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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념을 구매하는 소비

2018년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 올해를 돌이켜 보면 ▲욜로 ▲소확행 ▲워라벨 등 수많은 소비트랜드가 우리와 함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미닝아웃(Meaning out)’ 현상이다. 미닝아웃이란 의미 또는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 결합된 단어다. 남들에게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나만의 의미나 취향 또는 정치적ㆍ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미투 운동 또한 미닝아웃의 예시라고 있다.

 

미닝아웃 현상

미닝아웃은 소비자 운동의 일종으로서, 자신만의 의미나 신념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SNS에서 해시태그(#) 기능을 사용해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내거나, 옷이나 가방 등에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긴 문구나 문양을 넣는 ‘슬로건 패션(slogan fashion)’ 등의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제품, 환경보호를 위해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이나 인조 모피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로 ‘#남양불매’라고 기입하거나, 선거철에 특정 후보의 이름이 담긴 티셔츠를 입는 것도 미닝아웃을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미닝아웃이란 ‘제품’이 아닌 누군가의 ‘신념’을 구입하는 것이다. 미닝아웃 현상이 점점 확산되면서 본인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수많은 미닝아웃이 모이면 사회적 현상의 변화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고군분투하고 있다. 누군가의 신념이 남에게 영향을 끼치며 전체적인 소비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마리몬드에서 판매 중인 지갑

미닝아웃 소비

못 다 핀 꽃을 피우다

유명 연예인 ‘수지’가 공항패션으로 선보인 휴대폰 케이스가 일명 ‘수지대란’을 일으키며 품절된 적이 있다. 당시 수지가 착용한 케이스는 ‘마리몬드’의 제품으로, 수지가 착용한 후 유명해져 525만 원으로 시작한 창업이 연 매출 45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마리몬드라는 브랜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으로 가방과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만들어 파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위안부 역사관 박물관 건립 기금,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복지 기금 등으로 사용한다. 캠페인 제품에 한해서는 순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 2012년부터 쌓인 누적 기부금은 약 21억 원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뉴욕한인회와 협력해 뉴욕에서 소녀상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브랜드로는 ‘희움’이 있다. 슬로건으로는 ‘당신의 일상이 희망이 됩니다(Blooming their hopes with you)’를 내세우고 있다. 희움 또한 수익금 전액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활동과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운영기관’ 운영기금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 운동과 관련된 제품의 주요 소비자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여성이다. 사회 문제나 역사에 관련된 캠페인에 손쉬운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가방에 달려있는 노란 리본

 REMEMBER 0416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노란색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노란 리본’은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애도를 표하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아직 어린 고등학생이어서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당시 세월호 사고는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겼고 국민들이 그들의 무사귀환과 안녕을 바라는 의미에서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란 문구가 적힌 노란 리본을 전파했다. 이후 ‘노란 리본’은 세월호 참사의 상징이 되면서 전 국민이 애도를 표하는 방식이 됐다. 이에 한동안은 노란 리본이 그려진 뱃지나 키링 등을 무료로 나눔하는 행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다양한 종류의 연예인 굿즈

덕밍아웃

‘덕후’와 ’커밍아웃’의 ‘합성어로 자신이 어떤 분야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임을 밝히는 일 또는 밝혀지는 일’을 일컫는다. 특히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연예인 굿즈가 있다. 음반부터 시작해 응원봉이나 포스터, 화장품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다양한 굿즈 중 팬들은 휴대 가능한 굿즈를 가지고 다니며 자신이 특정 연예인의 팬임을 드러낸다.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용도로 제작되는 키링이나 카드 케이스, 포토카드 또는 전자파차단스티커 등이 인기있는 굿즈다. 소속사에서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굿즈가 있는 반면 SNS를 매개체로 자체 제작한 굿즈를 팬끼리 사고 팔기도 한다. 또한 팬들만 알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긴 굿즈를 가지고 다니며 일명 ‘일코(일반인 코스프레의 준말)’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굿즈 산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비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외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착용한 시중 제품과 같은 것을 구매하는 ‘손민수템’이라는 소비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Girls can do anything

최근 한국 사회에 남성 중심의 사회질서를 반대하는 ‘페미니즘’ 바람이 불고 있다. 가부장제가만연한 사회에서 ‘성의 불평등을 폭로하고 해방을 요구하는 사회적 운동’으로, 여성해방주의를 뜻하기도 한다.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들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자신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 그 예로 페미니즘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GIRL POWER’나 ‘Girls can do anything’이 적힌 티셔츠를 입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외에 페미니즘 메시지가 담긴 휴대폰 케이스나 데코 스티커도 있다. 또한 여성 인권 상승에 기여하는 단체로의 기부를 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추세다. 누군가는 페미니즘의 미닝아웃 소비로 여성인권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더 당당한 나의 표현

앞서 살펴봤 듯 상품이나 서비스가 뜻하는 스토리가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제품에 좋은 스토리를 담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소비하고자 하는 제품이 지닌 의미가 좋다면 소비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즉, 선한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할 방법을 터득해 제품을 판매한다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에 미닝아웃 소비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는 특정 신념에 대한 상품을 구매하면 관련 단체에 일정 수익을 기부한다고 명시했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된 바 있다. 또한 세월호 노란 리본의 경우에는 ‘애도의 상품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분명 지양돼야 할 부분이다.

 

누군가는 노란 리본을 보며 ‘과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팬문화에 대해 ‘한심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 연예인은 페미니즘 도서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유없이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과도한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미닝아웃은 그 무엇보다 내 신념에 당당한 나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건강한 사회로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물론 SNS를 이용한 미닝아웃은 확산 속도가 빨라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정보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비판적 수용 능력 또한 요구된다.

 

 

미닝아웃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보다 더 다채롭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확산될 것이다. 미닝아웃 실천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구매 옵션에서 제외될 것이다. 이렇게 미닝아웃의 실천은 개인과 기업의 협력으로 건강하고 윤리적인 사회 도모에 기여할 수 있다. 트랜드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앞으로도 선한 영향의 미닝아웃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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