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Muse)’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시, 음악, 문학, 춤, 연극 등에 능하고,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었던 예술의 여신 뮤즈의 이름에 어원을 두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명작으로 인정받으며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왔다. 반 고흐를 비롯해 르누아르, 카유보트, 클림트, 마티스로 이르기까지 5인의 거장들은 어떤 뮤즈를 만났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작품을 남겼을까. 그들이 보고 느낀 세상은 어떤 영감으로 채워져 있을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층에서는 <그대 나의 뮤즈_ 반 고흐 TO 마티스>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본 전시는 서양 미술사의 5대 거장들이 느꼈던 뮤즈의 감동을 관람객에게 여실히 전하고 있었다.

전시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얻은 영감을 어떻게 작품에 녹여내는지에 대한 해답을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전달한다. 이 전시의 특별한 점은 작품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 본 전시는 다른 미술 전시회처럼 액자 속에 걸린 그림을 통해 관람객에게 접근하는 정적인 방식에서 탈피했다. 5대 거장의 원작들은 벽면을 가득 채운 LED 화면 속 열렬한 빛을 통해 움직이며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입장하는 순간, 반 고흐에게 영감을 안겨준 밀밭의 내음이 그대로 풍겨 온다. LED 화면 속에서는 반 고흐가 표현한 밀밭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화면 밖에서는 그림을 둘러싸고 있는 진짜 밀밭의 향기가 그대로 전해져 마치 밀밭 한 가운데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르누아르의 그림 속 인물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원작에 생동감 있는 상상력을 더한다. 파리의 거리를 담은 카유보트의 그림이 화면을 통해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정적인 파리의 쓸쓸함과 적막함이 전해진다. 황금색 별빛을 재현해 낸 클림트의 작품을 비추는 화면에 다다르면 마치 언덕 위에서 별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티스에게 영감을 준 ‘붉은 빛’은 일렁이는 화면을 통해 강렬하면서도 잔잔하게 관람객들을 오롯이 감싼다.

계속해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작품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생생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적인 형태로 차례차례 진열된 그림 액자들로 채워진 기존의 다른 미술 전시들과는 달리 본 전시는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움직이는 그림과 소리와 냄새를 통해 화가들이 느꼈던 영감을 전한다. 전시는 그림이 아닌 ‘그림을 가능하게 했던 뮤즈’를 느껴볼 수 있게 하고 있었다. 화가들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그 결과물을 살피는 것을 넘어 어떻게 화폭을 채워 나갔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그들의 눈길과 손길이 닿은 곳에 시선이 머무는 것이다. 

본 전시는 서양 미술사 5대 거장들의 특별한 순간을 공감하기 위해 그림에 기술과 상상을 더했다. 우리는 이 전시에서 그들이 마주한 감동을 느껴볼 수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삶 속에서 뮤즈를 만난 순간을 당신의 눈으로, 머리로, 손끝으로, 마음으로 바로 이곳에서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영감의 순간은 멀리 있지 않다.

임현지 기자  ㅣ.hyeong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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