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논어에는 ‘일이관지’라는 말이 있다.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의미다. 누구나 일이관지를 꿈꾸며 지혜를 얻고 더 넓은 안목을 갖고자 노력한다. 그것을 가장 가깝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책, ‘글’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다양한 볼거리는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와 음악, 연극 그리고 뮤지컬 오페라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화려함과 재미에 매료돼 끝없이 문화의 샘을 찾아다닌다. 그런 화려한 매체들 사이에서 글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글은 역사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의사 표현 도구이며, 지금까지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어디서든 생각을 글로 전달하는 능력은 높이 평가받는다. 우리가 글이 갖는 무게를 늘 인식하기 때문이다.

로맨틱 영화보다 더 로맨틱한 것은 “사랑해”라는 글자다. 우리는 손으로 꾹꾹 눌러쓴 자필 편지를 보며 마음을 더 깊이 전달받는다. 그 글자는 춤을 추며 사람들의 생각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편지’라는 매체에 진지함을 쏟으며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쓰인 글은 타인의 신념을 바꾸고 동시에 우리의 지식의 샘을 열어준다.

글은 다른 매체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영화는 음악과 화면 그리고 글이 복잡하게 얽힌 매체다. 음악 역시 멜로디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그 속에서 보여주는 이치를 깨닫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에 비해 글은 오롯이 글자만 마주할 수 있다. 의미도 비교적 빨리 쉽게 전달받으며, 의미를 두 번 세 번 곱씹게 해준다. 한 번쯤 글을 읽으며 무릎을 탁 치고 고개를 끄덕일 때가 있을 것이다. 바로 책이 주는 ‘진지함’에 압도당한 것이다.

요즘 사회에서 말로써 진지해지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진지충 ▲설명충 ▲선비 등의 단어들이 요즘 많이 쓰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화 속에서 조금만 진지해지면 그 진지함을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는 진중함을 잃고 있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자신의 견해를 또렷이 보이려 하며, 불편함을 참지 않고 바꿔 나간다. 즉 진지함은 사회 구성원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지함의 표출은 주로 글로써 이뤄진다.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매체에 장문의 글을 통해 세상의 모순에 맞선다.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그림과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글과 비교하면 그 무게는 결코 비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타인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하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또렷이 보이기가 어렵다. 즉 ‘진지함’이 탁해진다. 대화는 표정과 행동 분위기 등의 외부적인 요건에 의해 생각의 변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글로써 생각을 고정하고자 한다. 기자회견을 할 때나 견해를 밝힐 때, 각자의 생각이 담긴 ‘입장문’을 보인다. 이는 자신의 진지함을 보여주며 입장을 흔들리지 않게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글은 자아의 확립과 동시에 타인 이해의 다리를 제공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방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이해란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또는 ‘깨달아 앎’을 의미한다. 글이 이해에 용이한 이유는 논리적인 매체로 인과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해’라는 단어가 존재할 만큼 이해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다. 우리 삶에서 ‘이해’라는 경도에 이르기 위한 길잡이는 아마 글일 것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글은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흔들리고 있으며 생각을 부여잡기 위해선 글이라는 부표를 내려야 한다.

많은 사람이 글을 어려워하고 기피한다. 유년기 시절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수필 책보단 만화책에, 소설책보단 텔레비전 만화영화에 더 심취한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반짝이는 효과의 화려함과 웅장함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가볍지 않고 복잡하다. 그 중심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는 가치관과 타인을 배려하는 이해심을 품어야한다. 이 두 개가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진중함’인데 이는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몇백 년 몇천 년 동안 책과 글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글 속에서만 살아있는 수많은 지혜와 힘 때문이다. 책을 마주해보라. 그것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자 기다리고 있다. 넘치는 책 속의 지혜를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의 삶이 짧다. 책은 죽지 않으며 글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할 것이다.

신지은 기자  goe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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