.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에 응답하듯 전국의 영화관은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상영관 숫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5월 첫째 주 기준 전국 3058개 스크린 중 2750개 관에서 해당 영화를 상영 중이다. 전국 상영관의 80%를 웃도는 수치다. 5월 첫째 주 상영 중인 영화 38편 중 어벤져스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이 전체 20% 정도의 상영관을 나눠 사용해야 한다.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영화지만 대략 10개 중 8개의 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상영하니 관객들의 선택지는 여지없이 적어 보인다. 혹자는 ‘어벤져스:엔드게임’ 이외에 어떤 영화가 개봉했는지 정보조차 모를 것이다. 필자 역시 이 영화와, 광고 중인 한국 영화 몇 편 이외에 다른 개봉작들은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여러 영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늘 남들이 보는, 인기 있는 영화만을 보게 될 가능성도 만무하다.

 

 ‘스크린 독과점’은 비단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배급 상영 질서인 ‘고정부율제’는 정해진 비율에 따라 배급사와 극장이 수익을 나눈다. 이는 상영 기간과 상관이 없다. 영화 선진국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나라는 고정부율제가 아닌 ‘변동부율제’를 적용한다. 개봉 초기에 배급사가 많은 몫의 이익을 얻고 상영 기간이 늘어날수록 극장의 몫이 늘어나는 제도다. 따라서 고정부율제를 체택한 우리나라는 개봉 초기부터 많은 상영관을 확보할수록 유리하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영화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흥행하는 영화만 선호하게 되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접하지 못하는 것은 순수한 예술을 접하는 관객에겐 독이다. 스크린 독과점이 꼭 총 관객수를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다. 많은 상영관을 차지하고도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관객의 ‘선택할 권리’를 제지한다. 지천에 널린 좋은 영화들을 접할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픈가. 영화는 단순히 영화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고 꼭 기억해야하는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저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영화에 접근한다면 이런 메시지를 놓치고 만다.

 

 영화의 강국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극장 당 최대 스크린 수를 4개로 제한한다. 보다 다양한 장르와 내용의 영화를 접하고 느끼라는 취지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발전된 영화 산업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엄현수 기자  12172975@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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