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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 사회에 부는 ‘비건’ 바람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채식주의자인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모습이 방영되고, 인기 연예인의 채식 식단이 주목을 받으면서 채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회식은 삼겹살, 야식은 치킨을 외치며 고기를 사랑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심심찮게 채식주의자나 채식 식당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채식이 하나의 식문화 이상으로 우리 생활에 자리 잡아가고 있는 지금, 어려운 듯 쉬운 채식주의와 없는 듯 많은 채식주의자에 대해 알아보자.

 

채식주의자, 다 같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채식주의는 고기류를 피하고 주로 ▲채소 ▲과일 ▲해초와 같은 식물성 음식만을 먹는 식생활이 좋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을 채식주의자라고 하며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가장 크게 베지테리언(비건, 락토, 오보, 락토 오보)과 세미 베지테리언(폴로, 페스코, 플렉시테리안)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 몇 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비건(vegan)은 유제품과 동물의 알, 벌꿀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고,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이나 화장품류처럼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모든 상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동물에게 인간이 가하는 모든 형태의 착취와 학대를 배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락토 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은 고기와 물의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는다. 폴로 베지테리안(Pollo-vegetarian)은 ▲우유 ▲달걀 ▲닭고기까지 먹고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는다.

페스코 베지테리안(Pesco-vegetarian)은 ▲우유 ▲계란 등의 알류 ▲어류와 해산물을 섭취한다. 사실상 육류와 가금류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연예인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방송을 통해 페스코임을 밝히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채식주의자 유형이 있다. 채식주의자는 단지 채소만 먹는 사람들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유형과 정도에 따라 육식을 하기도 한다.

 

왜 채식주의자가 되려고 하나

첫 번째는 종교적인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이유는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도는 채식주의자 식당과 비 채식주의자 식당을 구분해 놓고 있으며 가공식품에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을 정도로 채식주의자가 상당히 많다. 힌두교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에서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채식주의자가 많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미국에 사는 인도인 의사가 맥도널드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해 몇백만 달러를 받은 적이 있다. '순 식물성'이라고 표시된 감자튀김에 동물성 조미료가 들어가 그의 종교적 신념을 깨뜨린 것이 이유다. 이처럼 종교적 신념에 의한 채식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요소로 손꼽힌다. 힌두교 이외에도 모든 ▲고기류와 양파 ▲마늘 ▲부추 ▲샬롯 등을 먹지 않는 불교 채식주의, 유제품은 먹지만 ▲달걀 ▲꿀 ▲뿌리 식물을 먹지 않는 자이나교 채식주의 등이 있다.

두 번째는 건강이다. 채식을 하면 심장병이나 당뇨, 고혈압 등의 각종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뿐만 아니라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가 줄어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고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수명이 길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로마 린다대학 공중보건대학의 마이클 J. 올릭 박사 연구팀이 장기간 추적조사를 진행한 결과 심혈관계 질환들이나 암, 신장질환, 내분비계 장애 등으로 인한 채식주의자들의 사망률이 육식주의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채식주의자에 속하는 그룹의 총 사망률이 추적조사 기간 동안 비 채식주의자들에 비해 12%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마지막 이유는 환경 보호다. 우리가 먹기 위한 고기의 대량 생산, 특히 공장형 축산은 환경에 친화적이지 못하고 유해하다. 실제로 2006년 유엔의 조사에 따르면 축산업은 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다. 대규모 축산은 공기와 수질을 오염시키고 토양을 악화시키며,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한다. 쇠고기 1kg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36.4kg나 발생한다고 하니 고기 소비량을 줄이고 채식을 늘린다면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채식주의의 선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다. 바로 영양적 불균형이다. 콜레스테롤과 비타민 B12는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는 영양소이며 칼슘과 철분, 아연 또한 채식만으로 충분히 섭취하기 힘든 미네랄이다. 또한, 식단은 위장벽을 상하게하고 소화를 방해해 장 내에서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고 하니 임산부,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전문가와의 상담 하에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채식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부 스테이크와 콘샐러드

채식 도전하기

채식을 통해 건강은 물론 환경 보호까지 선순환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채식주의자’가 되기에는 왠지 부담스럽다.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될 것 같고, 채식은 맛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간단하고 맛있게 채식을 즐길 수 있다. 지금부터 집에서 손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채식 입문 레시피를 소개하려고 한다. 메뉴는 ‘두부 스테이크’와 ‘콘샐러드’다.

두부의 물기를 제거하고 잘 으깬다. 으깬 두부에 ▲파프리카 ▲당근 ▲고추를 다져 넣고, ▲계란 노른자 ▲소금 약간 ▲감자 전분 두 큰술을 넣고 잘 섞어준다. 그리고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준 후 냉동실에 2시간 정도 넣어 뒀다가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주면 된다. 그릇에 옮겨 담은 후 취향에 맞게 소스를 뿌려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두부로 만든 스테이크는 부드럽고 촉촉해 가족들 모두가 함께 먹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음은 두부 스테이크와 곁들여 먹기 좋은 아주 간단한 ‘콘샐러드’다. 통조림 옥수수의 물기를 제거하고 ▲다진 양파와 파프리카 ▲채식 마요네즈 ▲꿀을 넣고 잘 섞어주면 완성이다. 채식 마요네즈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이렇게 두 가지 음식만 있어도 꽤 근사한 채식 밥상이 뚝딱 차려진다. 채식에 조심스럽게 입문하고 싶다면 소개한 두 가지 메뉴를 만들어 먹어보길 추천한다.

 

먹는 채식을 넘어 쓰는 채식으로

채식주의의 영어 원어인 ‘Vegetarianism’은 식생활뿐만 아니라 ▲동물권 확대 ▲비인도적인 축산 및 도축 거부 ▲정치·사회·경제적 변혁을 꾀하는 입장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동물로부터 얻은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 ‘비건 라이프스타일’도 포함된다.

예로 ‘비건’이 화장품 업계의 키워드로 급부상한 것을 들 수 있다. 비건 화장품은 일체의 동물성 성분을 포함하지 않고, 성분개발 과정에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이다. 최근 건강과 안전, 환경문제 등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화장품 성분은 물론 제조 과정까지 꼼꼼히 따지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났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화장품 업계에선 비건 화장품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국내 H&B스토어 올리브영의 올해 1~9월 매출 중 국내 비건 화장품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0% 늘어났다고 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소비 흐름에 이니스프리는 지난 9월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에서 커피 오일을 추출해 만든 ‘앤트러사이트’ 커피 시리즈를 선보였다. 라네즈는 지난 3월 영국 비건 협회에서 유기농 인증 마크인 비건 인증마크를 받은 ‘뉴 워터뱅크 에센스’를 출시했고 해당 제품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패션업계에도 비건 바람이 불고 있다. 2015년 ‘스텔라 맥카트니’, 2016년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이어 지난해 ‘구찌’도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퍼 프리(Fur Free)’ 선언을 했다. 최고급만 추구하던 명품 브랜드들이 ‘가짜 가죽(fake fur)’으로 불리는 인조 모피 등으로 제품을 제작하며 비건 패션에 동참하고 나선 이유는 역시 제작 과정에서의 동물 윤리의 문제다. 이렇듯 인간의 멋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이 커지면서 ‘쓰는 비건’이 점점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채식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번지고 있다. 주목을 받으면서 식품 분야는 물론 ▲코스메틱 ▲패션 ▲기타 생활용품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비거니즘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아직 채식주의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건강과 환경,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김현정 기자  1217296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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