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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영화] 박쥐(Thrist, 2009)

‘상현’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는 신부다. 매번 죽어가는 환자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상현은 해외에서 비공개로 진행하는 백신 실험에 자원한다. 발병률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현은 수술 도중 사망하지만 사망 직전에 수혈받은 피로 뱀파이어가 돼 살아난다. 다시 한국으로 귀국한 상현은 병원으로 돌아간다. 상현은 하루아침에 살아날 수 없는 병을 이겨낸 메시아가 됐다. 그러던 중 상현의 어릴 적 친구인 ‘강우’와 그의 부인 ‘태주’를 만난다.

 

 상현은 뱀파이어가 된 이후 억눌렀던 자신의 욕망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식욕과 성욕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한다. 강우의 집에서 열리는 마작 모임에 초대받은 상현은 태주의 모습에 성적 욕망을 느낀다. 결국 태주의 가족들 모르게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태주는 매일 잠든 강우의 입속에 쪽가위를 넣다 뺐다 하며 분노를 느낀다. 차마 강우를 찌르지 못한 태주는 자신의 허벅지에 자해한다. 태주는 상현이 뱀파이어임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자해 흔적을 보여주고 마치 강우가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속여 상현이 강우를 살해하게 한다.

 

 신부였던 상현은 성욕과 식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을 넘어 살인까지 저지른다. 금단의 영역을 넘은 신부와 자신의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태주는 어떤 선택을 거듭해 나갈까.

 

 이 영화는 뱀파이어가 돼 자신의 이상을 점차 잃어버리는 신부 ‘상현’을 비추는 영화다. 처음에는 식물인간의 피를 조금씩 먹거나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을 도우며 피를 얻으려는 등 자신의 이성을 지키려 노력한다. 하지만 태주를 죽이고 마치 짐승처럼 피를 갈구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성이 절대적일까’라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또한, 이 영화 속에서 ‘태주’라는 인물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 여기지만 달아나지 못한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잠든 시간 한복집 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를 맨발로 뛰어다닐 뿐이다. 그녀는 결국 원하는 대로 남편과 시어머니를 죽이지만 오히려 두려워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자신이 산 것도 이 가족 때문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태주는 제멋대로이며 죽음을 사주하지만 뱀파이어가 될 때나, 죽음을 맞이 할 때도 그녀는 강우의 처가 될 때 처럼 선택권이 없었다.

 

 이 영화에서는 고귀한 존재로만 느껴졌던 신부의 추락이 큰 흥미를 불어 일으킨다. 우리에게 금기를 넘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금지된 구역을 넘어가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임으로써 두려움은 사라지고 흥미만 남는다. 처음 영화를 접할 때 어렵고 복잡했다. 여러 번 보면 숨은 뜻도 느껴지고 복잡하게 얽힌 인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영화다. 우리의 욕망과 이상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완벽한 삶이란 존재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게 한 영화임엔 틀림없다.

신지은 기자  goe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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