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여름 사이의 계절로 1년을 4계절로 나눌 때 첫번째 계절

경칩

눈이 녹고 초록빛이 피어나는 봄이다. 따듯한 햇살이 비치면 세상은 다시 한 번 바뀐다. 하얗기만 한 세상이 다채로운 색으로 다시 피어난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기도 하고 노란 개나리를 헤집고 유치원생들이 또 다른 사회를 향해 뛰어간다. 그리고 누군가는 대학교 입학이라는 노력의 열매를 맺는다. 우리에게 봄은 늘 시작과 설렘의 계절이다.

‘경칩’이 오면 봄이 왔음을 느낀다. 경칩은 24절기 중 3번째 절기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를 뜻한다.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는 속담이 있다. 즉 작은 새싹부터 꽃과 나무 그리고 개구리와 여우까지 모두 일어나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경칩이 절기로 뽑힐 만큼 중요한 이유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농사를 위해 경칩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우리에게 봄의 시작이라는 상징이 있다. 아직은 추운 날씨 속 우리도 모르게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봄이라는 계절은 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번 출발선에 발을 내디딘다. 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고 직장에서 여러 갈등을 겪기도 한다.

피어나는 봄꽃처럼 우리의 새로운 역할이 꽃피기 시작한다. 시작은 우리를 두근거리게 하고, 그 시작에는 우리의 기분 좋은 출발을 응원하는 사람으로 가득 찬다. 축하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축하와 응원의 말을 듣는다. 깨끗한 새 교복을 맞출 때를 기억하는가. 마치 따듯하게 비추는 봄 햇살처럼 새로운 시작의 포근함을 우리는 기억한다. 작은 필기도구부터 빳빳한 새 책가방까지 추운 겨울을 딛고 따듯한 봄과 함께하는 시작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웃음을 줬다.

계절은 돌고 돌아 추운 겨울의 눈이 사르르 녹고 있다. 대학생들도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고 남쪽에선 봄바람이 불어온다.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떠올리며 괜히 마음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듯 작은 새싹이 피어나듯 우리의 마음속에도 작은 꽃이 피어나고 있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에게도 다음 학기가 시작되는 헌내기 에게도 기분 좋은 봄인 것은 분명하다.

봄꽃

봄이 왔다는 사실은 길을 지나가며 만나는 꽃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봄꽃들은 향기로, 색깔로 봄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무채색이었던 겨울과는 달리 거리는 알록달록 예쁜 색깔들로 물들고 향긋한 향기를 뿜어낸다.

그렇다면 거리를 물들이는 봄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미 노래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봄꽃은 개나리이다. 봄이 오면 길가에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작은 골목길이라도 예쁜 노란색으로 물든다. 또 바닥을 잘 살펴보면 작고 노란 민들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민들레 또한 개나리와 함께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봄꽃 중 하나이다. 바람에 홀홀 불어와 여기저기 흩뿌려진 민들레 홀씨는 봄의 땅을 노란색으로 가득 채운다. 유채꽃도 잘 알려진 노란 봄꽃 중 하나이다. 여수와 제주도에는 봄이 오면 유채꽃 밭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봄을 빨갛게 물들이는 꽃들도 있다. 바로 동백나무의 동백꽃이다. 동백꽃은 많은 사람들이 흔히 겨울 꽃으로 알고 있지만 봄이 시작할 때 까지도 예쁜 꽃을 피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시들시들해 지기 일쑤이니 만개한 동백을 보고 싶다면 하루 빨리 동백이 있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동백뿐만 아니라 장미와 철쭉도 봄을 빨갛게 물들인다.

목련과 벚꽃은 봄을 한 층 더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데에 기여한다. 목련은 하얗게 꽃을 피우기도, 옅고 진한 분홍색으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여러 색의 옷을 입은 목련의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목련 축제를 찾곤 한다. 벚꽃은 아주 짧은 시간에 화려한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봄꽃 중 하나이다. 벚꽃축제는 봄꽃 축제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다. 벚꽃이 필 즈음엔 꽃구경 하는 사람들로 길가엔 사랑스러운 기운이 넘친다.

이제 곧 따스한 봄이 오면 형형색색 꽃들로 세상이 물들 것이다.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고 꽃들이 만개하면 가벼운 옷을 걸치고 카메라와 함께 봄꽃들이 만개한 곳으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황사

봄은 누구에게나 푸릇한 계절이지만 동시에 걱정의 계절이기도 하다. 따뜻한 날씨와 봄나들이를 권하는 기상예보를 들으면 우리는 직감적으로 곧 황사에 대한 기상예보를 떠올린다. 겨울철 목 놓아 기다리며 새싹을 보려던 어린이들의 나들이가 누런 하늘과 먼지 쌓인 자동차를 뒤로 안방 소꿉장난으로 변모될 때면, 봄이 가진 ‘아름다움’의 민낯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해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다.

황사는 주로 중국이나 몽골 등의 사막지대에서 불어오는 흙먼지다. 전통적으로는 고비사막이나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중국의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사막 지역이 아닌 중국내륙에서도 황사가 발생한다. 특히 3월에서 5월 저기압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시점에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중금속의 농도가 올라간 황사는 실질적으로 우리의 안전과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2002년 3월 짙은 황사가 발생했을 때 산업체가 받은 영향은 엄청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반도체, 항공기 등 정밀기계 작동에 문제가 일어나 큰 손해를 입었다. 건설 현장마다 인부들의 결근율이 30%에 달했으며 기업 경영 역시 차질이 생겼다. 안타깝게도 중국의 사막화는 앞으로도 급격히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학계의 정설이다. 우리만 노력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외교적인 측면에서 중국 정부와 실효적인 방안을 모색하려는 태도가 시급하다.

황사와 미세먼지 위험성의 대두는 실제 봄철 사람들의 소비습관에도 영향을 준다. 한 온라인 쇼핑 업체는 2월 19~25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기청정기, 황사용 마스크 등 미세먼지와 황사와 관련된 매출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공기청정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2년 전 대비 964% 증가했다. 또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의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일반 마스크 55%, 황사용 마스크 1031%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미세먼지와 황사의 위험으로부터 공기의 질에 관심을 가지는 현대인의 소비 패턴이 녹아있는 통계이다. 한 홈쇼핑 업체는 28일부터 환경 가전을 집중 편성해 소비의 흐름을 따라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사를 통해 가려진 얼굴 뒤의 나의 민낯을 스스로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어느 것이나 빛과 그림자가 있겠지만 당장 내 눈앞에 놓인 창문이 누런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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