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기획] 현대인들은 지금 ‘인맥 다이어트’ 중

요즘엔 SNS를 통해 클릭 한번으로 간단히 친구를 만들 수 있다. 일일이 전화번호를 교환할 필요도 없이 지인이 겹치기만 해도 친구가 되며 심지어 아이디만 알아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어느 순간부터 직접 만나 보지 못한 사람들과 친구를 맺으며 개인의 인맥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쟁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인맥을 늘리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고립감을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은 현대인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처럼 관리할 수 있는 인맥의 폭이 넓어졌지만, 최근에는 넓은 인간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얕고 넓은 인간관계에 염증을 앓고 ‘인맥 다이어트’를 통한 ‘인맥 거지’를 자처하는 것이다.

 

인맥 다이어트란

인맥 다이어트란 '인맥' '다이어트'의 합성어로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행위를 뜻한다. 번잡한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취업활동, 사회활동 등으로 바쁜 생활에 지쳐 허울뿐인 관계를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리 하는 ‘인맥 빨래’라는 용어도 새로 생겨났다.

인크루트가 두잇서베이와 공동 기획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남녀 2,526명 중 46%는 ‘인간관계 다이어트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생각은 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응답도 36%나 차지했다.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은 인간관계 정리를 시도했거나 원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이든 피로감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85%가 ‘있다’고 응답했다. ‘거의 없다’는 12%, ‘전혀 없다’는 3%에 불과했다. 이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피로함을 느끼고 정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카카오톡은 인간관계를 넓혀 주자는 취지로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추천해 주는 기능을 신설했지만 사용자의 불만으로 하루 만에 해당 기능을 없애기도 했다. 과거에는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양’을 늘렸다면 이제는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인맥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인맥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인맥 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설문조사 결과 ‘인맥관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4191명 중 42% 1760명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인맥관리를 위해 인간관계를 억지로 이어온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응답자의 42% '그렇다'고 답했다. 성인남녀 10명 중 4명은 인맥관리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형식적인 관계를 이어온 것이다. 실제로 홍 모 씨는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친구인 척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차라리 한명이라도 마음 맞는 친구와 다니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인해 혼자가 되고 정서적 유대감을 잃더라도 인맥 단절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혼밥', '혼술' 등 혼자 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도 이 같은 세태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SNS로 인해 인간관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적으로만 늘어나게 되면서 생긴 혼란이다. SNS에서는 사소한 일상사부터 정보 공유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게시된다. 유명인들의 포털사이트엔 수천, 수만 명의 팔로워가 따라다니며 그 사람이나 집단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한다. 그러다보니 SNS 게시글의 ‘좋아요’ 개수가 인맥의 지표가 됐다. 현대인들의 인맥은 예전의 대면적인 인맥보다는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를 매개로 한 간접적인 인맥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카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한 인간관계에는 만난 적이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많다. 인맥 형성이 쉽고 빨라짐과 동시에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는 불편함이 생겼다. 이에 현대인들이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느끼고 인맥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두려움보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소수의 지인들을 챙기고 집중하는 것이 더 옳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인맥 다이어트 방법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인맥을 정리하고 있을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로감을 제공한 상대방 차단(27%) ▲해당 대상자의 연락처를 주기적으로 삭제(23%) ▲안부 인사 등을 보낸 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정리(15%)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 (14%) ▲일정 기간 SNS 사용을 중단한다(12%) 순의 방법으로 인맥을 정리 한다고 답했다. 대학생 차 모 씨는 “최근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일상을 알게 되는 것이 싫어 SNS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새 계정은 정말 친한 친구들만 추가돼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류를 원치 않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지우거나, SNS에서 친구 관계 혹은 팔로우를 끊는 등 대부분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손쉽게 인맥을 정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티슈 인맥

관계를 간소화하는 인맥 다이어트를 넘어 이른바 '티슈 인맥'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티슈 인맥이란 불필요한 인맥들을 잘라내고 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내가 필요할 때만 만나고 소통하는 일회성 인간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SNS가 티슈 인맥의 도구로 활용된다.

혼자 밥 먹는 '혼밥족'끼리 만나게 해주거나 모르는 사람 간에 대화나 영상통화를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들도 생겨났다. 일부 숙박 업체는 인터넷 카페나 SNS에 일회성 만남을 주선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자신을 알리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는 익명 채팅도 인간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법으로 떠오른다. 각종 SNS와 모바일 메신저에는 익명으로 채팅방을 개설하는 기능이 생기면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 주변인들에게 알려질 위험이 없어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격식을 차려야한다는 부담감도 덜어낼 수 있다. 이 모 씨는 “혼밥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다. 어색하긴 했지만 어차피 안 볼 사이라고 생각하니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티슈 인맥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려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관계 형성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관계 형성 방법의 변화

인맥 다이어트와 티슈 인맥을 통해 가볍고 넓은 인맥을 정리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매일 같이 일에 치여 사는 현대인들에게 인맥관리는 또 다른 일이나 다름없다. 친밀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별로 내키지 않는 단체나 모임에서 해방돼 사는 삶이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직장인 이 모씨는 “각종 SNS를 삭제하고 정말 필요한 사람들과 연락하고 있다. 단체 채팅방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게 돼 휴일에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계속해서 축소하는 것은 분명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인맥 다이어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줄인다. 인간관계에서의 다양성은 사회적인 기능과 효율의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과만 교류하다 보면 감정적 위안은 얻을 수 있지만 인간관계 경험에서 오는 성장 기회는 놓칠 수 있다. 또한, 관계의 정돈이 아니라 단절로 나아갈 경우 사회의 공동체적 결속이 사라질 수 있어 생활의 질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에 덕성여대 최승원 교수는 “특히 청년 세대에서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깊은 인간관계를 꺼리는 모습이 두드러진다”며 “외자녀로 자라는 경우가 많은 데다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자란 경험이 거의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스크가 적다는 건 얻을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적다는 의미”라며 “평생 혼자 살 수는 없는 만큼 조금씩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정 기자  12172964@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현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