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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마음껏 화내는 사회를 꿈꾸며

최근 오랜만에 근황을 내보인 한 아이돌 가수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과거와는 달라진 외모가 그 이유였다. 이에 온갖 포털에서는 가수의 외모 변화를 자극적으로 언급하는 제목의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사들에는 가수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들이 첨부됐다. 댓글 란에는 달라진 외모에 대한 온갖 추측과 비하의 목소리가 난무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외모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연예인이라고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이 일은 그녀가 공인이었기에 더욱 크게 화제가 됐을 뿐,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얼굴에 공부라도 잘 해야지!” 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의 필통에 쓰여 있는 문구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남의 외모의 부족한 부분을 거침없이 말해주는 것이 재밌고한 일로만 여겨진다. 미디어에서 이러한 인식은 더욱 심화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못생기고 뚱뚱한 개그맨은 날씬한 사람의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조롱거리가 된다. 과거 한 예능은못생긴 사람들만 초대하는 파티라는 컨셉의 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초대받은 이들에게는당신들이 못생겼기에 초대한다는 메시지가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심각한 화두를 던지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외모 비하를 당한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더 낮추는 실정이다. 취업 현장에서는 더 좋은 외모가 일을 더 잘한다는 지표라는 속설이 떠돈다. 이러한 지표는 공공연하던 비밀이었지만, 고용노동부의 SNS기업 맞춤형 외모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기정사실화되어버렸다. 불합리한 일임에도 이에 대한 반발은 크지 않다. 오히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기업의 기준에 맞춰취업 성형이 유행한다. 미디어에서 개그맨들은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린다. 실제 생활에서는 절대로 짓지 않을 표정을 지으며 말 그대로못생김을 연기한다. 끊임없이 자학개그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못생기면 웃음거리가 돼도 된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못생겼다는 말에 완전히 질려버린 듯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못생겼다는 말에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신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리는 못생긴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쁜 오징어입니다.’ 자신을 함부로 못생겼다고 말하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대신, 차라리 오징어로 불리고 만다. 상황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자신을 바꾸려 든다.

 

그러나 목소리를 낮추고 순응하고만 있다면 개인에 대한 존엄성을 가벼이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바뀌지 않는다.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차별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을 요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난 2016, 외모에 자신 있는 알바생을 구한다는 문구로 논란이 됐던쥬씨서강대점의 채용공고 문제는, 대중들이 이에 대해 분노를 터뜨림으로써 해결 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채용공고가 명백히 외모 차별을 띠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가게 앞에서 외모 차별의 의도를 담고 있는 채용공고를 반대하는 피케팅 운동을 펼쳤다. 이를 통해 가게 본점의 공식적인 사과와 더불어, 수면 아래에 있던 아르바이트생 노동환경에 대한 협의 또한 이끌어낼 수 있었다. 참아왔던 외모 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일어난 일들이다.

 

특히 감정을 숨기고, 감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태도로 여겨져 왔다. 이제는 그러한 인식을 버려야 한다.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화를 내고, 문제를 제기하며, 그것을 고칠 수 있도록 당당히 요구해야 할 때다.

배주경 기자  skwnr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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