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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단순하게 살아가는 방법, 미니멀 라이프

 

1. 소비의 시대

바야흐로 소비의 시대다. 이 시대에서는 소비의 대상과 명분이 넘쳐난다. 국내에서는 1년 동안 10만 개가 넘는 특허가 등록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매력적인 제품과 아이디어가 늘어난 모습이다. 또한, 상품의 범람을 감당하기 위해 사회는 사람들에게 소비를 권한다.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을 이끄는 판매 문구가 난무하며, 확장되는 미디어의 범주만큼 수많은 광고가 생산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 동안 현대인이 광고에 노출되는 횟수는 무려 3000번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는 하나의 명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역행하는 듯 보이는 물결이 있다. 최소한의 소비를 통해 최대한의 가치를 얻어내자는 주의, ‘미니멀리즘’의 유행이다.

 

2. 미니멀 라이프의 유행

미니멀리즘이란 '최소한도의, 최소의, 극미의'라는 뜻의 '미니멀(minimal)'과 '주의'라는 뜻의 '이즘(ism)'을 결합한 용어로, ‘최소한주의’라고도 한다. 이는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을 뜻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이러한 미니멀리즘 태도를 삶에 적용한 ‘미니멀 라이프’에 주목하고 있다. 인터파크 도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3월 미니멀리즘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배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산업계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니멀리즘이 소비 트렌드로 손꼽힌다. 소비자들은 화려한 무늬보다는 무채색을, 다양한 가구보다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구만을 들여놓기를 선호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 스위스 기업‘이케아’는 북유럽풍의 가구들이 미니멀리즘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강조하며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일본 기업 '무인양품‘은 극도의 단순한 형태의 제품들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미니멀리즘은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부수적인 장식을 최소로 줄인 ‘모던 스타일’의 옷 또한 미니멀리즘의 일환이다. 특히 이들은‘기본 템’이라고 칭해지며,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할 옷으로 강조된다.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유니클로가 추구하는 단순한 디자인은 유행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다른 옷과 쉽게 배치된다. 최소한의 소비로 큰 효과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의 특징에 부합하는 셈이다. 방송가 또한 이러한 추세에 따라 연이어 ‘관찰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인기를 끌었던 ‘삼시세끼’나 ‘효리네 민박’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서는 형식의 미니멀리즘화가 이루어진다. 복잡한 포맷이나 자극적인 요소는 필요치 않다. 스스로 요리해 밥을 먹는 장면이나, 민박집의 안락한 풍경 등 특별하지 않은 현상을 관찰하고 담아내는 것에 그칠 뿐이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예능 ‘숲속의 작은 집’은 아예 주제 자체를 미니멀리즘으로 잡았다. 방송에서 출연진들은 소유한 것을 내려놓고 버리는 방식을 실천해나간다. 객관화될 수 없는 ‘미니멀’이라는 단어만큼, 각 분야에서 미니멀리즘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3. 미니멀 라이프의 배경

이러한 미니멀 라이프의 확산은 매력적인 제품과 광고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대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 1인 가구의 확산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성행하게 된 바탕에는 1인 가구의 급격한 확산이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5년 전체 가구 수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7%로, 1995년에 비해 약 14%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인 가구의 거주 공간은 그다지 클 필요가 없다. 또 주로 전세 등을 들어 살기 때문에 거주 공간의 이동이 잦다. 그렇다 보니 이는 자연스럽게 좁은 방에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으며, 언제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간단한 가구들의 선호로 이어졌다.

(2) 공유경제의 등장

또한, ‘공유경제’의 확산은 미니멀리즘이 실현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현대 사회에서의 유행은 하룻밤 사이에도 달라진다. 혹자는 이러한 현대사회를 어느 순간 다음의 것으로 넘어가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빗대기도 했다. 유행이 지나 ‘소유’한 대상이 무가치한 것으로 전락함에 따라, 소비의 가치는 점점 하락했다. 이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형성된 공유경제는 소유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공유경제 서비스 ‘프로젝트 앤’을 통해 사람들은 확신이 서지 않는 의류와 가방을 대여하며, ‘다날 쏘시오’를 통해 아이들이 자랄 동안만 육아용품을 빌려 쓰게 됐다. 무언가를 영구적으로, 또 더 많이 소유할 필요가 없는 공유경제 안에서 미니멀리즘은 자연스레 실천되고 있다.

(3) 행복의 기준 변화

달라진 행복의 기준은 미니멀리즘이 주목받게 된 주요한 이유다. 보편적으로 성공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으로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올해 미니멀리즘과 더불어 주목받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휘게’(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등은 개인의 만족을 성공의 기준으로 둔다. 아무리 소소한 것이라도 개인이 만족한다면 이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몇몇 전문가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둘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타협이 삶의 태도에 드러난 것이라고 바라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적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미니멀리즘의 정신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있어 큰 위로와 같은 개념일 테다.

(4) 미니멀리즘의 산업화

한편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미니멀리즘에 대한 선호에 재빠르게 적응해냈다. 몇몇 제품들은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꼭 필요한 것처럼 광고된다. 방송에서 출연자들의 평범한 일상들은 적절한 연출을 통해 선망의 삶으로 비친다. 미니멀리즘은 모순적이게도 소비의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을 통해 그 가치가 더해지기도 한다.

 

 

4. 미니멀리즘 게임 체험기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실제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미니멀 라이프를 체험해보고자 했다. 체험의 방식으로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알려진‘미니멀리즘 게임’을 택했다. 이 게임은 매달 1일에 1개, 2일에 2개, 3일에는 3개 등 늘어나는 날짜 숫자만큼 물건을 버려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버릴 물건은 날짜별로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해야 한다. 이를 매일 빠지지 않고 한 달간 465개의 물건을 버리면 성공이다. 다만 게임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결코 ‘버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게임의 진정한 목적은 불필요한 것의 정리를 통해 자신의 물건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자는 것에 있다. 필자는 게임의 방식을 조금 변형해, 임의로 정한 일주일의 기간 안에 매일 5개씩 물건을 버리기로 했다.

1&2day - 첫 번째 날과 두 번째 날은 옷 정리를 했다. 여름용 얇은 외투, 커다란 맨투맨, 구멍 뚫린 바지, 검은 면 옷, 티셔츠 2장, 반소매 카라티, 조끼 패딩, 흰 셔츠, 꽃무늬 블라우스 등 10벌을 버렸다. 버릴 옷 중에는 유행이 지난 것도 있었지만 여전히 맘에 드는 것도 있었다. 살 때는 예쁘게 느껴졌으나 막상 입고 나니 필자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한 옷들은 아까워 버리지 않고 잠옷으로 쓰겠다고 남겨뒀으나 실상 입은 날은 며칠 되지 않았다. 이들 중 2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을 추려 버렸다.

3&4day -셋째 날과 넷째 날에는 책을 정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책, 소설책 두 권, 사자성어 사전, 자기계발서, 역사책과 더불어 50권이 훌쩍 넘는 고전문학 전집 전권을 버렸다. 버리는 책들은 모두 중학생 이전에 산 것들이었다. 그때 이후로는 더 읽지 않았지만, 책은 두고두고 보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책의 표지를 훑자 묻어나는 먼지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5day - 다섯 번째 날에는 화장품을 정리했다. 골라낸 물건들은 필자와 어울리지 않는 색의 립스틱, 사용했을 때 피부가 아팠던 크림, 효과가 전혀 없는 방수 제품, 핸드크림, 사은품으로 받은 샘플들이었다. 버릴 제품들은 대부분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는 문구에 혹해 충동구매를 한 것들이었다. 그러한 물건들은 필자에게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에는 손이 가지 않게 됐다. 또 크림은 필자의 피부와는 맞지 않음에도, 비싸다는 이유로 남겨둔 것이었다. 다시 쓰지 않을 것이 뻔했으므로 이들 또한 버렸다.

6day - 여섯 번째 날에는 학용품을 정리했다. 반짝거리는 스티커, 속지가 무지개색인 노트, 조그만 포스트잇, 카드지갑, 몽당연필들을 골라냈다. 골라낸 물건 모두 언젠가는 쓰겠다고 생각만 하고 버려둔 것들이었다. 그러나 노트의 무지개색 속지는 공부를 하기에 눈이 너무 아팠고, 볼펜과 샤프에 익숙해진 손에 몽당연필은 불편하기만 했다. 다시 서랍에 넣어두게 된다면 물건들은 또다시 오랫동안 쓰이지 않을 것 같아, 미련 없이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다.

7day - 마지막 일곱 번째 날은 버릴 물건을 고르기가 가장 어려운 날이었다. 억지로 골라낸 물건들은 인형과 장식품 3개, 기념품으로 받은 엽서, 친구들과 함께 구매한 실 팔찌였다. 생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아니었지만 개별마다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들이었다.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다. 이를 통해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은 사진으로 남겨 보라’는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떤 것을 추억하는 방법에는 그것을 온전히 소유하는 것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건들을 버리고 나니 방은 한결 깔끔해졌다. 옷걸이의 빼곡했던 틈새에는 여유가 더해졌고, 화장품과 책상에는 꼭 필요한 것들만 놓이게 됐다. 겉모습뿐만 아니었다. 실생활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 틈새를 뒤질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자 시간이 절약되고 마음이 한층 느긋해졌다. 어느샌가 소비를 할 때도 더욱 신중한 태도를 지니게 됐다. 충동적으로 샀던 물건들의 최후를 기억하며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 단 일주일간의 체험이었는데도, 삶 속에는 어느새 미니멀리즘이 스며든 듯했다. 방이든, 머릿속이든 정리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필자의 체험기를 따라해보라.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무게가 한층 가벼워져 있을 것이다.

배주경 기자  skwnr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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