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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결혼? 안 해요!’ 이제는 옛말이 된 노처녀•노총각요즘 대세 비혼주의를 파헤치다

 

 우리는 늘 ▲연애 ▲결혼 ▲출산 이 세가지를 필수조건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이들을 포기해야 했을 때 ‘삼포세대’라는 말을 쓰곤 했다. 2010년대로 들어서자 삼포세대를 넘어 5포세대, 7포세대 이제는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의 ‘N포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N포세대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나 혼자 산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연도별 혼인추이는 매년 감소한다. 특히 2016년은 처음으로 30만건이 안되는 28만여 건에 머물렀다. 이러한 현상은 2019년이 돼서도 변화가 없다.

 

 최근에는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비혼주의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이는 매년 줄고 있다. 남성의 경우 2010년 70.5%였지만 2016년에 56.3%까지 내려갔다. 여성은 감소 폭이 더욱 크다. 2010년 59.1%에서 2016년도에 처음으로 절반 미만(46.7%)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여성 독신율은 2000년대 처음으로 1%를 넘어섰으며 현재 4%를 가뿐히 넘겼다. 여성은 비혼율과 독신율에서 모두 남성을 훨씬 앞질렀다.

 

 미혼과 비혼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미혼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지만 비혼은 단순히 혼인 상태가 아닌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혼주의자들은 주체적으로 평생 싱글이기를 택한 사람들이다. 이렇듯 비혼주의자들이 비혼을 결심하는 이유는 무엇 일까.

 

 

왜 청년들은 비혼주의자가 되는가

 모두들 필수라고 말했던 것들N개를 포기하며 살아가는 N포세대에게 비혼주의를 선택하는 이유는 이전보다 더욱 다양하다.

 

 첫 번째, 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 상상을 초월하는 결혼 준비비용은 결혼의 관문 앞에서 청년들을 무릎 꿇게 한다. 트랜드모니터의 ‘2017 결혼 문화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78.2%의 응답자가 ‘요즘 시대에 돈 없이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것은 단순히 청년들의 생각이 아니다. 실제로 돈이 없으면 결혼할 수 없다.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1boon에 따르면 신혼집 마련을 위해선 평균 1억 6,791만원이 든다. 집을 마련했으면 예식장을 예약하고 예단과 예물을 준비해야 한다. 예식장을 예악했으면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촬영•웨딩드레스•메이크업과 헤어)’ 또한 예약해야 한다. 현 시세로 이들을 모두 합하면 약 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평균적으로 총 2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셈이다.

 

 요즘은 결혼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족들만 초대하여 진행하는 ‘스몰 웨딩’이 유행을 하고 있지만 몇 년 간 축의금을 지출한 일반 시민들에게 스몰 웨딩은 그림의 떡이다. 이렇듯 돈이 없다면 결혼할 수 없어 비혼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두 번째, 자의식 상승에 따른 ‘주체적인 삶’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비혼을 결심한 많은 청년들은 본인이 중심이 된 삶을 중요시한다. 실제로 한 여성은 “결혼 하고싶지 않다. 우리나라의 결혼 제도는 지극히 여성이 희생하는 구조다. 결혼을 한 대다수의 친구들이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다.” 또 “결혼을 함과 동시에 말그대로 남편에게 ‘내조’해야함을 암묵적으로 강요 받는다. 사회에서는 결혼한 여성에게 출산의 의무를 지우는 분위기를 느낀다. 나만의 삶을 살고 싶다”며 비혼주의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한 남성의 경우 역시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참 부담스럽다. 가정을 이루는 것에 너무 많은 의무감을 부여하는 것 같다. 아직도 많은 남성들이 가장의 무게를 느끼기에, 나는 우리나라의 결혼제도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들을 통해 ‘결혼=희생’이라는 공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많은 여성들이 희생에 따른 부담감을 느끼고 대한민국의 결혼제도를 비판하며 비혼을 선언하고 있다.

 

결혼반지 대신 비혼반지

 이렇게 만연해진 비혼주의에 대한 인식으로 새로운 ‘비혼주의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결혼 제도에 정면으로 맞선 청년들이 새로운 변화를 맞은 것이다.

 

 요즘 TV에는 ‘비혼식’을 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방영된다. 비혼식은 비혼을 선언하는 의식이다. 결혼에 연연하지 않고 비혼주의를 선언하는 청년들이 보다 자신의 인생에 더 투자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결혼하긴 싫지만 드레스는 한 번쯤 입어보고 싶고, 친구들을 모아 파티를 즐기고 싶은 비혼주의자들이 비혼식을 하곤 한다. 비혼주의자들은 돈이 많이 드는 결혼식 대신 비혼식을 함으로써 만족감 혹은 해방감을 느낀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는 ‘싱글웨딩’이 있다. 싱글웨딩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뒤 혼자 사진을 찍는 것을 말한다. 이는 비혼을 남들에게 선언하는 비혼식에 비해 웨딩드레스를 입어본다는 것에서 의미가 강하다. 결혼은 하지 않지만 예쁜 웨딩드레스는 입어보고 싶은 여성들이 주로 싱글웨딩을 한다. 비혼주의자인 친구들끼리 모여 우정 싱글웨딩 사진을 찍기도 한다.

 

 비혼주의자임을 선언한 서모씨는 “주변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친구들이 많이 있다. 친구들끼리 함께 싱글웨딩 사진을 찍기로 했다” 또 “결혼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웨딩사진은 꼭 찍어보고 싶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싱글웨딩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최근엔 비혼주의자들 사이에서 ‘비혼반지’도 등장했다. 사람들이 흔히 착용하는 ‘우정반지’에서 착안한 비혼반지는 비혼주의자들의 단합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우정반지를 빼면 우정을 배반하는 행위이고 커플링을 빼는 것은 이별을 상징하듯 비혼반지 또한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결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비혼주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대간의 차이를 보인다. 텔레비전 뉴스프로그램에서는 비혼주의를 설명하며 ‘저출산’현상에 대해 걱정한다.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연일 저출산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기성세대는 신세대들이 ‘왜’ 비혼을 선언하는지엔 관심이 덜한 듯 보인다. 실제로 한 60대 남성은 “요즘 애들은 결혼을 안 하려해서 큰일이다. 인생을 사는데 있어 결혼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가정을 한 번쯤 이뤄봐야 한다” 또 “어서 아들이 결혼해서 예쁜 손자를 보고싶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 N포세대들이 비혼주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성세대와는 조금 다르다. 청년들은 어려운 환경을 바꿀 수 없으니 생각을 바꾸자는 태도를 취한다. 비혼을 선언하는 이들의 생각을 지지하고 결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대한민국 사회를 비판한다. 이들은 이제 비혼주의를 하나의 삶의 형태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세대간 충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기성세대의 자녀가 비혼을 선언하면 부모의 마음은 타 들어간다. 비교적 개방적으로 비혼주의자인 자녀를 이해하는 부모님을 가졌을지라도 세대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최모씨는 “비혼을 선언했을 때 부모님께서 내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 해주셨다. 그러나 이내 ‘손주 보고싶다’, ‘예쁜 손주 언제 볼 수 있을까’ 등의 말씀을 해 부담이 됐다”고 전했다. 또 “어른들이 예쁜 손주를 기다린다는 말씀을 하실 때 여성으로써의 삶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든다. 난 아이를 낳는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 그 자체이다”며 결혼 하고 난 이후의 여성이 갖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깨져버린 ‘연애=결혼=출산’ 공식

 지금 불어오는 비혼주의 열풍은 현 세대가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경고’와도 같다. 잔인한 물가와 결혼비용, 사회의 억압 등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으로 인해 삶의 자유를 침해당한다. 이런 사회에서 비혼주의자들에게 결혼은 사회 유지를 위한 관습에 불과하다. 현 세대에게 ‘연애=결혼=출산’ 공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노처녀•노총각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것이다.

 

 청년들의 결혼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두렵다면 우리 사회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더 이상 결혼생활이 우리들의 삶의 주체성을 훼손하게 내버려 둬선 안된다. 나의 삶은 한 사람의 아내로, 남편으로서의 삶이 아닌 바로 ‘나’자신의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들은 이제 더 이상의 참견을 사양한다. 손주를 보고싶다는 어른들의 말씀도, 혼자면 외롭다는 친구들의 걱정도 참견일 뿐이다. 그 아무도 청년들에게 가정을 이루는 것을 강요할 수 없다. 비혼주의자임을 선언한 이들은 외로움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청년들은 가정을 위해 ‘나’를 희생하지 않는다. 결혼은 나 자신을 찾은 이후에 선택될 것이다.

엄현수 기자  12172975@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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