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학가의 화두는 단연 구조개혁과 경쟁력 강화인 것 같다. 교육도 산업이라는 선언이 있었고 그 기조 아래 학교와 학과의 수를 줄이고 사회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쪽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거의 매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전문지식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은 학원의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학원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학이 학원같이 실무에 필요한 기능과 지식만을 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지성과 인성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하는 곳이라면 우리는 조금 더 진지하게 교육의 목표와 경쟁력 강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쟁력 강화가 물론 학교와 학과의 통폐합 그리고 맞춤형 교육의 확대 등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한 어느 정도 그 필요성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진정한 경쟁력 강화란 조금 더 단순한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믿는 교육의 목표는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이 쓴 짧은 에세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에 잘 서술되어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남들과 나누고 항상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는 것, 내가 어지럽힌 것은 내가 깨끗이 치우고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 것, 화장실을 쓴 다음에는 물을 내리는 것, 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작은 씨앗에서 자라나온 새싹에게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 대학에서도 유치원에서 가르쳐 준 이런 인생의 황금률들을 다시 일깨워 주는 것이 전문지식의 습득만큼 중요한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학교버스를 기다리는 긴 줄에서도 기가 막히게 앞에 서있는 친구를 찾아가는 사람을 볼 때, 화장실 변기 안에 외롭게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를 볼 때, 수업이 끝난 후에도 강의실 곳곳에 모여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빈 깡통과 종이컵들을 볼 때 나는 우리들이 유치원에서 배웠던 소중한 가르침들을 이미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 지쳐버린 사람들로 가득 찬 학교 밖 세상을 보았을 때도 나는 우리의 정신이 기술과 사회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유치원에서 배웠던 것들을 기억해 환경을 오염시킨 개인, 기업, 국가가 스스로 더럽힌 것을 치운다면, 아무도 남의 재물과 영토를 욕심내지 않는다면, 모두가 생명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낀다면 아마도 우리의 사회, 정치, 경제, 환경, 가정 문제들은 손쉽게 해결되고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할 것이다.
　진정한 경쟁력 강화는 외형적 구조개혁에서가 아니라 내면의 개혁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차갑고 거센 바람 속에서도 하나 둘 피어나는 교정의 꽃들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유치원 교육을 꿈꾼다.
　

유영종 (영어영문과)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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