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추억팔이] 추억의 하굣길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지만 가장 무엇보다 기자를 두근거리게 했던 것은 태어나서 처음 걸어보는 ‘나 혼자만의 하굣길’이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등·하원을 하는 것이 익숙했던 유치원 시절과는 달리 실내화 주머니를 달랑달랑 흔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만의 등·하굣길을 걷게 된 그때의 설렘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특히 수업을 모두 마친 후 집으로 향하는 하굣길의 기분 좋은 자유로움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방과 후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넘으면 길목에 삼삼오오 동그랗게 원으로 모여 앉아 있는 친구들이 보였다. 그 원의 중심에 있는 것은 매일매일 바뀌었는데, 어떤 날에는 달큰한 냄새를 풍기는 달고나였고, 또 다른 날은 삐약삐약 울고 있는 병아리와 메추리기도 했다. 달고나는 ‘뽑기’라고도 불렸는데, 납작하게 누른 달고나에 모양을 찍어주는 기본 뽑기부터 봉긋한 빵 모양의 뽑기 빵,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뜯어먹는 뽑기 꼬치까지 나름 다양한 메뉴가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300원, 적은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병아리와 메추리를 파는 아저씨가 온 날이면 너도나도 쭈그리고 앉아 박스 안에서 연약하게 울고 있는 작은 생명들을 구경하기 바빴다. 다음날 교실에는 친구의 친구가 병아리를 닭이 될 때까지 잘 키웠다는 이야기나 집으로 데려가자마자 죽음을 맞이했다는 비극 등 병아리와 메추리 이야기로 소란이었다. 메추리는 300원, 병아리는 500원으로 어린 호기심에 메추리를 집으로 데려갔다가 엄마께 혼쭐이 나서 메추리를 아저씨 품으로 다시 돌려보냈던 기억도 있다.

 

이 길목을 겨우 벗어나도 동네 슈퍼에서 파는 슬러시, 분식점 컵떡볶이와 피카츄 돈가스, 문구점 앞에 있는 캡슐 뽑기와 오락기 등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붙잡는 것들이 가득했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먹다 보면 15분이면 갈 수 있는 집을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하기도 했다.

 

지금 그 길을 다시 걷는다면 앞만 보고 쓱 지나칠 짧은 길인데, 그땐 왜 그렇게 신나고 길게 느껴졌을까. 체육복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오늘은 어떤 걸 사 먹을까?’, ‘뭘 하고 놀까?’ 고민했던 그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생각해보면 처음으로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혼자 걸으며 느끼는 자유의 짜릿함과 나도 이제 혼자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부푼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나의 머릿속에 두근대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김현정 기자  12172964@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현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World Focus]
"Yellow vest" that shook the w...
You are my proxy emotion
[World Focus]
You are my proxy emotion
Abortion constitutional nonconformity ; Results reversed after 66 years
[World Focus]
Abortion constitutional noncon...
Direct election system of  university presidents, demanding democratization of the university
[World Focus]
Direct election system of uni...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