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88년 장애인 등급제를 처음 도입했다.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등급을 6개로 나눠 복지 혜택을 차등 부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다양한 장애를 몇 가지 분류로 나눠놓고 차등한 대우를 하는 것은 적절한 복지가 이뤄질 수 없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31년 만에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핵심인 장애등급제 폐지 내용은 그간 6개의 등급으로 획일화 시켜 도움을 주던 방식과 달리, 장애인들에 대한 ‘종합조사’를 거쳐 내년 7월부터 맞춤형 복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찬성)

1. 장애등급제는 개인 맞춤형 복지를 불가능하게 한다.

장애등급제는 철저히 개인의 의료적 기능에 기반을 둔 제도이기 때문에 개인의 서비스 욕구, 생활환경, 근로능력에 대한 고려가 없다. 1급이면 모두 똑같이 1급의 욕구와 서비스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복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2. 장애등급제는 예산 통제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장애등급제를 실시하게 되면 예산추계가 손쉬워지는 등 행정 편의적, 공급자 중심의 성격이 강하다. 개인의 욕구보다 몇 등급의 인원이 몇 명인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는지 체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장애등급제는 결국 쉬운 예산 통제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3.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은폐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마땅히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마땅히 보장할 의무가 있지만,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을 등급으로 분류하여 낙인을 찍어놓고 효율성과 형평성의 논리로 은폐한 것이다.

(반대)

1. 준비기간이 부족한 섣부른 판단이다.

   3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장애인복지의 기준이 되었던 장애등급을 대신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의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항들은 하나도 언급된 것이 없다. '종합적 욕구조사', '서비스지원 종합조사'와 같은 용어로 불리고 있는 개인의 특성이나 환경을 고려한 서비스 결정의 기준이 되는 평가도구조차 완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빠르게 추진되면 부작용은 고스란히 장애인들이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2. 현재 정책은 장애등급제 폐지라고 보기 어렵다.

   기존 장애등급제를 중증(1~3급), 경증(4~6급)으로 변경 한 것이기 때문에 등급제의 폐지라고 보기 어렵다. 할인이나 감면제도 등에도 기존의 장애등급 대신 중증장애와 경증장애를 기준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결국 복지카드와 같은 장애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에 그 정도가 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1217296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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