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은 순조롭게 번성해 늘어났다. 그러나 인간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악행 또한 늘어나고 나날이 타락했다. 이런 모습에 실망한 신은 인간을 창조한 것을 후회해 대홍수를 내려 인류를 멸망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신은 단 한 명에게만 자비를 내렸다. 신에게 선택 받은 노아는 신에게 순종하고 욕심이 없으며 의로운 인물이었다.

노아는 신이 내린 명에 따라 긴 세월에 걸쳐 방주를 완성했다. 방주가 완성되자 신은 "너는 네 식구를 모두 데리고 배에 들어가거라. 그리고 깨끗한 짐승은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한 쌍씩, 공중의 새도 일곱 쌍씩 배에 데리고 들어가 온 땅 위에서 각종 동물의 씨가 마르지 않도록 해라. 이제 이레가 지나면 40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를 쏟아, 내가 만든 모든 생물을 땅 위에서 모두 없애버리리라"라고 했다. 노아의 방주에는 노아의 일족과 암컷, 수컷이 한 쌍으로 이루어진 동물들이 올라탔다. 모든 준비는 끝났고, 신의 예고대로 대홍수가 찾아 왔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는 폭우와 천둥에 남아있던 모든 생물은 멸망했다.

서울 DDP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전시회는 이러한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다. 전시장의 외부 모습부터 심상치 않다. 방주의 형상을 한 전시장의 디자인과 색감은 대홍수를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전시장의 입구는 매우 작고 낮아서 마치 실제로 노아의 방주에 탑승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긴 직사각형 구조의 아늑한 전시장으로 입장하면 보석으로 새롭게 태어난 동물들이 미리 타고 있다. 우아한 백조부터 잠자리까지 매우 다양하다.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라줄리, 투어말린, 가넷, 에메랄드, 오닉스, 펄 등 평소 쉽게 보지 못할 보석들이 영롱하게 빛난다. 눈부신 보석의 그라데이션과 장인정신이 합쳐진 결과물은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수십 개의 보석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한 점씩 감상하다 보면 그 속에 이끌려 시간이 흘러가는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다.

흔히 떠올리는 전시회 구성을 탈피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의 주얼리 전시회와는 다른 극적이고 실험적인 효과 연출이 관람의 깊이를 더해준다. 파란빛의 은은한 물의 잠김, 가끔씩 치는 커다란 천둥번개와 예고되지 않은 암전을 통한 대홍수의 묘사는 관람객을 점점 더 몰입시킨다. 현대공연의 거장으로 불리는 로버트 윌슨과의 협업의 독창적인 결과물로 마치 무대 공연 속에 내가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전시회에는 도슨트가 없다. 스마트폰의 QR코드로 연결되는 링크가 작품을 설명한다. 이러한 점들로 전시회를 관람하는 순간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돼 있는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하다.

‘노아의 방주’와 ‘하이 주얼리’, 이질적인 두 소재의 콜라보는 우리를 잠시 일상 밖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보석들로 둘러싸인 작고 어두운 공간에서 우리는 노아가 되어 기나긴 대홍수를 거쳐 동물들과 항해한다.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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