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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준비된 사람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겨우내 품고 있던 기운을 발산하며 잎이 풍성해지고, 화려한 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라 그런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나무가 초록을 띠면서 학교도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러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계절의 변화처럼 사람도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각자가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새롭게 다짐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학교에는 학업으로, 취업준비로 어깨를 누르던 부담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놀이마당인 ‘축제’가 펼쳐지기도 한다.

 

 한해의 1/3을 보낸 시점에서 5월이라는 화려한 선물을 받으며, 잠시 나를 돌아보는 자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열심과 감사와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고집과 교만과 약함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러한 생각은 5월은 무엇으로 채워나갈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이런 오디션에서는 무대에 선 이들을 포함해서 모두가 떨리는 마음으로 보게 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심사평을 듣는 시간이다. 전문가들의 냉철한 평가 앞에 선 도전자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합격 혹은 탈락이라는 숨막히는 긴장감이 도전자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 모두에게도 전달된다. 합격하는 이들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호평을 듣는 준비된 사람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독일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연습(노력)은 전문가를 만든다(Uebung macht Maister)’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준비된 사람이란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는 연습(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의미이다. 나의 잠재된 능력이 5월의 싱그러움처럼 발산되기 위해서는 연습(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수학과를 졸업한 동문이 수학과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학교에 쾌척했다. 기부금 행사에서 그 동문의 학교생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까지는 학교를 그만둘까도 고민할 정도였으나, 제대 후에는 학교에서 나를 찾고 발전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에 하루 14시간씩 전공과 영어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상당한 액수의 장학금을 후배들을 위해 기부할 정도로 사회적인 성공을 거뒀다. 물론 사회적 성공이 경제적 부유함만을 기준으로 평가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의 달성과 함께 경제적 부도 이뤘다면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준비된 사람, 노력하는 사람이 전문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 비룡논단에 글을 쓰면서 독일 유학시절 지도교수님이 나에게 항상 해 준 말씀을 소개하였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학생들이 학업과 취업준비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3G가 필요하다. ‘Gesundheit(건강), Geld(돈), Gelegenheit(기회)‘이다. 그러면서 지도교수님은 나에게 “내가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시켜주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건강은 자신이 지키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교수가 돈을 벌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학문적으로 준비를 시켜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는 의미라고 하셨다. 나에게도 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주어질 것인데, 내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기회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고, 기회인지는 알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지도교수의 역할은 제자가 그러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학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도교수는 엄한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씀으로 항상 지도해주셨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박사지도교수를 Doktorvater(박사아버지) 혹은 Doktormuter(박사어머니)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한다.

 

 우리 학생들 모두에게도 기회는 주어진다. 그러나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준비된 사람일 것이다. 그러한 준비는 자신의 노력으로 혹은 자기계발을 위해 제공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 중에 나에게 적합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참여하면서 나를 발전시키는 과정이 이 5월에는 시작되기를 바란다. 물론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은 무시하고 나 홀로 생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좋아하는 독일시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어떤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와 함께 하는 내가 어떤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너와 함께 할 때 나의 능력이 발휘되고 내가 나일 수 있기 때문에 너를 사랑한다는 의미이다. 나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하는 모습,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모습 속에서 나를 준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싱그럽고 화려함으로 가득한 이 5월에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인하대학교 원혜욱 대외부총장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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