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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울려 퍼진 북소리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높은 하늘 아래 앉아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으면 손에 잘 잡히지 않던 책도 술술 읽힐 것만 같다. 이렇게 맑고 쾌청해진 날씨를 만끽하며 독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 파주 북소리 2018. 우리나라의 출판문화를 선도하는 파주출판도시에서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파주 북소리 2018 행사가 열렸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책의 향연, 그 현장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평화의 북소리

‘파주 북소리’는 2011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9월 파주출판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책 축제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의 출판계 인사들도 참여해 국제적인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외 100여 곳의 ▲출판 ▲독서 ▲교육 ▲문화 기관이 힘을 합쳐 진행되는 지식축제로 매년 발전하고 있다.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는 본 행사의 주제는 ‘평화의 북소리’다. 이곳에서 한반도의 중심이자 평화의 땅인 파주에서 문자와 책, 시각과 영상 이미지로 구현된 남북 평화의 북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카이브 전시: 한 조각을 잃어버린 동그라미’, ‘제13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 평화를 부르는 책의 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남북의 평화와 공존을 향한 새로운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이외에도 ▲개막식 ▲파주북어워드 ▲평화의 영화제 ▲평화 문학 포름: 평화를 말하다 ▲작가와의 만남 ▲시 콘서트 ▲시화전 전시 ▲파주 청소년 진로체험 박람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축제를 가득 채웠다.

한 조각을 잃어버린 동그라미

▲강영민 ▲도로시 M 윤 ▲홍석원 ▲흥신소 등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한 조각을 잃어버린 동그라미’는 평화의 북소리라는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파주출판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다목적 홀에서 열린 해당 전시회는 어두운 조명과 어우러져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진중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부터 황토색의 조각상들을 볼 수 있다. 조각상들은 모두 허리를 숙이고 무언가를 고뇌하는 것처럼 심각해 보인다. 이는 생각하는 사람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남북문제의 난해함을 은유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는 조형물이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북한의 책이다. 책은 평화 시대의 남과 북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북한의 ▲어린이책 ▲요리책 ▲음악 교과서 ▲대중소설 등을 보면 남한의 책과 같으면서도 다른 북한만의 출판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책 표지를 구경하며 걷다 보면 복고풍의 전시물이 나온다. ‘로보 다방’이라는 이 작품은 북한의 노동자에게 제공됐던 로동보조물자들 중 하나인 막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가상의 커피 가게다. 옛 우리나라의 정서가 그대로 느껴지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가게를 보면 당시 커피를 마시며 피로를 풀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로보다방을 지나쳐 전시장 가운데로 가면 인상적인 두 개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먼저 소개할 작품은 ‘함진’이다. 이 작품은 실제 폭탄 위에 작은 세계를 담아냈다. 버려진 폭탄 위에 바늘이나 이쑤시개를 도구 삼아 작은 도시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함진을 감상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언제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또 다른 작품은 사다리 두 개가 ‘ㅅ’모양으로 기대어 있는 조형물이다. 전시회장에 우뚝 서있어 가장 먼저 시선을 끌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두 사다리가 비스듬히 균형을 맞추고 서 있는 이 작품은 서로 기대어 맞닿아 있는 남북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외에도 DMZ 지역으로 시집을 가 평생을 보낸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퍼포먼스 영상 등 개성 있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지혜와 활자의 숲

파주출판도시에 방문했다면 대표 문화 공간 ‘지혜의 숲’에 꼭 들러야 한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 위치하고 있는 지혜의 숲은 가치 있는 책을 한데 모아 보존 보호하고 관리하는 공동의 서재다. 이 공간은 모든 벽면을 책이 가득 채우고 있어 보기만 해도 책 속의 지식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듯하다. 천장까지 닿아 쏟아질 것 같은 책들은 보기에도 좋아 이곳에서 SNS에 업로드 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다. 곳곳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어 느긋하게 앉아 책을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학자 ▲출판사 ▲연구소 ▲박물관 등 다양한 곳에서 기증한 책들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지혜의 숲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독서 문화 공간이다.

지혜의 숲에서 책 사이를 거닐며 여유를 즐겼다면 바로 옆에 있는 활판 인쇄 박물관으로 가보자. 성인 기준 3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활판 인쇄 체험과 함께 활판과 인쇄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활판 인쇄 박물관은 사람들이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작가와 지식인, 예술가들로부터 만들어졌다. 세계 최초의 활판 인쇄 국가이자 가장 우수한 제책 기술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활판 인쇄술과 오침제본술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출판 인쇄인들이 함께 뜻을 모은 것이다. 이곳은 과거의 유물을 모아 전시하는 죽은 박물관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까지 이어져 온 활판 인쇄 현장의 맥을 이어가는 활판 인쇄의 살아있는 현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활자의 숲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박물관 한쪽 벽을 가득 채운 활자들과 잉크 냄새가 어우러져 마음의 안정감을 준다. 옛날 책방을 재현해 놓은 공간은 아기자기하고 실감 나는 소품들이 가득해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미리 전화로 문의하면 책 만들기, 노트 만들기 등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최근 우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길들여져 책을 잠시 잊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파주출판도시 그리고 파주 북소리 2018 행사는 잊고 있던 책의 매력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으니 책장 속 먼지 쌓인 책을 꺼내 보자. 그리고 밖으로 나와 보는 것은 어떨까. 사륵사륵 책장을 넘기는 재미와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소중하고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김현정 기자  1217296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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