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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인(無人)기계의 명암

 

 최근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는 물론 ▲식당 ▲영화관 ▲은행까지 무인기계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의 대면 서비스를 거치지 않고 음식 주문부터 은행 업무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무인 시스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누군가는 무인기계의 도입으로 편리함을 느끼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무인기계를 보고 발걸음을 돌리곤 한다. 특히 노인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전자기기에 익숙지 않아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인기계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뒷사람의 따가운 눈초리가 쏟아진다. ‘디지털 소외’란 무엇일까? 무인 시스템이 초래한 계층 소외 현상과 세대 간 디지털 격차 문제에 대해 알아봤다.

점원 대신 가게 앞을 지키는 무인기계들

사람을 대신하는 투박한 기계

 예전에는 가게에 들어가면 종업원이 손님들을 반겼지만 요즘은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무인 기계 ‘키오스크’가 반기고 있다. 키오스크는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이라는 뜻으로 무인화·자동화를 통해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자동화 시스템기기를 통칭한다. 최근 다양한 서비스업에 도입되고 있는 무인 기계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이고 일 처리 속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유명 패스트푸드점에는 이미 키오스크가 보편화됐다. 롯데리아의 경우 3년 전부터 무인주문 키오스크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전국 매장 1,142곳에 총 446대가 설치됐다. 은행에서도 키오스크 도입이 가속화됐다. 대면 창구 업무가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은행 영업점은 1년 반 새 약 300개의 영업점을 줄이고 무인점포들로 빈자리를 채웠다.

 

 무인 매장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의도가 제일 크게 작용한다. 키오스크는 한 달에 15만 원을 내면 빌릴 수 있다. 15만 원이면 하루 7시간을 일하는 직원의 이틀하고도 반나절의 임금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자 최근에는 대형 업체들뿐 아니라 동네 작은 가게들도 앞다퉈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있다. 여기에 ‘언택트(접촉하지 않는다)’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소비심리까지 더해져 무인화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 패스트푸드점이나 영화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키오스크는 아무래도 젊은 층의 이용 경험이 많았다. 최근 비대면 서비스의 이용이 많아진 매장은 패스트푸드(69.1%)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영화관(33.1%) ▲푸드코트(29.4%) ▲대형할인마트(22.9%) ▲철도역(17.9%) ▲은행(17.6%)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그 뒤를 이었다.

 

기계 위 방황하는 손가락

  최근 키오스크는 주문과 결제 단계의 모든 절차를 소비자가 직접 진행하는 수준으로 확장됐다. 주 고객층인 2030세대는 비교적 쉽게 이용하고 있지만 기기 조작에 서툰 중·장년층과 노년층 등 일부 계층에서는 오히려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오히려 소외되는 계층을 유발한다.

 

 실제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찾은 할머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매장을 찾았는데 직원이 주문을 받지 않고 기계를 통해 주문하라고 했다. 하지만 기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당황했다”며 “최근 무인기계를 많이 접했지만 아직 기계 이용이 많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기기 화면의 글자가 고령층이 읽기엔 너무 작아 사용하기 불편하고 오랫동안 주문을 못하고 있으면 뒤에서 기다리는 다른 손님의 눈치가 보인다”고 전했다.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셀프 오더’ 시간을 정해두고 특정 시간 동안 무인기계를 통해 주문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몇 번 화면을 누르다 결제를 못하거나 기계가 낯설어 손도 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디지털 소외 현상’의 그림자

 우리나라는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의 그림자가 짙다. 특히 키오스크로 대표되는 무인화 시스템과 관련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극심해진다.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무인화 시스템은 우리 일상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에 소외되고 있는 계층이 생겨나는 것이다. 바로 노년층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평균을 100%로 봤을 때 70대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25.1%로 현저히 낮았다. 디지털 소외 현상이 가속화 될 경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은 음식점, 영화관은 물론 대중교통 등 일상 곳곳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디지털 방식이 서투른 중·노년층은 아예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다. 서비스 인력이 점차 감소해 중·노년층의 접근이 더욱 제한되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화 돼 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뒷면에는 무인기계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도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무인기계를 이용해 커피를 주문하는 학우

도움의 손을 내밀자

 새로운 무인기계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사회적인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노인들을 배려해야 한다. 노년층은 디지털 변화의 핵심대상이나 중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소외 현상이 세대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노년층에 대한 정보교육이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재교육 등 세대 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중·노년층이 새로운 변화에 도태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배려하고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기술의 발전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없도록 중·노년층을 위해 실생활에서 디지털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무인화와 자동화는 삶의 편의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노년층 입장에선 이런 기술을 접하고 사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디지털 소외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을 통한 노인들의 변화를 기대하기 전에 우리의 태도부터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디지털 소외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것에는 무인 기계를 사용할 줄 모르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그들을 방치하거나 눈치 주기 바쁜 사람들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현금과 토큰에서 카드로 바뀌는 과정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졌듯이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중·노년층이 무인기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주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를 목격한다면, 뒤에서 따가운 눈초리가 아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는 게 어떨까.

이연진 기자  12182295@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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