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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영화] Eqauls

비교적 가까운 미래, 모든 감정은 통제된다. 세상에 남은 색은 무채색뿐이다. 모두가 흰옷을 입고 정해진 규율 속에서 생활한다. 인류 대전쟁으로 지구의 대부분이 파괴돼 인간이 대다수가 희생됐다. 이후 ‘선진국’만이 남는다.

 

선진국은 유전자 연구를 통해 개개인의 모든 감정을 억제한다. 감정을 철저히 억제해 조용히 굴러가는 사회 속에 잡음은 없다. 그 누구도 불만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내뱉는 “굿모닝”에는 아무런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 누군가와의 감정 교류, 사랑은 범죄 행위로 간주된다. 그러나 선진국의 세월이 흐르고 태초의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은 다시 피어난다. 차오르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들은 ‘결함인’이라 칭해지며 범죄자 또는 병자 취급을 당한다. 이를 견디지 못해 제 목숨을 끊는 결함인들이 발생해도 선진국에선 작은 해프닝에도 못 미칠 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어느 날 결함인의 자살을 목격한 사일러스는 직장동료 니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목격한다. 이후 사일러스가 니아를 바라보는 시간은 점점 늘어난다. 결함인임을 신고하기 위함이 아니다. 사일러스 또한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결국 니아와 사일러스는 사랑에 빠진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들에 눈을 뜬다. 서로 눈을 맞추고 서로를 만지며 둘의 증세는 더욱 심각해져 간다. 결국 둘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참지 못해 극단적인 결론을 내린다. 바로 선진국을 함께 탈출하는 것.

 

그러나 탈출 하루 전, 엇갈린 소통으로 사일러스는 니아가 죽었다는 거짓사실을 접하게 된다. 이에 자살을 결심한 사일러스는 마음을 고쳐 병을 낫게 하는 약을 투약 받고 6시간 후 모든 감정은 사라질 것이다. 곧장 집으로 돌아온 사일러스는 살아있는 니아를 마주하고 둘은 지금의 사랑이 변치 않기를 다짐한다.

 

다음날, 둘은 계획대로 선진국을 탈출하지만 니아의 곁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싸늘한 눈빛의 사일러스만이 존재할 뿐이다. 기차를 탄 그들은 서로 멀찌감치 앉아있다. 니아의 안타까운 눈물과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한 서사를 유지한다. 어쩌면 이 서사가 영화의 결말을 더 비극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잔잔한 배경음악과 적은 색채감, 제목과 직결되는 내용. 영화에서 쓰이는 색은 하얀색, 푸른색, 붉은색이 주를 이룬다. 감정이 통제되는 곳에서는 푸른색이, 감정이 터질 때는 붉은색이 사용된다.

 

이퀄스(Equals), 동등하다는 것은 영화 속 공간적 배경인 선진국의 질서다. 톱니바퀴 굴러가듯 모두가 동등하게 기계 부품처럼 삶을 영위하는 생존자들은 언제 바뀌어도 이상할 것이 없고 개성 없는 복제품 같다. 선진국이라는 배경은 사랑이 없는 세상이란 얼마나 끔찍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사랑을 갈망하며 아무리 허덕여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비극적인지 결말에서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먼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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