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작은 1950년대 독일, 열다섯 살 소년 마이클 베르크는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도중 거센 빗속에서 쓰러진다. 쓰러진 마이클을 우연히 발견한 한나 슈미츠는 그를 자신의 집까지 부축해 정성껏 간호해준다. 이후 마이클은 한나의 집에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들르고 동침까지 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마이클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전차 차장 한나 슈미츠의 집에 드나들며 더욱 깊은 관계로 이어지고, 한나는 마이클에게 책을 읽어줄 것을 매번 요구한다. 마이클 또한 책 읽어주는 걸 싫어하지 않았고,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그들이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꼭 거쳐야하는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잡는다.

그러던 와중 전차에서 일하던 한나는 사무직으로의 승진을 제안을 받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도망치듯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마이클은 갑작스런 그녀의 실종에 망연자실한다.

그녀가 사라진 몇 년 후, 둘의 만남은 예상치도 못한 장소에서 이뤄진다. 법대에 진학한 마이클은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감시원으로 활동했던 행적으로 전쟁 범죄 재판을 맞이한 피고 중 한 명으로 다시 나타난 한나와 재회한다. 마이클의 자의식은 산산조각 나고 스스로를 변호하기를 거부하는 한나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된다. 한나는 사실 문맹이었고 자존심이 센 그녀는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 숨겨왔던 것이다. 마이클은 만약 이 사실을 밝힌다면 그녀의 재판을 도울 수도 있지만, 그녀의 비밀에 결국 입을 다물고 한나는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세월이 지나 이야기는 20년 후의 배경으로 이어진다. 모범수가 된 한나의 형은 20년으로 줄고, 마이클은 출소를 앞 둔 그녀에게 오래전 읽어줬던 책들을 테이프에 녹음해 소포로 보낸다. 한나는 그 테이프들을 들으며 옛추억을 떠올린다. 한나는 글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그 후에서야 자신의 행적에 죄책감을 느껴 사회로의 복귀를 포기하고, 자살을 택한다.

영화의 원작인 서적의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인종 학살의 트라우마 후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복잡한 윤리적 의문들을 한나라는 인물을 통해 제기하고 있다. 전후 세대들이 어디까지 부모 세대의 죄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러한 끔찍한 과거가 과연 해소될 수 있기는 한지 우리에게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영화의 구성은 초반의 외설적인 장면들과 상반되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주제를 끌어내는 방식에 더욱 여운을 남긴다. 또한 도덕성이 결여됨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한나의 행동은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Holocaust)이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말하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까지 떠오르게 한다. 과연 무지에 의한 악행은 용서 받을 수 있는걸까.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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