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영리단체 ‘Girl Talk HQ’가 2016년, 핑크택스(pink tax)를 고발하는 차원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핑크택스’란 같은 상품이라도 여성용이란 타이틀이 붙으면 좀 더 비싸지는 현상이다. 여성용 제품에 핑크색을 많이 쓰다 보니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성차별이 가격차별로 이어진 경우를 지칭한다. 실제로 2015년 뉴욕 소비자 보호원이 90개 브랜드 800개 제품의 남녀용 가격 차이를 조사한 결과 여성용이 비싼 제품은 42%로 나타난 반면 남성용이 비싼 제품은 18%에 불과했다. 또 여성용 또는 소녀용 제품은 유사한 남성용, 소년용 제품보다 평균 7%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에 이어 ▲캘리포니아 ▲프랑스 ▲캐나다 ▲영국 등에서도 같은 조사를 했는데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영국에서도 2016년 유사한 조사를 했고 여성 용품이 남성 용품보다 최대 두 배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영국 시민 4만3천명 이상은 같은 해 핑크택스를 반대하는 청원에 서명했고, 이 문제는 의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여성용은 용량이나 개수를 남성용보다 적게 하거나, 남녀 제품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게 용도나 사양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Girl Talk HQ에 따르면, 이런 차이를 1년간 소비에 적용시켜보면 2000달러, 평생이면 10만 달러가 된다. 즉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같은 품질의 같은 용도의 제품을 쓰는 데에 평생 1억 원 정도를 더 쓴다는 셈이다.

가격 책정을 선천적으로 발생한 차이인 성별을 기준으로 매기는 건 분명 차별임이 명백하다. 핑크택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제조업체들은 ‘여성용 제품이 특별한 향과 소재, 프리미엄 패키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성 시장을 겨냥한 광고비나 판촉비 투자가 커지면서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등의 의견을 내놓는다. 이는 남성용 제품이 다양화, 고급화된 시대에서 설득력이 떨어질 뿐이다. 그 예로 면도기 업체들은 남성용 고기능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타이거 우즈 같은 최고의 스포츠 스타를 광고에 등장시키는 등 남성 마케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러한 일차원적 전략은 상품 실패는 물론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틀에 박힌 관념을 마케팅에 이용함으로써 오히려 이를 거부하는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기 때문이다. 이에 몇몇 기업들은 핑크택스 문제 해결에 앞서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내고 있다.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 미국 온라인 소매업체 박스드(Boxed)는 여성용 제품 가격을 남성용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했고, 미국 벤처기업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은 제품 성별을 구분하지 않아 호평받았다.

이렇게 유럽을 포함한 소위 선진국에서는 이미 핑크택스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우리나라는 요즘에서야 수면 위로 한창 떠오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같은 일을 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덜 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캐나다 통계'에 의하면 여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73.5%밖에 안 된다. 유색인종의 경우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한국의 임금 불균형은 훨씬 더 하다. OECD 평균 남녀 임금 격차가 16%다.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 꼴찌인 63.3%다. 그것도 OECD 평균보다 두 배나 높아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14년 36.7%, 2015년 37.2%, 2016년 36.7%로 남녀 임금 격차가 30%를 넘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2016년 기준 144개국 가운데 116위다. 경제적 측면의 성불평등성이 꽤나 심각한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이렇게 뚜렷한 임금 차별과 더불어 선천적인 조건을 이유로 같은 물건에 다른 값을 지불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세한 예시로 한 속옷 브랜드의 면 러닝 3개 세트의 경우 여성용은 9,990원인데 남성용은 8,990원이다. 또한 같은 스타일로 미용을 할 경우에도 여자는 남자보다 더 많은 값을 지불한다. 같은 기능을 하는 면도기도 남성용보다 여성용이 더욱 비싸다.

이에 관련 청원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오기도 했으며, ‘핑크택스(Pink tax)’에 대해 저항하기 위한 여성소비총파업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적은 임금을 받고 더 큰 돈을 지불하는 이 현상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명칭마저도 ‘핑크’라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상황과 반대로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있는 한 카페는 2017년 8월부터 남자에게만 판매 가격에 18%를 더 부과했다. 2016년 기준 오스트레일리아의 남녀 임금격차가 17.7%임에 따라 그만큼을 남성이 자발적으로 더 내도록 한 것이다. 이런 취지와 이유를 카페 입구에 붙여둬서 그런지 더 높은 값을 지불해도 남자들의 반발이 별로 없다고 한다.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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