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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선택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기

우리의 삶이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란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학생활에서도 소소하게는 오늘 학교에 어떻게 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하루의 최대 난제인 점심메뉴를 정하는 일, 교우관계, 수강신청, 동아리 활동, 입대, 스펙 쌓기, 진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택 과정이 계속된다.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할 것인지 창업을 할 것인지, 결혼을 할지 혼자 살지, 아이를 낳을지 말지 등 앞으로의 삶의 모습을 결정지을 중대한 선택의 기로들이 기다리고 있다.

 

삶을 살아낸다는 것. 그것은 매순간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우리의 숙명이 때로는 괴롭고 그리 달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결정해야만 살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선택이 어렵고 괴로운 것은 선택 뒤에 따르는 아쉬움이나 후회 때문일 것이다. 세계화와 IT기술의 진보, 그리고 다양성의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의 옵션과 정보는 지나치리만큼 많아졌고, 그만큼 선택을 위해 고려해야 할 대안도, 선택에 따라 포기한 대안도 늘어나버렸다.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갖고 만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보의 홍수, 데이터 스모그 시대, 사람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범람하면서 등장한 ‘햄릿증후군’. 햄릿증후군이란 무엇이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선택을 두려워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로, 현대 사회를 특정하는 하나의 단어로 자리 잡았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주인공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였지만, 현대인들은 어떤 물건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먹을지 스파게티를 먹을지 조차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결정장애 세대’로까지 불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처방전도 등장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맞춤 동영상 기능처럼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해 대신 선택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큐레이션 서비스는 점점 더 진화하며 우리 삶의 일상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랜덤옵션이 생겨나고 식당에는 ‘아무거나’ 메뉴가 등장했다. 인기 팟캐스트 콘텐츠랩 비보는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5천만 국민들을 위한 속 시원한 고민 상담소’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연자들의 고충을 함께 고민해주고 결정을 내려주며 사랑받고 있다.

 

졸업 후 취직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 소수 브랜드의 제품이 전부였던 시대를 경험한 나는 선택의 갈림길이 많아질수록 더 민주적이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적이 있다. 인터넷 정보 검색을 통해 대안들을 꼼꼼히 비교하며 가장 나은 선택을 추구했다. 하지만 선택의 갈림길에서 항상 더 나은 길에 대한 미련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로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감은 높지 않았다.

 

배리 슈워츠의 저서 『선택의 패러독스』에 의하면 나는 최고만을 추구하는 ‘극대화자(maximizer)’에 가까웠다. 극대화자가 자신의 결정이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확인하는 방법은 모든 선택의 옵션들을 살피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의 모든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책에서는 극대화자와 반대편에 서있는 이를 ‘만족자(satisfier)’라 소개했다. 만족자는 자신이 충분히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받아들이며, 나의 선택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선택과정을 차치하고 결과론적 혹은 객관적으로 볼 때 극대화자가 만족자보다 더 나은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극대화자는 최선의 선택을 내린 후에도 만족자보다 덜한 만족감을 느낀다. 극대화자는 만족자보다 덜 행복하고 덜 낙천적인 성향을 지닌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극대화자와 완벽주의자의 구분이다. 극대화자와 완벽주의자 모두 최고를 추구하고 최고의 기준이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는 최고의 기준이 충족되기를 기대하지 않는 반면 극대화자는 그 기준이 충족되기를 바란다. 완벽주의자들은 완벽을 추구할 뿐 후회하거나 불행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최고를 추구하는 것이 항상 가장 좋은 결정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의 결과는 객관적 기준으로만 평가 되지 않는다. 많은 경우 객관적 결과보다는 자신의 주관적 느낌이나 기분이 훨씬 중요하다. 남들이 볼 때 또는 객관적으로 볼 때 A가 낫다고 하지만 내 마음이 B에 있다면, B를 선택했을 때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B로 결정한 후 만족했다면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그만이다. 수많은 대학 중 인하대를 선택했고 그 선택에 만족한다면 남은 일은 한가지다. 열정과 도전정신 가득한 대학생활, 멋진 인하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성지연 겸임교수

(미디어미래연구소 부연구위원)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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