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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피해자만 고통받는 나라

 

최근 국내를 뜨겁게 달군 일이 있다. 시작은 폭행 사건이었다. 작년 11월 2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클럽을 찾은 한 남성이 성추행당하는 여성을 보호하려다 클럽의 직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이 남성은 폭행을 당해 심한 상해를 입었지만 경찰은 오히려 남성을 가해자로, 클럽 관계자를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억울한 남성이 인터넷상에 호소문을 올렸고 이후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 올해 1월에는 관련 청원이 게시됐다.

 호소문이 확산되자 해당 클럽은 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사건의 원인은 그 남성이 여자 손님을 성추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본인이 성추행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세 명이 강남경찰서에 남성을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고소인 세 명 모두 사건이 일어난 클럽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사건 조작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다.

 올해 1월 말, 클럽 내부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무언가로 인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클럽 관계자에게 끌려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영상이 공개됨으로써 그동안 클럽에서 이뤄진 불법 약물의 사용과 성폭력 등 조직적인 범죄 의혹이 터졌고 실제 피해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고 클럽 대표와 영업 사장의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이로 인해 클럽 내부 범죄와 권력층의 유착 의혹이 좁혀졌다. 또한 강남경찰서의 경찰과 클럽 간에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그 범위를 짐작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어 지난 2월 26일, 해당 클럽의 대표이사이자 유명 남자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인 ‘승리’의 카톡 내용이 공개됐다. 카톡에서 승리는 성 접대를 지시하는 등 성범죄를 사주하는 대화를 나눴다.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해당 카톡 내용은 조작된 것이며 허위 사실 유포 시 강경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카톡 내용이 사실임이 밝혀지며 YG의 주가는 폭락했다.

 승리의 성 접대 지시 카톡이 조작이 아님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승리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한 승리의 카톡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수 ‘정준영’이 불법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했다는 새로운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정준영을 포함한 단톡방에서는 상상도 못 할 수준의 대화가 담겨 있어 온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것이 ‘버닝썬 게이트’다. 수사가 진행 중인 지금도 이 이상의 어떤 것이 더 있을지 우리는 모른 채 더 드러날 보도만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가해자가 누군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명백한 일임에도 끔찍한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바로 2차가해다. 정준영이 불법 촬영한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유명 SNS 페이스북에는 ‘버닝썬 동영상 공유’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정준영 동영상’이라는 키워드는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승리’, ‘정준영 동영상’ 등의 제목으로 대화방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일부 남성들은 ‘정준영 동영상 좌표 좀 찍어달라’며 노골적으로 불법 동영상 공유를 원했다. SNS에서는 여성 연예인의 얼굴과 불법 촬영물이 합성된 동영상이 퍼지기까지 했다. 이에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들은 사실 무근이라며 입장까지 발표해야 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영상과 무관한 일반인들의 신상을 포함한 허위 정보들이 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아무 이유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지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불법 촬영을 하거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불법 촬영물을 단순 시청하는 행위도 성폭력이 될 수 있다. 불법 촬영물, 일명 ‘몰카’라고 불리는 영상은 소비되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상의 소비도 일종의 가해다.

이렇게 여성 상품화가 만연한 죄의식 없는 한국사회에서 현재 ‘정준영 동영상’을 찾고 있는 당신도 가해자이며 이러한 억압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아닌 ‘씻을 수 없는 죄’임을 기억하자.

우리는 피해자만 고통받고 상처받으며 괴로워해야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박유진 편집국장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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