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학은 사회로부터 지성인의 집단으로 존중받고 있고, 대학 구성원도 모두 그런 점에서 긍지를 갖는다. 그런데 과연 그런지 의문이 생길 때가 많다. 지성인이란 인간의 심리 현상 중 지성 즉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신적 영역의 작용이 뛰어난 사람들을 일컬을 것이다.
　남이 모르는 것을 많이 안다는 것만으로는 지성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합리적 판단능력을 갖추었느냐가 지성의 기준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성인으로 구성된 대학의 의사결정은 합리성을 담보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학의 의사결정이 합리성을 결여한 경우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의 형식적 틀 자체가 불합리하고 애매모호하다. 우리 대학을 사례로 보자. 우리 대학의 어떤 의사결정을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사립학교법에는 대학교육기관에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게 하기 위하여 대학평의원회를 둘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 있으나, 우리 인하학원의 정관이나 우리 대학의 학칙은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는 학칙인데 우리 대학의 예전의 학칙에는 교수회의가 중요사항을 심의한다고 규정했었으나, 어느 새에 슬그머니 전체교수회의는 입학사정에 관한 사항, 교육정책 및 연구에 관한 사항과 기타 부의 사항을 심의할 수 있고, 대학교수회의는 학칙변경에 관한 건의사항, 졸업 및 수료사정에 관한 사항, 당해 대학의 교육 및 연구에 관한 건의사항 등등을 심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바뀌어 있다. 예전에는 형식적으로나마 신입생 합격자 사정을 위해서 새벽에 전체교수회의에 참석했던 기억이 있으나, 근래에는 전혀 그런 형식적 절차도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교무위원회가 교수회의에 부의할 사항, 학칙변경에 관한 사항, 각종 규정 제·개정과 폐지에 관한 사항과 기타 부의 사항을 심의한다는 의무적 규정이 있을 뿐이다. 이것도 의결이 아니고 심의일 뿐이다. 그러면 누가 우리 대학의 중요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인지 명료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총장이 모든 결정을 한다는 명문 규정도 없다.
　아무튼 이런 애매모호한 틀로 우리 대학이 운영되고 있으며, 근래 대학의 교수회를 법정 기구화하는 취지를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극한적 대립을 하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논리 중에는 대학구성원인 교수의 권리·의무와 무관한 대학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할 권한만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논리는 대학경영을 교육기능은 도외시하고 사업적 경영에만 국한한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다. 적어도 대학의 교육기능에 대한 의사결정의 주체는 교수집단이 되어야 함에도 그 의사결정과정에서 교수집단을 점점 밀어내고 있는 현상이 합리적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홍재웅 (의과대 사회의학)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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