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

1.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진다.’와 같은 말을 들으며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았다. 주로 상대방을 속이거나 잘못을 숨기고 싶을 때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에 딱 한번 마음껏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있다. 바로 4월1일 만우절이다.

만우절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날이다. 서양에서 유래한 풍습으로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라고도 하며 이날 속아 넘어간 사람을 '4월 바보(April fool)'라고 부른다.

유래에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전해지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16세기 프랑스에서 시작 됐다는 주장이다. 1560년대 프랑스인들은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 춘분제를 열고 축제 마지막 날에는 선물을 교환하며 신년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왕이었던 샤를9세가 1564년에 달력 계산법을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면서 신년이 1월 1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부실한 통신망으로 인해 이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4월 1일에 선물을 교환하고 새해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4월 1일이 신년 축제인 것처럼 속였고 이것이 만우절의 시초가 됐다는 이야기다.  
이후 만우절은 전 세계적으로 퍼졌고 일반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미디어에서도 만우절을 기념해 거짓을 전하기도 한다. 유명한 일화로는 일명 ‘스위스의 스파게티 수확 사건’이 있다. 1957년 4월 1일에 영국 BBC의 뉴스프로그램에서 스위스의 농부들이 스파게티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재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방송 직후 방송국의 전화가 먹통이 될 만큼 엄청난 전화문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스파게티 나무의 출처를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BBC 관계자가 “스파게티를 토마토소스 통에 넣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해보라”고 답하기도 했다.

올해 만우절에는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이 만우절을 맞아 실시한 이색 마케팅이 화제가 됐다. 공식 APP과 SNS를 통해 가상의 신메뉴 ‘초콜릿 와퍼’를 공개한 것이다. 영상 속 초콜릿 와퍼는 초콜릿 케이크로 만든 버거 번과 달콤하고 진한 초콜릿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초콜릿 패티로 극강의 비주얼을 자랑했고 와퍼를 구성하는 주요 재료들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전세계의 많은 팬들이 버거킹의 만우절 이색 마케팅을 반기며 즐겼다. 

이처럼 오늘날 사회에서 만우절은 친숙하고 가벼운 농담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하나의 기념일이 됐다. 4월 1일 만우절이 되면 악의 없는 거짓말로 주변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선물해보자.

2.

거짓말 전문가 파멜라 메이어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10~200번 정도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거짓말에는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또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인 ‘하얀 거짓말’도 포함된다.

형사 사건에서는 거짓말을 판별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통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일시적인 정서불안으로 인해 맥박, 혈압, 호흡수, 땀 등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그래서 이런 변화를 측정해 거짓말을 판별하는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뻔뻔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전혀 감정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거짓말 탐지기의 정확성에 의문이 많았다. 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 자체를 직접 판단하는 게 아니고, 자극에 반응해 일어나는 신체의 생리 변화를 바탕으로 측정하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뇌 변화를 직접 측정해 거짓말 여부를 가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심문을 받는 사람에게 일상적인 그림을 보여주다가 그 중간 중간에 범죄 장면과 관련된 그림을 보여주면 범죄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 변화는 없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뇌파의 변화를 측정해 거짓말을 탐지하기도 한다.

거짓말의 사전적 의미는 ‘속일 목적으로 하는 진실되지 않는 진술’이다. 거짓말을 하려면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고, 이후 거짓말할 준비를 한 뒤 마지막으로 진실과 반대되는 진술을 하게 된다. 마지막 두 단계에서는 진실 반응을 억제해야 하고, 진실인 내용을 거짓으로 바꾸는 의식적인 인지적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뇌 작용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거짓말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페이스북 연구팀은 거짓말을 배우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제는 인공지능까지 거짓말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어떤 거짓말을 할까? 페이스북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봇(bot)이 책, 모자, 농구공을 가지고 흥정을 하면서 거짓말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인공지능 봇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숨기고 원하지 않는 것을 원하는 척하고 나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지못해 드러내는 흥정의 기술을 배워 개인과 기업을 대신해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우리의 일상은 항상 무수한 거짓말들과 함께해왔다. 그래서인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짓말’은 많은 이야기의 소재로 쓰여왔다. 대다수의 이야기 속에서 거짓말의 목적이 선의였든 악의였든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거짓말’은 다룬 동양의 동화에는 ‘혹부리 영감’이 있다. 목에 혹이 달린 혹부리 영감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산에서 나무를 한다. 혹부리 영감은 하룻밤을 쉬기 위해 들어간 빈집에서 노래를 부른다. 노랫소리를 들은 그 근처에 있던 도깨비들이 몰려 왔다. 노래에 감동한 도깨비 두목이 고운 노랫소리가 어디서 나온 것이냐고 묻자 노인은 목에 달린 혹에서 나온다고 거짓말로 대답했다. 도깨비 두목은 영감을 혹을 떼어가는 대신 재물을 줬고, 영감은 도깨비가 준 재물로 부자가 됐다. 이 소식을 접한 이웃 마을의 혹부리 영감 또한 일부러 그 빈집에 찾아가 노래를 했다. 예상대로 도깨비가 나타났지만 이미 속아 화난 도깨비는 다른 쪽에 혹을 하나 더 붙이고 만다. 이런 이유로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였다.’라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부자가 된 혹부리 영감의 거짓말 때문에 다른 혹부리 영감은 혹을 하나 더 얻게 됐다. 이는 거짓말이 본인이 아닌 제삼자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양에는 유명한 이솝 우화인 ‘양치기 소년’이 있다. 양을 치는 소년은 심심풀이로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해 소란을 일으킨다.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이후로도 소년은 여러 번 같은 거짓말을 반복한다. 어느 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고, 사람들은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년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결국, 아무도 돕지 않아 마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죽어 버린다. 이 우화는 ‘반복되는 거짓말은 타인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라는 어쩌면 가장 와닿는 교훈을 남긴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이야기도 있다. 제페토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태어난 나무인형 피노키오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학교에서 도망친 피노키오는 방탕한 생활을 즐긴다. 그러한 일탈로 피노키오는 코가 길어지기도 하고 서커스단에 팔려가기도 하며 고래에게 잡아먹히기까지 한다. 고래에 잡아먹힌 피노키오는 제페토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거짓말을 일삼았던 지난날들을 반성해 결국 사람이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공통으로 거짓말이 초래하는 폐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거짓말은 타인의 신뢰를 잃게 만들며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타인을 속이는 ‘거짓말’이라는 행위는 되도록 지양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인하대학신문  inh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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