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데스크
[데스크] 지금은 위험 사회

 지난 24일 오전 11시경,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KT 아현지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시간여 만에 불길이 멈췄다. 이 화재로 KT 아현지사 회선을 쓰는 서울 서대문구·마포구·중구·용산구 및 은평구·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통신이 끊겼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는 유·무선 전화 통화나 IPTV 시청, 초고속 인터넷과 같은 일상생활은 물론 매장에서의 카드결제, 현금지급기 사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혼란이 일었다. 게다가 경찰청과 소방청, 국방부의 일부 통신에도 장애가 발생하는 등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까지 영향을 미쳤다. 통신망 체제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현대 우리 사회는 일상생활에 정보 기술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이제는 인터넷, 통신기술 등의 발달에 따라 네트워크로 사람, 데이터, 사물 등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인 ‘초연결사회’가 됐다. 모든 사물들이 얽혀 있으며 인간과도 연결돼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사회의 대부분의 기능들은 네트워크화 돼 유기적이고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네트워크가 사라지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사고는 통신망의 안전이 없다면 초연결사회가 한순간 재난사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5G시대에서 자율주행차가 주행 중에 통신장애로 갑자기 멈춰버리거나 오작동하면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통신망을 이용하는 드론이 추락하거나 수술중인 로봇이 정지 하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KT 통신망을 쓰는 인근 병원이나 약국들도 진료와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세브란스 병원은 의사, 간호사들 간 무선 화기를 쓰지 못하게 됐고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또한 각종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작동을 멈추면 화재나 폭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할 수도 있다. 인터넷 정보 기술의 미래가 마냥 밝게만 느껴졌지만 5G 시대의 어두운 이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예외적 위험이 아니라 일상적 위험이라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언제든지 우리 일상에 상상 이상의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일상에서 더 나아가 경제, 사회, 안보 등 한국 사회의 기반이 위협받고 붕괴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돌아보게 한다.

필자는 여기서 울리히 벡 교수의 ‘위험사회’가 떠오른다. 위험사회는 성찰과 반성 없이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를 말한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현대인들에게 물질적으로 풍요를 가져다주긴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몰고 왔다. 근대화 초기 단계에는 풍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근대화 후기로 갈수록 위험요소는 더욱 커지게 됐다. 즉 과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산업사회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험요소 또한 증가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환경보호와 웰빙에 관심을 쏟고 각종 보험에 가입하는 행위도 결국 불확실성의 불안을 극복하려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5G 서비스는 눈으로 보이지 않아 일상 생활에서 그 중요성과 규모를 크게 실감할 순 없을지 몰라도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촘촘하게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가고 있다. 이번과 같은 통신사고에서 발생한 사회적 혼란이 큰 만큼 천재지변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통신 설비가 보완될 수 있도록 기존 통신설비 안전 관리 규정을 제대로 보완해야한다. 또한 통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을 살아가기 위한 대책을 세워 놔야 한다.

 

발전에 따라 우리 사회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인 만큼 대비 역시 자연스럽게 뒷받침돼야 한다. 만약에 대비하는 비용은 결코 사고 발생 후 수습하는 비용보다 크지 않다. 한치 앞에 있는 화려한 미래만 보고 달려가지 말자. 더이상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난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참사는 없어야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 가자. 한번쯤은 뒤를 돌아보며 달려온 길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다.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휴식과 재정비가 꼭 필요하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위상에 맞춰 철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김현정 편집국장  12172964@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현정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