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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청년가게가 꽃 피운 골목 ‘평리단길’

1. #평리단길 #부평 #핫플레이스

공유횟수가 800회를 돌파한 페이스북의 게시글에 달린 해시태그다. SNS상에서는 ‘평리단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평리단길은 부평 시장 일대의 한 골목에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 전통시장이었던 이 자리에는 청년 사업가들이 모여 가게를 꾸리기 시작했다. 이에 사람들은 이 곳을 서울의 유명 골목상권인 이태원 ‘경리단길’에 빗대 평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SNS상에서 평리단길은 어느새 부평의 한 명소로써 추천되고 있다. 또한, 많은 언론은 평리단길이 그 일대에 오래전부터 자리해왔던 전통시장의 상권도 살리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 평리단길은 인터넷에서의 모습과 닮아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평리단길에 다녀와 봤다.

수제버거 가게 ‘즐버거’와 철물점이 마주하고 있다

2. #평리단길과 커튼골목

평리단길에는 청년들이 차린 가게(이하 청년가게)와 예전부터 이 일대에 자리했던 전통 가게들이 나란히 어깨를 마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노란색 지붕의 수제버거 가게 앞에 낡은 철물점이 있거나, 스케이트보드 가게 옆에 비누 가게가 있는 식이다. 이처럼 예스러운 것과 새로운 것이 만난 모습은 평리단길만의 고유한 매력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골목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커튼골목’이 나온다. 커튼골목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자리 잡았던 전통시장으로 주로 커튼 가게들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청년가게들이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옛날의 모습이 온전히 남아있다. 언론들은 청년가게들로 인해 그 자리에 있는 커튼골목의 상권도 같이 살아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커튼골목의 상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의류부자재 가게의 주인은 “오래된 가게는 자리가 잡혀서 괜찮았지만 그 외의 가게들은 형편이 좋지 못했다. 가게가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많아 비어있는 경우도 많았다”며 청년가게가 들어오기 전 커튼골목의 상황을 설명했다. 청년가게가 들어온 후 달라진 점을 묻자 “청년가게가 들어오면서 골목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밝아졌다. 간판들도 알록달록하니 예쁘지 않나. 저 위에 조명도 달고”라며 체감한 변화를 설명했다. 그러나 골목의 변화에 대한 반응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한 커튼가게 주인은 청년가게가 커튼골목에 준 영향에 대해 묻자 “잘 모르겠는데? 뭐 젊은 사람들이 커튼 골목에서 사는 것도 없고. 밤에 시끄럽기만 하다”며 시큰둥한 답변을 내놨다. 언론들이 말하고 있는 평리단길과 커튼골목의 관계는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커튼 가게가 늘어선 ‘커튼골목’의 모습

3. #평리단길의 과제

붙여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평리단길이 골목상권으로써의 성공을 거두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이를 위해 평리단길은 극복해야 하는 몇 가지의 과제가 있어 보였다.

 

(1) 구석진 위치

평리단길은 부평의 번화가 ‘문화의 거리’의 골목 안쪽에 위치한다. 그러나 골목의 입구는 양쪽의 큰 가게들로 인해 그늘이 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심지어 이곳이 평리단길임을 알리는 표시조차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장소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오지 않는 한, 사람들이 쉽게 지나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같은 시간대임에도 문화의 거리에 비해 평리단길은 훨씬 한산한 모습이다. 평리단길의 특색을 나타낼 수 있는 표지판 등을 통해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모습이었다.

 

(2)특색 있는 가게

평리단길이 구석진 자리에 위치한 것은 두 가지의 방향성을 가진다. 평리단길이 다른 공간과 ‘단절’되던가 혹은 특별한 공간으로써 ‘분리’되던가로 말이다. 그리고 현재 평리단길은 후자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평리단길의 청년가게는 각자 나름대로 특색을 갖추고 있다. 식당 ‘비스트로 땅콩’의 경우에는 메뉴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차별성이 드러난다. 비스트로 땅콩은 일본식 덮밥, 오므라이스 등 하루에 한 메뉴만 판매하고 있다. 평리단길에는 무엇보다도 인테리어에 주력한 가게들이 많다. 카페 ‘NOYB’는 쨍한 핑크색 외벽으로 돼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가게다. 가게의 안은 조각상, 사진, 거울 등으로 감각 있게 꾸며져 있다. PUB(영국 풍의 카페)스러운 인테리어덕분에 가게는 밤에 술집으로 바뀐다. 손님들은 그러한 분위기를 사진 속에 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또한 ‘평리단길’에는 아직 체인점이 많지 않다. 체인점은 경리단길, 홍대 등 많은 길의 특색이 없어진 이유 중 하나다. 물론 평리단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달다레’, 음식점 ‘포다 쌀국수’ 등은 체인점이다. 그러나 스타벅스 등과 같이 보편화 돼 있는 체인점이 아니라 특색을 크게 해치지 않을 수 있었다.

살펴본 평리단길의 카페들은 ‘인스타 감성’ 즉,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문화의 거리에 있는 타 체인점이나 가게들보다 훨씬 더 세련된 구색을 갖췄다. 그러나 평리단길의 ‘예쁜 카페’들은 결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SNS가 점점 활성화될수록 예쁜 카페들은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만약 평리단길보다 더 접근성이 좋은 문화의 거리에 이러한 카페들이 생기게 된다면, 평리단길만의 차별성은 없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평리단길을 이루고 있는 가게들은 옷가게, 음식점도 있지만, 대부분이 카페다. 카페의 포화상태는 평리단길 뿐 아니라 외식사업 전반의 문제다.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메뉴, 뛰어난 음식의 질 등 더욱 다양한 방면에서 독보적인 매력이 필요하다.

 

(3)젠트리피케이션

다행히도 평리단길의 가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가게 상인들은 이를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기뻐할 수 없다. 바로 늘어난 유동인구로 인한 임대료 상승의 문제 때문이다. 일명 ‘젠트리피케이션’이라 불리는 이 문제는 홍대, 경리단길 등 많은 청년 사업자들도 겪었던 고질적인 현상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평리단길은 굉장히 구석진 자리에 있고 유동인구도 많이 없어 임대료가 싼 편이었다. 이는 소규모 자본을 가진 청년 상인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돼 줬다. 그러나 청년 가게들이 성공을 거두고 평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면서, 평리단길 거리의 임대료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기 있는 수제버거 가게 ‘즐버거’의 주인도 임대료 상승을 경험했다. 그는 “작년 8월쯤에 가게를 처음 차리게 됐다. 초기 자본이 부족해서 찾던 중에 임대료가 적은 이곳을 선택한 거였다”며 평리단길에 입점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지금은 인기도 많아지고 다른 가게들도 들어오다 보니까, 우리 가게는 물론 전체적인 가게들이 임대료가 2~40만 원 정도 올랐다”고 상황을 털어놨다. 가게의 매력을 갖추는 것, 더 나은 메뉴를 고민하는 것 등은 각 가게가 꾸준한 고민과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높은 임대료는 가게들의 생존에 직결된다. 이러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평리단길이라는 이름에는 경리단길의 영광스러운 순간뿐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앓고 있는 현재의 모습까지 담기게 될 것이다.

실제로 마주한 평리단길에서는 분명 아쉬운 부분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침체했던 골목이 평리단길로 자리 잡기까지는 채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며, 여전히 평리단길은 성장 중이다. 현재 과거에 입점했던 가게들은 자체의 매력으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고, 또 다른 ‘핫플레이스’를 꿈꾸는 새로운 가게들이 점점 발을 들여오고 있으니 말이다. 청년들의 젊고 독특한 발상은 좁은 골목과 낡은 가게들 사이에서 가능성을 발견해냈다. 이처럼 평리단길이라는 공간에 대한 꾸준한 고민과 발상이 이어진다면 평리단길은 ‘인천의 경리단길’이 아닌 ‘평리단길’ 그 자체로써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배주경  skwnr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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