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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출산율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점점 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혼자 살아 허전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반려견 시장은 2조 원을 넘어서고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4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세를 빗댄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그러나 반려동물 산업의 화려한 성장 뒤에는 어두운 그늘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는 단연 ‘유기 동물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공약한 대로 도살 직전에 구조된 유기견 ‘토리’를 퍼스트 도그로 입양했다. 대통령이 퍼스트 도그로 유기견을 입양한 사례가 이례적인 만큼,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대선 기간 당시, 주요 후보 5명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들이 모두 유기견 입양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는 유기 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 대통령은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추진 ▲동물 의료 협동조합 및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길고양이 급식소 확대 ▲길고양이 TNR 확대 ▲반려견 놀이터 확대 및 행동 교육 전문 인력 양성 등의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반려동물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유기와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4년 1월부터 동물 등록제를 시행해왔으나 매년 유기동물의 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기견 보호소, 그 안의 이야기

 

지난 9일, 필자는 인천 남구에 있는 한 민간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았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반려동물 수십 마리가 보호소 철장 안에서 울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반려동물은 약 70여 마리의 강아지들과 20여 마리의 고양이들로, 길을 잃어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불법 번식장과 도살장에서 구조된 경우가 월등히 많다는 것이 보호소 측의 설명이다. 보호소는 “보호 기간이 지난 유기동물들이 안락사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락사가 없는 보호소를 직접 구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보호소 철장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강아지들이 세차게 울기 시작했다. 이에 보호소를 관리하고 있던 담당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도심 주택가와 상가 내에 위치한 만큼, 개들이 짖는 소리로 인한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 보호소 담당자들과 있을 때는 조용한데 자원봉사자들이나 택배 기사처럼 낯선 사람이 왔을 때 많이 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원 봉사자들이 팀으로 올 경우에는 하루 종일 짖기도 한다. 주위의 민원으로 인해 나갈 것을 요청받으면 보호소로서는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특히, 바로 옆이 요양병원이라 병원 측에서 민원을 제기할 경우에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 그렇게 되면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모두 다른 보호소로 보내져 안락사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여름부터는 자원봉사자를 아예 받지 않으려는 계획이 논의 중에 있다. 낯선 사람을 보면 너무 흥분해 짖어대고, 이로 인해 주변의 민원이 발생하니 낯선 사람을 들이지 않아야 지금처럼이나마 보호소 운영이 가능하다. 소수의 담당자들끼리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보호소에 있던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반겼다. 보호소 담당자가 철장을 열어주자 강아지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와 필자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몇몇은 두 발로 일어서 다리에 매달리며 안아달라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강아지들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더니 이내 낯선 사람의 손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일부 강아지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며 우리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기도 했다. 낮은 음성으로 으르렁대거나 본체만체하며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보호소 관계자는 “개중에는 사람에게 버려진 기억으로 인해 불신을 갖고 경계심을 보이는 개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들을 단순하게 사고 팔 수 있는 상품 정도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쉽게 사서 키우다가 흥미를 잃거나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하면 다시 쉽게 버리는 식이다. 결국, 유기된 동물들만 상처를 갖고 살게 된다”고 전했다.

 

 

갈 곳이 없는 유기동물들, 턱없이 모자란 유기 동물 보호소

 

문 대통령 외에도 최근 유명 인사들의 유기동물 입양은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하고 매년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여전히 많다. 지난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제공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유기동물 수는 2012년 9만9254마리, 2013년 9만7197마리, 2014년 8만1147마리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5년 8만2082마리로 다시 증가세에 돌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유기동물까지 포함하면 버려지는 동물이 연간 10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영기 동물권 단체 케어 사무국장은 “여러 동물보호단체의 유기견 캠페인과 유기동물 관련 정책으로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여론이 좋게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질적인 유기동물 입양 증가나 유기동물 발생 감소가 포착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유기된 반려동물은 대부분 보호시설을 거친다. 동물보호법 제14조에 따르면 유기된 동물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는 전국 28곳에 불과하다. 유기동물은 대부분 민간위탁보호소(전국 279곳)로 보내진다.

 

민간위탁보호소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보호소를 합해 전국에 퍼져 있는 유기동물보호소가 수용할 수 있는 유기동물 수는 총 2만2000마리다. 연간 10만 마리에 육박하는 유기동물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규모인 것이다. 이 때문에 보호 기간은 23일로 한 달도 채 되지 않는다. 이 기간 내에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 유기동물은 안락사에 처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지난해 기준 46.6%가 원주인을 찾아가거나 새 주인에게 입양됐지만 22.7%는 보호소에서 자연사했고, 20%는 안락사 신세를 면치 못했다.

 

유기동물 관리 및 처리에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15년 기준 유기·유실동물 관리에 들어간 비용은 128억8000만 원으로 2014년에 비해 23.5%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길고양이 중성화 비용 31억4000만 원을 제하고도 97억4000만 원이 보호소 근무 인력 인건비와 동물 사료비, 약품비 등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외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민간 보호소의 경우 재정적인 어려움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필자가 방문한 민간 보호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일반적인 유기동물 센터와는 달리 일반 가정집 구조의 단독 주택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넓지 않은 마당에 철장을 기준으로 몇몇 강아지들이 분리돼 있었다. 마당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각 방마다 강아지들이 가득했다. 배변 패드가 이용되긴 했지만, 대다수의 경우 신문지로 대체되고 있었다. 보호소 측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신문지를 가능한 한 지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수용하고 있는 유기동물이 많은 만큼 보호소 운영을 위해 요구되는 금전적인 부담 또한 상당했다. 재정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해당 보호소의 담당자는 “몇몇 후원자들이 사료나 옷 등을 보내오곤 한다. 또한, 자원 봉사자들이 봉사하러 오는 길에 이불이나 사료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이런 도움들이 많은 힘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후원 요청을 하고 있지만,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호소가 수용할 수 있는 유기동물의 수와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안락사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보호소의 경우 안락사를 막기 위해 운영진들이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바뀌어야 할 것은 우리

 

일 년째 꾸준하게 유기견 보호소 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한 자원 봉사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들은 장난감도 아니고, 액세서리도 아니다. 어떠한 수단이나 목적으로써 여겨지기보다는,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은 짖을 수 있고, 아플 수도 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 분양 혹은 입양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아주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함께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그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 과정도 필요하다. 반려동물은 쉽게 사고 쉽게 버리고 모른 척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에 함께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기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유기견을 입양해 10년째 함께하고 있다는 이 모 씨는 “모두 상처가 있는 아기들이라는 유기동물들의 공통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시고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유기동물들은 숨겨진 병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제일 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책임을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유기견 보호소의 경우 재정적인 지원이나 물적 자원에 더해 인적인 도움이 모자란 경우가 대다수다. 많은 사람들이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임현지 기자  ㅣ.hyeong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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