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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텅 빈 재래시장, 소비자는 어디에
한적한 신포국제시장의 모습.

누구나 재래시장에 방문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을 갈 때도 여행지의 시장을 방문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듯 재래시장은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잘 보여준다. 특히 재래시장은 예로부터 이어져온 전통으로써 역사적, 문화적 측면에서 시대상을 그대로 간직해온 유산이다. 하지만 유통시장의 변화로 인해 대형 마트와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 텅 빈 재래시장

재래시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시끄러운 분위기다. 하지만 민족 대명절 설이 지난 지금, 재래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낮에 방문한 재래시장에는 생필품, 옷, 떡, 해산물 등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했지만 이를 구매하러 온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시장 특유의 좁은 골목에는 낡은 오토바이와 녹슨 자전거만 있을 뿐이었다. 손님들의 발걸음이 없자 상인들조차 가게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보기 힘들었고 아예 장사를 하지 않는 가게들도 수두룩했다. 재래시장만의 활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포국제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모 씨는 “명절에는 북적이지만 그때뿐이다"라며 한산한 시장의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겨울 추위만큼 쓸쓸해 보이는 가판대.

◆ 무엇이 재래시장을 위축되게 만들었나

이렇게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열악한 시설이다. 바닥도 울퉁불퉁하고 흙이 정리가 되지 않아 걷기에 힘들다. 또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장을 봐야 하며 춥거나 더울 때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부족한 주차 공간 역시 불편 사항 중 하나다. 최근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설을 현대화하고 있긴 하지만 도시 인근 소수의 시장뿐이다.
두 번째는 대형마트와 할인점의 등장이다. 유통 산업이 발전하면서 한 번에 대량의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 가능해져 전국 어디서나 신선한 식재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대형 마트와 할인점은 크게 성장했다. 다양한 할인 행사와 이벤트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더불어 앞서 설명한 시설적인 문제도 대형마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넓고 쾌적한 쇼핑 환경과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어 재래시장과 비교했을 때 더욱 편리한 점이 소비자들을 끌어당긴다.

세 번째는 재래시장의 카드 사용 거부다. 신용카드가 생활화돼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드를 주로 사용하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를 이용하기 어렵다. 카드 단말기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며, 단말기가 있다 해도 적은 금액의 물건을 구매할 때는 수수료를 핑계로 카드 결제를 거부한다. 현금영수증 미발급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직장인인 경우 연말 소득 정산을 위해 현금영수증이 필요하지만 재래시장에선 발행이 힘들다.

 

◆ 효율성 없는 제도와 미비한 효과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고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2012년 3월부터 대형 마트의 영업시간과 휴무일을 강제로 제한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전통 시장이나 골목 상권으로 유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상품을 선택할 권리를 뺏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다양한 물건을 직접 보고 비교해 더욱 저렴하고 질 높은 생산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2012년 전국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20조 1천억 원이었는데 반해 대형마트의 휴무를 의무화한 2013년에는 19조 9천억 원으로 2천억 원 가량 감소했다는 중소기업청의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를 보면 대형마트의 휴무가 소비자들을 재래시장으로 유인하지 못하는 제도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온누리상품권 또한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마련됐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9년부터 발행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전용 상품권으로, 가맹점으로 등록된 점포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부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에 의해 악용돼 본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 특별 할인 기간에 상품권을 싸게 사들인 후 재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일명 ‘상품권 깡’을 하는 일부 시민 때문에 상품권이 매진돼 정직하게 상품권을 사용하려는 시민들이 상품권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굳게 닫혀있는 골목 상점들.

◆ 재래시장의 미래

이처럼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다양한 노력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서 멀어졌고, 효과 또한 미비한 상황이다.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끊임없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재래시장의 부흥이 지역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이 활성화 돼야 영세 자영업자들이 일어날 수 있다. 더불어 재래시장은 우리 고유문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공간이다. 우리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 재래시장을 살리고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래시장이 현대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전국적인 재래시장의 시설 보수와 주차 공간 확보를 통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로 결제 방법을 변경한다면 불편함이 해결될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투명한 화폐 거래 방식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제도적 해결 방안이 뒷받침되는 것도 중요하다. 대형마트와의 상생 방안과 불법 온누리상품권 구매 단속과 같은 끊임없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래시장을 살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관심이다. 자연스럽게 대형마트로 향하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후한 인심이 가득한 재래시장으로 고개를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김현정 기자  1217296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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