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에 담기도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강서구의 한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이 환불을 요청하던 사람에 의해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살해됐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피시방에 있던 피의자 형제는 자리가 더럽고 아르바이트생이 기본이 안 돼 있다며 피해자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러던 중 형이 환불을 요청했고, 거절하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피의자 형은 집으로 돌아가 칼을 챙겼다. 피해자가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나왔을 때 동생이 팔을 뒤에서 붙잡고 형이 피해자를 칼로 얼굴과 목 등 30회 이상을 찔러 살해했다. 얼마나 끔찍하게 시신이 훼손됐는지 의사는 유가족들에게 참관하지 말 것을 권유까지 했다.

그러나 가장 끔찍한 것은 본인이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는 심신미약 상태라며 감형을 주장하는 피의자와 그의 가족들이다. 형법 10조 1항(심신상실)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 '심신미약'을 규정하고 있다. 유사하게 조두순 사건도, 강남역 살인사건도 이러한 이유로 인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었다.

심신미약은 감형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우울증 환자가 존재하고 약을 먹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을 잔혹하게 살인하지 않는다. 또한 심신미약이라도 살인 행위를 한 경우 더는 우리가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답지 않은 사람은 법이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없다. 우리도 그들에게서 안전할 권리가 있다. 세상을 유지해주고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법이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개탄스럽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스> 기고에서 “미래를 위해 당장의 빈곤함을 감수하며 매일 노력하고 살고 있을 뿐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재앙에 의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세계라는 진실을 우리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익적 목적에 의해 신상정보 공개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그의 가족들이 받을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인권 보호다.

범행 후 우울증이나 심신미약 판정을 내세우며 감형을 받으려는 범죄자들의 속셈을 우리는 계속 봐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해당 병을 앓고 있는 사람 모두를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인간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칼을 들어 관련 환자들을 찌르는 행위와 같지 않은가. 인간으로 태어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면 용서를 구하고 응당한 벌을 받는 것도 부족한데 피할 궁리만 찾는 그들이 정녕 우리와 같은 ‘인간’인지 의심스럽다. 더 이상 헌법이 그들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미국 등 영미법 체계 국가에서는 심신미약자에 대한 형감경조항이 없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 체계를 사용하는 독일에서도 형법 제20조와 제21조에서 ‘심신미약자의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법관의 판단에 따라 감형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범죄자들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설정해둔 것이다. 이와 동일하게 심신미약자 범죄행위에 대해 의무적으로 감형하는 조항을 없애는 개정안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5일에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최근 대한민국을 큰 충격에 빠뜨린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를 참작했다"며 "이미 비슷한 사건으로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이 일었으므로 해당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인생을, 꿈을 처참히 밟아버린 이 참혹한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둠을 볼 수 있었다. 어두운 그늘도 시간이 지나면 빛을 받아 양지가 되듯이 이번에 마주한 칠흑 같은 어둠 속도 밝은 태양이 비추는 따듯한 곳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피해자의 명복을 기원하며.

서정화 기자  12182947@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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