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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영화] The Lobster, 2015

“자기 무덤은 스스로 준비해야해. 무덤에선 모두 혼자야. 사랑은 우릴 구원하지 않아”

영화는 한 여자가 들판에 있는 당나귀를 총으로 쏴 죽이며 시작한다. 장면이 전환되고 주인공 데이비드의 아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떠난다. 남겨진 데이비드는 자신의 개 한 마리와 호텔로 보내진다. 호텔에 도착한 데이비드는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질문을 받는다. 전에 온 적이 있는지, 아내와는 몇 년을 살았는지, 성적 취향은 무엇인지, 자녀는 있는지. 마지막 질문인 ‘저 개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데이비드는 “제 형인데 짝을 못 찾았다”고 답한다.

호텔에서는 스쿼시나 골프 같은 개인 운동만 할 수 있다. 배구와 테니스는 커플들만 이용 가능하다. 호텔은 45일 간 이용할 수 있으며 데이비드는 1인실을 배정받는다. 짝과 맺어지면 2인실로 옮기는 것이 호텔의 규정이다. 2인실로 옮긴 후에는 요트에서 2주의 시간을 보낸다. 요트에서 문제없이 지낸다면 다시 ‘도시’로 돌아갈 수 있다. 호텔에서 흡연은 금지된다. 흡연을 하면 금방 지쳐 사냥을 오래 할 수 없고 키스할 때 입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모든 개인 소지품을 반납하고 배정받은 물품들을 챙겨 자신이 배정받은 방으로 향한다.

데이비드가 묵게 될 101호의 침대 머리맡 위에는 마취총이 걸려있다. 탁자 위에는 마취용 화살 20개가 올려져 있다. 창밖에는 사냥을 당해 잡혀 온 ‘외톨이’들이 의식을 잃고 비가 와 젖은 바닥에 눕혀 있다. 사냥한 인원 수만큼 호텔에서의 삶이 연장된다.

호텔 매니저가 데이비드의 방에 방문해 이곳에서의 삶을 설명한다.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돼야 한다. 이곳에 왔다고 해서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동물이 돼도 짝은 찾을 수 있으니까”. 이어 매니저는 ‘짝을 못 찾게 되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 데이비드는 대답한다. “랍스터”.

대화가 끝나고 데이비드의 오른 손과 허리벨트는 자물쇠로 묶인다. 혼자보다 둘일 때 삶이 윤택함을 느껴보기 위함이다. 다음날, 새로 온 사람들의 소개 시간 후 저녁에는 커플만 출 수 있는 블루스 시간이 주어진다. 춤을 추는 도중 갑자기 경보가 울리자 모두 총을 들고 ‘외톨이’사냥을 하러 간다. 그 중 한 여자는 사람을 죽이는게 즐거운 일이라는 듯 외톨이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다. 데이비드는 한 명도 죽이지 못했다. 학살을 즐기던 여자는 4일이 연장돼 158일의 체류 기간이 남는다.

시간이 흐르고 데이비드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는다. 데이비드는 학살을 즐기던, 감정이라는 것이 결여된 여자와 맺어지기를 계획하고 본인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행동한다. 눈 앞에서 누군가 자살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한다. 이후 데이비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영화 ‘더 랍스터’의 세계관은 이분법적이다. 중간인 것은 없다. 무조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개인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거나 사랑받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버린다. 이렇게 사랑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꿀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의 미래를 알 수 없는 열린 결말이다. 데이비드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우리는 모른다. 영화 포스터에서 두 주인공이 무(無)를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데이비드의 사랑은 위태롭기만 하다. 기괴한 영화의 배경과 어우러지는 웅장하고 때로는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긴장감은 배가 된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사랑은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감정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의 연장을 위한 과제에 가깝다. 호텔에는 다양한 커플들이 있지만 그들의 공존은 모두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사랑에 빠지지 않은 자, 유죄인가. 나도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희생양은 아닐까.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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