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비룡논단] 지금 강단에서 고민스러운 것

오늘도 또 하루 밀려간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든 어제와 오늘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총성으로 어린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전쟁은 아득한 기억 속에 밀려나 있다. 세상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시끌벅적하다. 조만 간에 세상이 지금과 완전히 딴 모습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미래학자들만의 너스레 같지만은 않다. 현재 직업의 40%가 향후 수십 년 후에 없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벌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그리 수긍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지난 1세기 반 동안 기술이 바꾸어 놓은 세상의 모습은 그야말로 별천지이다. 이른바 인간의 감각으로 느낌은 있으되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포착하여 인간의 생활은 물론 사고방식까지도 바꾸어 버린 것들, 전기, 전신, 전화, 사진, 영화, 축음기와 같은 것은 이제 현대의 우리에게는 세상의 원초적인 모습이 되어 버렸지만, 19세기 후반 거의 몇 년 사이로 연이어 출현한 이러한 기술들에 대해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것은 알파고가 우리에게 준 충격보다 더 컸을 것이다. 전면적인 인공지능시대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모호한 상상의 영역에 남아있다. 비록 우리가 이미 그 시대의 입구를 한창 지나왔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를 둘러싼 수십 년 혹은 수세기 반복되는 사회와 정치의 각 종 이슈들 덕분에 우리는 세계는 그렇게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위로를 받는다. 수십 년 후의 일은 예측하기 쉽지만 내일 있을 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비단 일기예보만은 아니다. 우리의 사회와 삶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내일 혹은 조만간 나의,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 같은 여러 진부한 사태들이다. 내일의 불확실성이야말로 우리가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십년 혹은 수십 년 후의 사태들에 대한 근심에서 자유롭게 해 준다.

기술의 진정한 힘은 자신의 낯선 존재를 쉽게 친숙한 존재로 바꾸는데 있다. 그것의 호소력은 마사지와 같다. 부드러움, 안락함, 편리함은 기술이 세계를 마사지 해 놓은 효과이다. 인간이 느끼는 것은 그 효과일 뿐 기술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 19세기 기술이 인간이 느낄 수 있을 뿐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던 세계를 인간이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해 주었다면, 21세기의 기술은 그 자신을 느낄 수는 있지만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존재로 바꾸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 기술은 인간에게 무의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시대에 각성과 의식의 문제는 인간이 기술이 지배하는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느냐 아니면 그 기술의 존재를 명철하게 의식하고 사고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인공지능시대에서 인간의 생존법은 인공지능과의 경쟁을 피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강점을 발휘하는 영역에서 인간은 결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데이터를 최대한 종합하여 응용하여 결정하는 능력에서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을 넘어선지 오래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노동이 인간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고비용의 인공지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일 뿐이다. 그래서 미래를 생각하는 교육에서 인간의 능력으로 강조하는 것은 상상력과 창조력이다. 물론 상상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단순히 지식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간 특유의 감성과 욕망, 의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상상력이 비교할 수 없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 인간의 상상력의 기반은 인공지능이 도처에 편재하는 세계이다. 자본이 단순히 세계경제의 작동원리에 그치지 않고 그 시대에 맞는 사회체계와 인간을 창출해 냈듯이 인공지능이 도처에 편재하는 시대에는 그에 맞는 또 다른 사회와 인간을 창출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기술은 각기 독립된 공간에 분리되어 존재했지만, 인공지능시대는 모든 사물과 기술들이 지능적으로 하나로 연계되는 전례 없는 새로운 삶의 생태계를 구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시대는 단순히 또 하나의 혁명적인 기술의 출현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와 문화의 출현, 생활방식과 의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 변화의 성격과 특징,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감각이 없는 상상력이나 융복합적인 사고란 단지 표층적이고 즉자적인 반응에 그치기 쉽다. 20세기 초 기술발전의 충격 속에서 등장한 화성이나 달의 여행과 같은 공상적인 이야기가 현실화되는데 반세기가 걸렸지만, 아직 우리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맴돌고 있는 새로운 세계가 본격화되는 시대는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 그럼 십년 이후의 장기적인 인생을 설계하는 대학생들은 오늘 무엇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까? 기술의 무의식 속에 빠져 변화해가는 세계를 추수하는 것 이상으로, 대학교육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중국학과 차태근 교수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하대학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World Focus]
"Yellow vest" that shook the w...
You are my proxy emotion
[World Focus]
You are my proxy emotion
Abortion constitutional nonconformity ; Results reversed after 66 years
[World Focus]
Abortion constitutional noncon...
Direct election system of  university presidents, demanding democratization of the university
[World Focus]
Direct election system of uni...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