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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영화] V for Vendetta, 2006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선 안 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많더라도 이 문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적을 것이다. 2006년 개봉한 ‘브이 포 벤데타’는 제3차 세계대전 이후 전체주의 정권이 들어선 영국을 가정한다.

 

영화 속 정부는 언론을 비롯한 모든 시스템을 장악하고 통치기반에 위협이 될 요소를 제거한다. 중요한 것은 오직 국가의 존립과 지배층이 세운 ‘안전’이란 목표이며,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권리나 존엄은 주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다.

 

거짓으로 진실을 비꼬는 예술마저 검열의 대상으로 삼는, 소위 ‘파시즘’ 국가를 배경으로 설정한다. 카메라와 녹음장치, 통금으로 국민을 탄압 통치하는 ‘국가주의적 모델’은 조지오웰의 소설 1984, 미셸 푸코의 판옵티콘과 유사한 근-현대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꼬집는다.

 

주인공 V는 통금이 지난 시각 비밀경찰들로부터 곤혹을 겪을 뻔한 이비를 구하며 등장한다. ‘폭파’, ‘살인’ 등의 피의 복수를 통해 자신과 도덕의 보루가 무너져 내린 시대에 저항한다. 가면과 칼을 찬 채 방송국을 장악 해 정부의 민낯을 폭로하고 사라지는 한편, 폭탄을 사용해 비리로 얼룩진 법원을 폭파한다. 언뜻 보면 속 시원해 보이나 V의 행동은 혁명의 모태를 증오와 폭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영화에서 줄곧 비판하는 서틀러 정권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또 다른 등장인물 이비는 파시즘의 지배하에 성장했음에도 사랑과 희망 등의 비폭력적 방법인 방법을 통해 V가 목표한 것을 이루고자 한다. V의 복수가 온갖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면 이비의 혁명은 자유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V가 오직 증오에 점철돼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단초를 마련한 채 떠나가는 기성세대를 의미한다면 이비는 사랑과 희망으로 같은 목표를 이루어 갈 젊은 세대를 뜻하지 않을까. ‘V for Vendetta’, 오역이 난무하는 국내 영화계에 원어 그대로 개봉된 제목 속 Vendetta는 애석히도 ‘피의 복수’를 뜻하는 스페인의 여성명사이다. 어쩌면 감독은 우리가 추구할 변화의 방안을 사랑과 희망에 기초한 이비의 모습에 투영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던 것은 아닐까.

 

“시민 여러분, 누가 죄인인지 알고 싶으면 거울을 보십시오”, “성서에서 훔친 낡은 몇 마디 말로 벌거벗은 악행을 감추니 악마 같은 짓을 해도 성자처럼 보이는 도다” 라는 대사는 사회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권위에 숨어 자신의 잘못을 뒤덮으려는 현대사회를 어두운 면을 비추고있는 듯 하다.
 

‘모두 하나 된 세상이 아닌 다양한 삶을 지향하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세상’을 꿈꿨던 이비와 V의 변화된 마음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감독의 생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우리의 신념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묻고 싶다. ‘젊은 세대’의 ‘마스크’ 뒤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미래에 대한 사랑 혹은 희망일까. 증오와 분노일까.

박준서 기자  12182886@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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