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새벽출정> 작가와의 만남

작가 공지영을 두고 많은 이들이 각기 다른 말을 한다. 어떤 이는 ‘전투적 페미니즘’을 논하고, 어떤 이는 ‘등이 푸른 자유’를 얻어 가고, 또 어떤 이는 ‘아름다운 방황’을 보았다고 한다.
　
한 작가를 두고 평가가 이렇게 엇갈리는 것은 작품마다 전혀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며, 이는 곧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다.
　
그 중‘더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는 그의 대표적인 초기작으로 80년대를 거슬러온 작가의 시대적 경험과 가치관이 비교적 진솔하게 투영된 작품이라 꼽을 수 있다.
　
소설은 열혈 학생운동 청년 형섭과 민수, 인경의 삼각 구도가 기본 틀이 된다. 형섭은 광주사태로 매형을 잃고 정신을 놓아버린 누이, 오로지 형섭만이 희망인 어머니, 실직한 아버지 등 기형적인 가족을 짊어진 상황을 잠시 모면하려고 군대에 지원한다.
　
하지만 제대한 후에도 상황은 별반 호전돼 있지 않다. 변절자 소리를 듣는 선배와,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남자와 약혼한 옛 애인만이 있을 뿐이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여대생 민수는 운동을 시작한 후 가족에게서 멀어진다. 수구세력에 힘을 보태고 민중을 탄압한 데 일조한, 공무원 아버지를 둔 덕분이다. 다른 친구들과 시위현장에서 연행돼도 아버지 때문에 자신만이 빠져나오는 사실도 끔찍해 한다.
　
현실과 이상을 이원적으로 겉돌던 민수는 결국 집을 나오게 되고, 냉혹한 현실에 절감하게 된다. 또한 형섭의 옛 애인이었던 인경은 한때는 열렬한 운동권 학생이었지만, 형섭이 군대에 가고 난 후, 다른 사람을 만나 미래가 보장된 결혼을 하려한다. 하지만 형섭에 대한 미련도, 자신의 동료였던 사람들에 대한 미련도 버리지 못한 채 불행해 한다.
　
이처럼 작가는 이 작품을 두소“80년대라는 특별한 시기에 청춘을 맞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정의라는, 그토록 추상적인 개념을 위한 전쟁터’에 ‘구체적인 젊은 날을 바쳤던’, ‘세상을 고분고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피 뜨거운’, ‘청춘들의 혁명과 사랑에 관한 통렬한 기록’이다”라고 밝혔듯이,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인물상을 그려내면서 그가 80년대 대학생으로서 느꼈던 운동에 대한 고민을 고스란히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작가는 ‘작가의 후기’에서 “80년대에 20대를 보냈다는 것은 뜨거운 축복이었다. 80년대란 단군 이래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수의 국민이, 가장 조직적인 방식으로 불의에 저항했던 시기였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거나, 그것을 쓴다는 것을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의미로서는 이미 소설가이기를 포기한 것이었다”라고 말해, 이 작품이 작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줬다.

강문용주 기자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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