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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싫존주의, 어디까지 싫어할 수 있을까

최근, 사회에서는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을 표현하고 설전을 벌이기도 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대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셜 미디어는 공론의 장이 됐고, 대중들은 이러한 흐름에 기꺼이 참여한다. 마케팅 전문가들과 트렌드 조사 프로그램은 올해를 주도할 키워드로 ‘가심비(價心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또는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에 이어 ‘싫존주의’를 제시했다.

 

‘싫존주의’란, ‘싫음마저 존중하는 주의’의 줄임말로, 무언가를 싫어하는 것 또한 개인의 자유임을 인정하고 불호까지 취향으로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불만이나 선호하지 않는 취향 등을 당당히 밝히는 현상인 셈이다. 이는 다양성이 추구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신조어로, 젊은 세대들의 직설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반영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최근 들어, 대중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싫존주의는 개인의 정치·사회적 신념을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싫존주의는 10만 명을 웃도는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지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의 모임)’가 연일 인기를 끌면서 유쾌한 주목을 받았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편식’하지 말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하나의 ‘취향’으로 인정하고 그러한 취향을 나누는 모임이다. 오싫모에서는 오이를 뺀 냉면집을 칭찬하고 추천한다. 반면에 오이를 넣은 음식점에 대해서는 불평하는 글을 쓰기도 한다. 한 프로야구 선수를 비난하는데, 이유는 선수의 등 번호가 ‘52(오이)’였던 등 유머러스한 게시물이 올라오곤 한다. 타인의 ‘불호’를 공감하고 ‘불호’를 하나의 키워드로 삼아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싫존주의의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음식에 대한 취향뿐만 아니라 결혼이나 젠더 이슈를 비롯해 인간관계에 대한 관념이나 편견에 대한 거부의 제스처를 취하는 이들도 있다. 이 또한 싫존주의의 현상 중 하나다. 젊은 세대들에게 어떠한 것을 싫어하는 감정이란 더 이상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숨겨둬야 하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무언가를 싫어하는 감정 또한 떳떳하게 알리며 존중 받길 원한다. 그리고 나아가 상대의 불호 또한 존중하며 이러한 일련의 가치 활동에 의미를 둔다. ‘무언가를 싫어한다’는 표현도 하나의 의미 추구 활동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싫존주의가 특정 대상을 ‘혐오’하는 시선과 발언마저 개인의 취향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취향이라는 명목 아래 혐오의 잣대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 발언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한국 사회에서 혐오 표현의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혐오 발언에 대한 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싫존주의가 하나의 가치관으로 존중받는 사회에서 혐오와 불호 사이의 간격을 재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싫존주의라는 사회적 테두리가 새롭게 형성된 것은 많은 가치관들이 존중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만큼 약간의 간격을 두고 보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과정이 요구된다.

임현지 기자  ㅣ.hyeong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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