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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인터넷 검열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HTTPS 보안을 사용하는 웹 사이트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후 일각에서는 이것이 예전보다 높은 수준의 인터넷 검열과 사생활 침해라며 반발했다.

기존 국내에서 사용되던 사이트 차단은 암호화 수준이 낮은 HTTP를 이용하는 사이트만 적용되고 HTTPS는 암호화된 사이트이기 때문에 차단이 불가능했지만 이번 달부터 그것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방법은 개개인이 접속하는 모든 사이트를 임의로 열람할 수 있는 길을 합법화 하는 것이므로 명백한 검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의 적이라고 불리는 중국 정부의 이른바 황금방패가 비슷한 원리를 이용해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중국의 황금방패는 DNS 오염이라는 방식을 이용하는데, 한국 정부가 도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SNI 필드 차단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해당 방식으로는 개개인의 접속 사이트를 볼 수 없어 인터넷 검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웹툰 등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서버가 해외에 있는 탓에 단속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고 한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들도 정부의 새 방침이 기존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이러한 설명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적잖다. 이들은 어차피 IP우회나 DNS 서버 변조 등 차단을 회피할 수단이 충분해 실효성이 떨어지며 정작 저작권 위반 사이트 운영자나 불법 저작물 업로더를 처벌하지 힘드니 내놓은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차단이 시작된 이후 이미 다양한 차단 회피 방법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새로운 버전의 HTTPS 보안 업데이트에 SNI 암호화가 포함돼있어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이트 차단이 무용지물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사실 한국의 인터넷 검열 수준은 ONI(OpenNet Initiative)에서 상당한 감시/검열이 있는 국가로 분류돼있다. 이 분류는 감시/검열이 없거나 거의 없음’, ‘선택적 감시/검열이 있는 국가’, ‘상당한 감시/검열이 있는 국가’, ‘감시/검열이 만연한 국가등 네 단계로 나뉘는데, 한국은 뒤에서 두번째에 해당한다. 2018년 현재, 1세계 국가 중 한국보다 인터넷 감시/검열 수준이 높은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의 설명과는 다르게, 국제적으로는 사이트 차단도 인터넷 감시/검열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다.

혹자는 남이 보기에 부끄러운 일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냐, 국가가 유해한 것은 차단해주는게 무엇이 문제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는 국가가 국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지극히 전체주의에 가깝다. 과거 군사 독재정권이 언론을 탄압하며 펼쳤던 논리와 전혀 다를 것이 없고 신문과 방송에서 인터넷으로 그 무대가 옮겨왔을 뿐이다. 정부에 반대하는 사이트를 유해하다는 이유로 차단하는 식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은 정부의 손이 닿지 못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의 사이트를 모조리 차단했다.

 

최창영 편집국장  1216309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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