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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아프다

지난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도망친 퓨마가 탈출 4시간 반 만에 사살됐다. 이에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야생동물을 희생시키는 동물원 운영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동물을 해치는 동물원을 폐지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만 7000여 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광활한 대지를 뛰어다녀야 할 야생동물 퓨마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좁은 동물원에 갇혔고 결국 한 직원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맹수의 죽음에 슬퍼하고 동정하는 것일까?

먼저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누군가는 꼬리치며 나를 반기는 귀여운 반려견, 아쿠아리움에서 본 거대한 고래, 좋아하는 치킨과 삼겹살의 모습을 한 동물 등 매우 다양할 것이다. 고대시대로 되돌아가 보면 인간에게 동물은 단지 사냥감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점점 변화했고 현재 사회에는 동물을 향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에 동물에게도 권리를 주고 인정해야 한다는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지난 2002년 독일은 ‘국가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는 내용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시해 동물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물권은 쉽게 말해 ‘동물이 가져야 할 권리’이며 1970년대 후반,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가 “동물도 지각 · 감각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문화권에서는 동양철학의 생명 존중 사상이 사람들의 무의식에 내제돼 있다. 예를 들어 불교 윤회 사상은 인간과 동물을 달리 보지 않았고 도교의 무위자연 사상은 자연과의 합일을 강조해 인간과 천지 만물이 서로 통한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동물권의 개념이 아예 낯설거나 새로운 사실처럼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왜 동물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동물보호법 제 2조에 따르면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말한다’고 명시돼있다. 즉,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각능력’이 동물이 권리를져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 논의에서도 항상 언급돼 온 동물권 보장의 핵심 전제다.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인간이 이를 보호해주고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국가가 동물들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처럼 국가 차원의 제도적인 부분이 뒷받침 돼야한다. 최근 동물복지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한 입법적 노력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의 2014년 동물보호지수에 따른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D등급을 받았다. 정부가 국내 동물복지 증진 정도에 관해 공적으로 활용 가능한 정보를 수집, 분석 및 발생할 것을 제안하는 정책이나 입법이 없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관련 정책 수립을 위한 투명한 논의와 지속 가능한 시행이 가능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동물복지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공적 활용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동물권을 얼마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강제할 것인가는 한 국가의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반영 판단이며 동물권이 나아갈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권에 대한 제도적 측면이 확충된다고 할지라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개개인의 실천이다. ‘현실적인 상황’이 동물권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아 실천 단계까지 이르기는 쉽지 않다. 인간인 나조차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동물권을 외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한계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조차 미룰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실천과 행동 양상은 달라지겠지만 실천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비인간적인 동물 실험 ▲신선하고 질 좋은 상품을 얻기 위한 잔인한 도살 ▲인간의 욕심에 의해 동물원에 갇혀 평생을 보내는 등 희생당하고 있는 동물들을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캠패인 참여 ▲동물보호를 위한 단체의 물건을 구입 ▲비인간적인 동물 실험 반대 등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누구나 동물권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동물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현정 편집국장  1217296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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