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기획] 위안부 합의의 어제와 오늘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서울 종로구) 앞,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그 부당함을 규탄하기 위한 정기집회가 열린다. 1992년 1월에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처음 시작된 수요집회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수요집회와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집회가 열린다. 대학생공동행동인 토요투쟁이다. 2015년 12월28일 피해자에게 단 한마디 없이 갑작스런 한일합의가 맺어졌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도 소녀상지킴이들은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한일합의 폐기를 외치고 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위안부 강제동원의 끔찍한 참상을 증언했다. 15세의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갔던 이용수 할머니는 당시 일제의 가혹했던 폭력과 인권유린을 토로했다. “내가 200살까지 살아서 일본 위안부 만행을 전세계 알릴 것”이라며 “우리가 증언하지 않고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또한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니 역사공부도 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증언은 내 생명과도 같다. 여성인권운동가로 평화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야 세상이 평화로워진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5일, 13살 때 만주로 끌려갔던 위안부 피해자 임 할머니(89)가 끝내 세상을 떴다. 이어 지난달 14일 새벽,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김 할머니(88)가 별세했다. 1945년에 일본 오키나와로 끌려간 김 할머니는 16살이었다. 이제 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30명이다. 우리나라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239명, 이 가운데 209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은 일본의 공식사죄를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지난해 8명, 올해 2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생존해 있는 평균 만 91세의 할머니들은 이제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처럼 국민들은 전 세계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일본의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

 그러나 2015년 12월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이 이뤄졌다. 이날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했다. 윤병세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가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의 발표 내용은 ①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에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써,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아베 내각 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갖고 상처 입은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깊은 사죄를 표명한다. ②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왔으며, 이에 기초해 이번에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전(前)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다. ③일본 정부는 이상 말씀드린 조치를 한국정부와 함께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이번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 일본 정부는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본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것이며, 윤병세 장관의 발표내용은 ①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는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 ②일본정부가 한국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을 우려하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의 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③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을 자제한다. 였다.

그 당시 이 합의는 국민 심리에 극심하게 부딪히며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국제사회 속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위안부합의를 명분으로 한일협정을 통과 시킨 국민의 동의도 구하지 못한 날치기 통과라는 반응이 있었으며, 이토록 극심한 반발의 이유에는 피해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과 이슈가 되었던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에 있다. 사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합의에서는 애초의 취지와 달리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뀌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욕심이 낳은 ‘불가역적’ 밀실협의는 이렇게 부정적인 여론 속에서 마무리 되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합의 관련 입장 발표 

그러나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일본과 사실상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위안부 합의에는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 이외에 비공개 부분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그 당시 정부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발표하고 국민들이 반대할 만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 한일 위안부 합의 비공개 내용은 ▲정대협 등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 관련 적절한 노력 ▲해외에 위안부 소녀상, 기림비 등 설치에 한국 정부의 미지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네 가지 부분이었다. 당시 정부는 이러한 합의를 하고도 일절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이다. 2015년 12월 28일에 이뤄진 합의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 간 '고위급 비밀협상'을 통해 이뤄졌다고 TF는 밝혔다. 그러나 실제 합의는 표면상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의 국장급 협상을 거쳐 양국 외교장관의 대 언론 발표 형태로 공표됐다. 또 논란이 됐던 위안부 문제의 '불가역적'이라는 표현도 한국정부측이 먼저 거론한 것이었다. 결국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측의 한국정부가 가해자 측인 일본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했고 이를 숨긴 외교참사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다시 수면에 떠오르며 이에 문재인 정부의 입장표명과 대처가 요구됐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이 기금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중략)” 라며 “일본이 스스로 국제적·보편적 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한다” 라는 발표 내용을 통해 ‘파기 아닌 파기’임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에서 보낸 10억 엔을 예탁해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만약 일본이 회수할 시 협상은 자동으로 파기되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적인 파기와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음을 강조해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국제적·보편적 기준에 따라”라는 대목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이 아닌 국제적 차원에서 전쟁범죄인 성노예 피해 진실을 다룰 수 있는 지속성과 확장성을 마련했다.

이후 일본의 반응(대처)과 앞으로의 방향

 일본 정부는 앞서 발표한 한국 외교부의 위안부 처리 방침에 공식 항의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 표명에 일본 측에서 곧바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한국의 새 방침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가 간의 약속이다. 이것을 지키는 것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라며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고, 한국 측에 협정 이행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은 약속한 것을 모두 성의 있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를 이행하도록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한국이 합의를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관계가 관리 불가능하게 된다"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일본대사관 공사는 서울에 위치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촉구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국회의원들이 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위안부 합의는 재고돼야 한다'고 외친 만큼 이번 조치는 국민의 큰 기대를 받았었다. 하지만 일본이 외교 관례상 한 번 했던 사과를 또 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에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동안 이 합의는 파기해야만 한다고 선언하고, 혁신적 개혁안을 마련할 것처럼 행동한 것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당시 근본적으로부터 잘못된 위안부 합의를 아무런 피해 없이 되돌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리고 이번의 후속조치는 앞으로의 긴 과정 속 첫걸음일 뿐이며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문제는 우리 역사의 가장 비참한 비극이며 일본의 가장 잔악하고 잔혹한 전쟁범죄임이 틀림없다. 피해자와의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합의한 비공개 이면합의이자 당시 박근혜 정부가 주도한 이런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외면해 국가가 벌인 2차 가해이다. 국제사회 속에서 한·일 정부는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마련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혀지기 마련이다.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지속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박유진 기자  12172967@inha.ac.kr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유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