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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이들이 접근하기 쉬워진 화장품의 세계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이소와 미니소에 가보니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다양한 화장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립 제품 ▲아이라이너 ▲볼 터치 ▲비비크림 등 보통의 화장품 가게만큼 잘 마련돼 있다. 그 앞에선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이것, 저것 발라보며 서로 화장품을 추천해주고 있다. 옛날에는 주로 화장품 가게에서만 화장품을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문구점에서도 화장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의 화장은 표현의 자유로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저렴한 화장품이 아이들에게 해를 주지 않을지, 아이들 사이에서 화장을 해야만 하는 문화가 확산한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화장품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화장 문화는 성인뿐만 아니라 10대를 넘어서 미취학 아동에까지 퍼지고 있다. 키즈카페에는 립스틱과 매니큐어 등 화장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파우더룸이 생겨나고 있으며 키즈 화장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어린이용 화장품의 지난해 매출은 2016년보다 29% 증가했다고 전했다. 유아 립스틱 매출은 전년보다 54.9%, 유아 매니큐어는 23.3% 등 폭발적인 증가 폭을 보인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가 작성한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 실태에 관한 연구」에 초등학생 42.4%가 색조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자료가 있다.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처음 색조 화장품을 사용한 시기는 5학년이 43.4%로 가장 많았지만, 4학년 응답자의 52.2%가 3학년 때 색조 화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왜 화장을 할까

 

첫 번째 이유는 다양한 미디어와 인터넷 발전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화장하는 영상을 자주 보고서 따라 하며 공유한다. 특히 유튜브에 ‘학생 화장’을 검색하면 학생들이 직접 화장을 하는 영상을 올리고 화장품에 대한 리뷰를 남기며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다. 김예인 서울교육대학교 학생의 「초등 고학년 여학생의 화장행동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얼굴을 화사하게 표현하기 위해 초등학생들은 미백 기능을 가진 선크림을 사용해 피부를 더 하얗게 만들고 틴트로 입술색을 붉게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 초등학생을 인터뷰해보니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화장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세 번째는 화장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등교 전 화장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이 됐다. ‘화장 없이는 외출하지 않는다’고 답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화장을 지워야 하는 수련회에 가기 꺼려진다’고 답변한 학생도 있었다. 친구 생일 선물로 틴트나 볼터치 등 화장품을 사주는 것도 하나의 문화가 됐다.

다이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화장 도구

그 화장품들 과연 안전할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2∼4월 경기의 문구점과 편의점 6곳에서 팔고 있는 색조화장품 49종과 눈 화장품 10종을 수거해 중금속 안전성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중국에서 생산된 미니소코리아의 볼 터치 화장품 ‘퀸 컬렉션 파우더’ 오렌지와 핑크 두 종에서 제품 1g당 중금속 안티몬이 96∼106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검출돼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폐기하고 판매중지 조치했다. 화장품 속 안티몬의 허용치는 제품 1g당 10μg이다. 안티몬이 과다 검출된 두 제품은 올해 초 중국의 한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티몬에 과다 노출되면 구토나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심각하게는 심장이나 콩팥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장품은 피부에 오래 남아있어 유해물질이 섞이면 그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특히 피부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기엔 자극이 강한 색조화장품을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할인마트나 온라인 등에서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는 완구 형태의 화장품도 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은 실정도 파악됐다. 한국 소비자원에 접수된 어린이용 화장품 사용 후 부작용 사례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57건으로 조사됐다. 다양한 색조용 화장품 49종에 대한 검출 함량 분석 결과 납, 비소, 카드뮴, 안티몬 및 수은은 허용 기준에 적합했으나 허용 기준이 없는 ▲크롬 ▲망간 ▲알루미늄의 검출 함량은 모두 기초화장품 검출량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색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알루미늄의 경우 아이섀도, 립스틱 등에서 높게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에 어린이들에게 색조화장품 판매를 전격 중단한다고 밝힌 다이소가 지금까지 관련 규제를 하고 있는지 알아본 결과 화장품의 종류에 따라 판매 제한 연령대가 다르지만 보통 14세 미만에게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 초등학생들에게 인터뷰 한 결과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이에 대해 다이소 측에 문의하니 “구매자의 나이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어 판매를 제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판매하면 안 되는 화장품을 판매한 경우 처벌을 받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처벌에 관한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아이다움을 강조하기보다는 어른다움이 필요한 때

우리는 오래전부터 자유를 주장해왔다. 독재와 권위주의에 반대하며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이 그러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어른들이 막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규제하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유는 묵살당하는 것 같다. 우리도 우리의 사회가 있듯이 아이들도 그들만이 향유하는 문화가 있다. 근원적으로 그들의 행위나 생각을 통제해 아이다움을 강조하기보다는 그것이 안전하게 작동하게끔 도와주는 어른다움이 필요하다. 가령 화장하지 않으면 밖에 못 나가겠다는 아이들을 위해 외모 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며, 정신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함과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 교육을 하는 방법이 있다.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저가 화장품을 선택하는 학생들을 위해 화장품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제도와 구성 성분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해로운 성분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이 있다. 이러한 ‘어른다움’이 제대로 실천돼야 어른들이 우려하는 아이들의 문화도 바른길로 자리 잡을 것이다.

 

서정화 기자  12182947@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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